무료급식 천사, 박재석 ‘행복커뮤니티봉사단’ 대표
무료급식 천사, 박재석 ‘행복커뮤니티봉사단’ 대표
  • 이배현 기자
  • 승인 2023.09.18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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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급식 천사들, 행복커뮤니티봉사단
직원 41명의 중소기업 대표로도 성공
사회봉사, 고향사랑, 모교발전에 헌신
박재석 행복커뮤니티봉사단 대표가 달구벌종합복지관 구내식당에서 무료급식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박재석 행복커뮤니티봉사단 대표가 달구벌종합복지관 구내식당에서 무료급식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9월 16일(토) 오전 9시, 달서구 용산동에 있는 대구광역시달구벌종합복지관(관장 서준기)을 찾았다.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무료급식을 하는 날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연두색 조끼를 입은 ‘행복커뮤니티봉사단(대표 박재석)’ 단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언뜻 봐도 30명은 넘어 보였다. 주방, 홀, 복도 등 각자의 자리에서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박재석(69세) 대표를 찾으니 고무장갑을 낀 채로 주방에서 일하다 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박 대표는 올해로 12년째 무료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급식뿐만 아니라 장애인 위문공연, 경로당 청소, 고향 사랑, 모교 발전 등 사회봉사에 이골이 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를 요청하니 ‘내세울 만한 일이 못 된다’며 한사코 사양하여 실무를 총괄하는 남재옥 총괄처장과 얘기를 나누었다.

■ 행복커뮤니티봉사단에서 하는 일은

우리 봉사단이 처음 시작한 일은 경로당 청소였다. 2008년부터 대구 서구 관내 80여 경로당을 순회하며 청소 봉사를 도맡아 했다. 2012년부터 지자체에서 일자리 사업으로 경로당 청소를 용역에 맡기면서 새로 시작한 일이 지금의 무료급식이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11시부터 달구벌종합복지관 지하 1층 구내식당에서 급식하고 있다. 급식소를 찾는 분들은 주로 장애인분들과 어르신들이다.

하루 이용 인원은 200여 명이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400명까지 무료급식소를 찾았다. 코로나 기간에도 급식을 중단하지 않고 200여 명에게 도시락을 나눠 드렸다.

급식에 필요한 예산, 노력 봉사 등 모든 일은 행복커뮤니티 봉사단원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현재 70여 명의 단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박재석 대표께서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단원들의 봉사가 없으면 무료급식도 불가능하다. 정말 천사 같은 분들이다. 더 많은 분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보람과 정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

남재옥 행복커뮤니티봉사단 총괄처장이 급식시작 전 단원들과 진행요령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남재옥 행복커뮤니티봉사단 총괄처장이 급식시작 전 단원들과 진행요령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 외부 지원은 없는가

우리 봉사단의 신조는 ‘조용하게 내실있게 오래오래’이다. 박재석 대표의 신념이기도 하다. 떠벌리는 순간 순수한 취지가 흔들리고 남의 이목을 신경 쓰게 된다. 우리 힘으로 봉사하되 급식소를 찾는 분들이 좋아하면 우리도 힘이 나고 거기서 보람을 느낀다.

무료급식 12년째이지만 언론에 크게 소개된 적도 없다. 흔한 감사패, 공로패도 없다. 정치인들이 와서 인사하고 도와주는 것도 사양하고 있다. 박 대표가 밖으로 떠벌리고 손 내미는 일을 워낙 싫어하니 단원들도 묵묵히 봉사에만 전념하는 분들이 모이는 것 같다.

다만, 달구벌종합복지관에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쌀도 가끔 지원해 준다. 무료급식 장소 구하기가 어려워 밖에서 운영하는 사례도 있는데 위생상의 문제, 안전문제 등으로 곤란한 점이 많다.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준 서준기 달구벌종합복지관장님께 이 기회를 빌려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 애로사항도 많을 텐데

후원 없이 급식하다 보니 박재석 대표가 많은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나마 단원들이 십시일반 참여하여 재정적인 부분은 해결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자원봉사자 모집이다. 늘 손이 모자란다.

