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불현듯 만난 봉선화,
손꼽에 꽃물 들이던 옛 친구 생각난다
손꼽에 꽃물 들이던 옛 친구 생각난다
너 여태껏
거기 있었구나
울퉁불퉁 토담길
모두 시멘트로 바뀌고
다 사라진 줄 알았더니
갈아진 벽돌 틈새
용케도 뿌리를 내렸구나
손가락마다 빨갛게 동여매고
종일 담 밑에 웅크려 있던 순이는
LA로 이민 가서 소식조차 없는데
그녀가 버리고 떠난
그 앙증맞던 빨간 손꼽만
여태껏
그기에 남아 있었구나
(봉숭아, 정소슬)
18일 청도 와인터널 가는 길에 봉선화가 활짝 피어 눈길을 끌었다. 어린시절 앞뜰에 쪼그리고 앉아 봉선화 꽃잎따서 손톱에 물들이던 옛 친구가 보고 싶다.
와인터널 와인병 조형물 사이로 주렁주렁 감들이 익어간다. 가을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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