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이야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서
[장날 이야기]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서
  • 우남희 기자
  • 승인 2021.05.29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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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행복을 안겨주는 도깨비 현이와 풍이!

시장은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고단한 삶을 잠시라도 잊고 위안을 얻고 싶다면 시장으로 가라는 말을 한다.

시장은 크게 정기시장과 상설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정기시장은 약령시와 같이 계절시장과 오일장이 있지만 대표적인 시장은 오일장이다.

우리나라 3대 시장으로 잘 알려진 서문시장도 한 때는 오일장으로 3일과 8일에 장이 섰다. 1919년에 일어난 3·1만세운동이 대구에서는 서문장날인 8일에 일어났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날을 택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으로 인해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5일장도 점점 쇠퇴되고 있다. 대구의 서남부에 위치한 달성군에도 한 때는 읍면마다 오일장이 섰다. 월배장, 화원장, 옥포장, 돌끼장, 현풍장이 그 장이었다. 도시화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달서구로 편입되었지만 그 당시 달성군에 속했던 월배장이 상설시장으로 바뀌었고, 옥포장과 돌끼장은 사라졌다. 허나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상설시장 못지않게 성행되고 있는 오일장이 화원장과 현풍장이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 내 청춘난장   우남희기자
현풍백년도깨비시장 청춘난장. 우남희기자

특히 대구 서남부의 끝자락에 위치한 현풍장은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이라고 부르며 끝자리가 5와 0인 날에 장이 선다. 1918년에 개장되었기에 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의 민간설화나 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를 넣어 도깨비시장이라고 한 것은 손님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행복을 전해주는 정감 있는 시장임을 자아내기 위해서였다.

도깨비의 이름은 현풍이라는 이름을 각각 한 자씩 따서 현이와 풍이다. 현이도깨비는 똑똑하고 도도한 매력을 가진 도깨비로 애교가 많아 높은 인기를 차지하는 캐릭터이며, 풍이도깨비는 장난스럽고 밝은 성격을 가진 도깨비로서, 말썽을 많이 피우지만 시장 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캐릭터다.

현풍장의 점포수는 도깨비시장에 64개, 도깨비시장 청년몰인 청춘난장에 20개로 총 84개가 있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기업인 발굴 및 육성에 기여하고자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가진, 열정이 넘치는 예비청년창업자를 모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 19세~39세 이하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졌으며 서류심사 및 면접을 통해 선발되었다.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며 장날일 경우에는 다음날이 휴무일이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의 상가.  우남희 기자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의 상가. 우남희 기자

현풍장의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수구레국밥을 들 수 있다. 수구레는 소 껍데기와 가죽 사이에 있는 아교살을 말한다. 이 수구레는 콜라겐 덩어리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현풍장날이면 원거리에서도 이것을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장세미소구레국밥집 사장인 최성임(56)씨는 “장세미라는 마을(현. 유가읍 도의리)에 살던 집안 할머니가 50여 년 국밥집을 해왔는데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제가 이어받아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생(生) 구레를 삶아 3번 정도 씻고 썰어서 또 다시 삶습니다. 이렇게 해야 굵어서 덜 삶긴 부분의 핏물과 기름기가 빠지며 누린내도 제거 됩니다”고 했다.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수구레를 삶다가 기름의 열기를 많이 마셔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고부터는 손질하고 삶을 때는 혼자 하지 않고 지인을 불러놓고 한다고 한다. 장날이면 평균 다섯 솥을 팔며 오는 손님에게는 물론이고 배달까지 한다.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수구레국밥.   우남희 기자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수구레국밥. 우남희 기자

현풍장을 다니다보면 동남아 외국인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인근에 달성공단과 구지국가산업단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베트남산 박나물과 메론, 여주 등을 파는 베트남인들의 노점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농산물.  우남희 기자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농산물. 우남희 기자

코로나로 인한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다 구지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아파트 앞에 요일장이 생기면서 받는 타격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풍장은 오일장 투어객들을 비롯해 인근 경남 창녕과 이방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한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해 풍성한 식탁으로 가족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