급식대상이 주로 장애인, 어르신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간다. 식당으로 내려와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단원들이 한분 한분 밀착하여 도와드려야 한다. 안전을 책임져야 하고 마음 편하게 식사하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봉사 인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급식날이 오면 하루 전에 장을 본다. 마트에 배달 주문을 하면 편하지만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장을 본다. 좋은 재료, 신선한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박 대표가 단원 대여섯 명과 함께 직접 시장을 누빈다.

재료를 식당으로 나르고 다듬어 반찬을 만드는 데도 손이 많이 필요하다. 하루 전부터 준비하여 당일 급식과 청소를 마치면 오후 2시가 넘는다. 고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가는 분들이 건네는 고맙다는 인사와 미소에 모든 피로가 풀리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

■ 박재석 행복커뮤니티봉사단 대표는

남재옥 총괄처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박재석 대표와 얘기를 나누었다.

박 대표는 경북 성주군 월항면에서 태어나 성주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인 삼립산업(주)에 취직하여 20여 년간 일했다. 큰 부잣집이 아니고는 대학진학은 어려운 시절이었다.

삼립산업(주)는 현재 에스엘(주)(SL Corporation)로 사명이 바뀌어 한국 최대, 세계 유수의 자동차 램프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SL의 자동차부품은 현대, 기아, GM 등에 납품하고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사를 퇴직하고, 성실함과 책임감을 인정받아 2002년에 에스엘(주)의 협력사인 ‘성화’를 설립하여 21년째 자동차 램프를 생산·납품하고 있다. 회사는 성서산업단지 안에 있고 근로자 수 41명의 튼실한 중소기업이다.

박 대표는 고향 사랑도 남다르다. 월항향우회장, 성주향우회 산악회장으로 봉사하면서 고향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모교인 지방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맡아 모교 발전을 위해서도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학교 재학생 수가 적어 분교로 전환되고 폐교 위기까지 맞았지만, 동문이 힘을 합쳐 동분서주한 결과 현재 재학생 14명의 분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좌우명을 물어보니 ‘그런 거창한 생각은 해본 적 없고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존경한다’고 했다. ‘재벌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앞장선 분’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박 대표가 이건희 회장을 많이 닮았다. 동그란 눈과 강한 턱이 이 회장을 빼다 박은 것 같다. 실제로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최근 박 대표는 큰 수술을 했다. 편도염이 온 목으로 퍼져 대수술 후 아직도 투병 중이다. “이제 움직일 만하니 무료급식 봉사에도 나가고 내년에는 모교의 등산모임인 ‘지총산’ 회장으로 내정되어 모임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는 박 대표의 모습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강한 신념을 느꼈다.

■ 함께하면 더 즐거운 봉사활동

인터뷰를 마치고 11시가 되니 장애인, 어르신들이 휠체어를 타거나 손자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급식이 시작되자 단원들이 손님 한분 한분을 밀착 안내하여 자리로 모셨다.

배식을 담당하는 단원이 재빨리 식판을 갖다 드리며 ‘맛있게 드십시오’하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분들에게도 복도까지 안내하며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네었다.

식사를 마친 김성환(78세, 본리동) 씨는 “식사도 맛있지만 여기 일하는 분들이 너무 친절하고 열심히 한다”고 칭찬하면서 “집에서 밥을 먹어도 되지만 여기 자꾸 오다 보니 친구도 생기고 사람 간의 인정을 느낄 수 있어 일부러 찾아온다”며 좋아했다.

달구벌종합복지관 무료급식팀 ‘행복커뮤니티봉사단’에 합류하여 봉사의 즐거움을 함께해볼 사람은 남재옥(010-6519-1411) 총괄처장에게 문의하면 된다.

남재옥 행복커뮤니티봉사단 총괄처장이 단원들과 무료급식 진행요령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배현 기자
손님을 안내하고 급식을 가져다 드리는 봉사단원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