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말 오는 말
가는 말 오는 말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2.01.17 10:0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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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어붙은 사회를 따뜻하게 녹이는 불쏘시개가 된다.

 

오랜만에 친정 온 딸애를 데리고 영하의 강추위 속에 교외 나들이를 했다. 신천대로에서 무작정 남쪽으로 향해 가창골을 지나니 청도 레일바이크 이정표가 자주 나온다. 청도읍을 지나 국도로 밀양 쪽으로 10km 정도 내려가니 레일바이크 공원이 나왔다. 강변에 주차하고 현수교를 건너는데 골짜기 강바람이 매섭게 몰아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점심 시간이라서 휴장이다.

되돌아서 청도 추어탕 거리에 오니 공영주차장은 만원이고, 도로 양가에 승용차들이 즐비하다. 조금 외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식당에 들어서니 중년 여주인이 반색을 하는데 실내는 썰렁하니 손님이 없다. 추위에 떨고 시장하던 차라, 일행은 추어탕에 산초와 마늘, 고추 양념을 곁들여 조용히 밥그릇을 비웠다.

작은 카드 지갑 안쪽에 접어 둔 5만원권을 꺼내서. “날씨도 춥고 손님도 없는데 현금을 드려야겠지요.”, 하고 건넸다.

“옛? 그런 심오한 뜻이….”, 여사장의 위트가 넘치는 답사에 실내는 웃음꽃이 핀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곱고,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그른 게 하나도 없다.

전통시장에서 몇천 원의 생필품도 카드로 결제하고, 여럿이 같이 식사하고도 제각각 계산하는 더치페이가 보편화 되면서 상인들이 울상이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업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약을 받으면서 자영업자들은 힘들게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노숙자들을 대접하고, 동전을 모아 온 남매를 따뜻하게 맞아준 자영업자들의 선행들이 소셜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카톡을 처음 개설한 남편이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 세 가지가 뭔지 알아요? 황금, 소금, 지금이랍니다.”

바로 아내의 답신이 왔다. "현금, 지금, 입금."

그러자 놀란 남편이 황급하게 회신했다. “지금, 조금, 입금!”

어느 의료기 회사의 팀장이 회삿돈 수천억 원을 횡령하여 증권 투자에 실패하고는 금괴를 구입해서 은닉했다고 한다. 추위와 어둠 속에서 가족들과 수백 kg의 금괴를 운반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런저런 상념에 차는 어느새 팔조령 터널을 통과하고 다시 가창골로 들어선다. 핸들을 좌측으로 틀어서 최근에 젊은이가 창업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 최정산 기슭의 베이커리 카페로 향했다. 카드 단말기 앞에서 커피와 음료 대금을 받아든 아가씨가 생긋 웃으며 인사한다.

비상금 지폐 한 장으로 속 깊은 신사가 되고, 진심이 담긴 인사를 받는 행복한 하루였다.

얼어붙은 대지 아래 따뜻한 지하수가 흐르고 메마른 수목은 깊숙이 뿌리를 내려서 물기를 찾는다.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엄동설한에 언 가슴들을 녹이는 불쏘시개가 된다.

최정산 기슭 베이커리 카페. 정신교 기자
최정산 기슭 베이커리 카페. 정신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