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이야기
김장 이야기
  • 박미정 기자
  • 승인 2022.11.21 0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라져가는 김장문화를 찾아서
농가에서 김장을 하고 있다. 박미정 기자
사람들이 농가에서 김장을 하고 있다. 박미정 기자

 

20일 직접 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하는 한 농가(성주군 용암면 상신리)를 찾았다. 우리나라의 훈훈한 김장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갓 버무린 김장김치. 박미정 기자
갓 버무린 김장김치. 박미정 기자

 

가정마다 11월의 가장 큰 행사는 바로 김장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아 2013년 12월 김장류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으로 유네스코에 선정되었으며, 2017년 11월에는 '김치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되었다. 

돼지고기 수육이 먹음직스럽다. 박미정 기자
돼지고기를 삶고 있다. 박미정 기자

 

마을의 이웃 주민들은 김장철이 되면 가정마다 돌아가며 서로 품앗이를 하기도 했다. 함께 김장을 담그고, 참여한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담근 김치를 나누어 주는 것은 아름다운 풍습으로 정착되었다. 또한 김장하는 날 빠지지 않는 것이 돼지고기를 삶아 갓 담은 김장 김치와 함께 나누어 먹는 것도 하나의 관행처럼 여겼다. 배추의 노란 속잎과 양념을 준비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먹도록 하는 것을 '속보쌈'이라 하며, 현재는 김장 담그는 날 당연히 먹는 미풍으로 자리잡았다. 힘든 시절 김장 담그기가 끝나면 절인 배추나 남은 소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가난한 집 부인들은 남의 집 김장을 도와 주고, 얻은 배추와 양념으로 김장을 하는 시절도 있었다. 

김치가 우리나라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 이규보의 '가포 육영'이다. "무는 장을 곁들이면 여름철 석 달간 먹기 좋고 소금에 절여 아홉 달 겨울을 대비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은 것으로 보아 무를 저장해 두고, 먹던 김장 풍속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절인 배추가 한가득 쌓여있다. 박미정 기자
절인 배추가 한가득 쌓여있다. 박미정 기자

 

또한 삼국시대 김장의 흔적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이 충청북도 일대에 있는데, 속리산 법주사에는 '석옹'이 2000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04호로 지정되었다. 이 석옹은 720년(선덕왕 19)에 설치되어 3천여 명의 승려들이 겨울철 김장을 위해 사용하던 김칫독이라는 전설이 있다.

텃밭에서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박미정 기자
텃밭에서 배추 수확이 한창이다. 박미정 기자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를 사용한 김장김치가 등장한 것은 조선후기 이후로서 중국에서 결구배추가 품종이 육성된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발달하였다. 배추통김치, 보쌈김치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850~1860년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장할 양념이 준비되어 있다. 박미정 기자
김장할 양념이 준비되어 있다. 박미정 기자

 

 

현재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속이 꽉 찬 배추가 나온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김장에 쓰는 배추는 재래 배추와 양배추의 교배로 한국 토양에 맞게 품종을 개량한 배추이다. 

도마 위의 수육이 먹음직스럽다. 박미정 기자
도마 위의 수육이 먹음직스럽다. 박미정 기자

 

과거 공동체끼리 김장을 나누던 미풍을 살려 오늘날에도 김장철마다 지역사회및 자원봉사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김장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담근 김치는 사회 소외계층 여러 부류로 기증된다. 2015년에는 북한의 김장문화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김치가 분단된 한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음식 문화라는 점을 부각시켜 주었다.

김장김치를 곁들인 돼지고기보쌈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 박미정 기자
이웃들과 김장김치를 곁들인 돼지고기보쌈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 박미정 기자

 

 

바쁜 일상 속 현대인들의 식생활 문화가 점차적으로 바뀌고 있다. 김치 소비가 많지 않은 요즘에는 소량의 주문 배달 김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더러는 지난시절  마당  한 가운데 자리를 깔고, 이웃들과 한데 어울러 김장 김치 담그며 정을 나누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기자도 김치 한 점. 박미정 기자
기자도 김치 한 점. 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