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봄, 하중도에서
2022년 봄, 하중도에서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3.08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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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이제 좋건 싫건 매년 달라지는 봄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게 됐다.
탄소 가스 배출과 플라스틱 사용 억제, 물 절약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

지난 일요일 오후 금호강 하중도를 찾았다.

노곡교 아래에 차를 세워두고 3호선 연계 보도교 방향으로 강을 따라 내려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봄볕을 즐기고 있다. 경칩이 바로 엊그제가 아닌가? 물새와 오리들도 사이좋게 이리저리 강물을 헤집고 다닌다.

코로나 팬데믹이 갓 시작되던 해에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중도 출입이 금지된 지 벌써 3년이 됐다. 그동안 인접 도로와 보도도 정비되고 정원도 잘 가꾸어져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만발하는 봄가을에 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가창골 산불 연기(하중도에서, 2022.3.6). 정신교 기자
가창골 산불 연기(하중도에서, 2022.3.6). 정신교 기자

봄바람에 미세먼지가 사라진 탓인지, 하늘도 오랜만에 맑고 푸르다. 보도교에 오르니 팔공산맥이 정면에 또렷이 눈에 찬다. 그런데 웬걸, 남으로 대덕산과 비슬산 사이에 검고 흰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른다. 달성군에서 일어난 산불이 근 열흘 이상 발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물주머니를 매단 헬기 한 대가 황급히 날아가더니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올해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많은데, 유난히 건조한 날씨가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울진과 강릉 등 동해안 지역의 산불도 아직도 진화되지 않고 애를 태우고 있지 않은가?

바싹 마른 갈대 숲길을 걷는데, 갑자기 아내가 “악”, 비명을 지른다. 중학생 덩치의 노루 한 마리가 급히 갈대 사이로 사라진다.

휴일에 몰려든 인파로 당황한 노루가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것일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종전의 그 노루가 둔치를 방황하다가 시야에서 사라진다.

울진 산불 현장 농가에서 방생한 소 스무 마리가 한 마리도 빠짐없이 며칠 후에 주인을 찾아 돌아왔다고 한다.

강기슭 한쪽에서 시니어 일행이 불을 지펴 취사와 반주를 하고 있다. ‘별 일이야 있으랴?’ 하며 지나치지만, 낫살 꽤 먹은 사람들의 무신경한 행태에 속이 불편하고 안타깝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겨울에는 꿀벌 무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식물들이 대부분 벌과 나비의 화분 매개를 통해 열매를 맺는데, 올해 농작물 생산이 걱정이다. 과도한 농약 사용, 지구온난화 같은 이상기후, 스마트폰을 비롯한 무선장비의 전자파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이제 좋건 싫건 매년 달라지는 봄을 느끼며 살 수밖에 없게 됐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

‘나라가 망해도 산과 강은 그대로이며 봄날 초목은 푸르다’

시성 두보(杜甫 712~770)는 전쟁으로 쫓기면서도 봄날 대자연 속에서 위안을 찾았다. 수만 년 동안 대자연은 우리 인간들에게 변함없는 안식과 위안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연은 피폐하고 병들어서 자생력과 회복력을 잃었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우리 인간들 스스로 대자연을 위로하고 구제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지구는 불모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탄소 가스 배출과 플라스틱 사용 억제, 물 절약으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이 절대절명의 과제다.

금호강 하중도(3호선 연계 보도교에서. 2022.3.6). 정신교 기자
금호강 하중도(3호선 연계 보도교에서. 2022.3.6).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