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염상정(處染常淨)의 미나리
처염상정(處染常淨)의 미나리
  • 정신교 기자
  • 승인 2021.03.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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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Minari)’와 아메리칸 드림

재미교포 정이삭((Lee Isaac Chung, 1978~) 감독의 영화 ‘미나리(Minari)’가 제 78회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 ’미나리‘는 한인 가정의 미국 정착기를 담은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서, 원로배우 윤여정(尹汝貞, 1947~)씨가 조연으로 외할머니역을 맡은 화제작이다.

1980년대 미국에 이민한 한인 가족이 아칸소(Arkansas)의 시골에서 힘들게 농장을 일구는데, 아이 돌보미로 한국에서 온 외할머니가 미나리를 가져온다.

미나리는 미나릿과 미나리속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영명으로는 wild parsley, 혹은 wild celery라고 하며 생선 비린내를 제거하는 향신료로서 쓰이거나 줄기를 요리 장식에 쓰기도 한다.

생명력이 강하여 구정물이 흘러가는 습지(미나리꽝)에서 재배되어 가끔 거머리가 붙어있고, 맵싸한 냄새도 있어서 상치나 배추, 아욱과 같은 채소에 비해 예전에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 섭취가 늘어나면서, 아삭한 식감과 독특한 향으로 사람들이 미나리를 즐겨 찾게 되자, 시설원예에 의한 무농약, 무공해 청정미나리 재배가 지역별로 성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별미를 추구하는 미식가들의 나들이도 붐을 타고 있다.

극 중에서 병아리 감별사는 사료 효율이 적고 달걀을 낳지 못하는 수컷 병아리를 부화장에서 골라내는 직업인데, 손재주가 좋은 한국인들에게 잘 맞아서 이민 희망자들이 선호하는 직종 중의 하나이다.

아칸소주는 빌 클린턴( William J. Bill Clinton, 1946~) 미국 대통령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알콜 중독자인 계부 슬하에서 자라나 주지사를 거쳐 미국의 제42대, 43대 대통령을 역임한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적 인물이다. 미시시피강 하류에 위치한 아칸소에서 미국 쌀의 40%가 생산되는데, 겨울철에는 오리와 철새들이 많이 서식하여 농부들은 농경지를 사냥꾼들에게 임대하여 수입을 올린다.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자라서 맑고 그윽한 향기를 내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연꽃이 불심을 나타내듯이, 미나리는 바로 온갖 간난과 고초를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미국 사회 속에서 적응하는 한인 세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편, 청춘스타로 화려하게 데뷔하여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결혼과 은퇴, 자녀 교육을 위한 미국 생활과 이혼 등의 녹녹치 않은 삶 끝에 복귀하여 조연을 맡은 원로배우의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곧 이어지는 4월의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영화 ‘미나리(Minari)’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미나리, 미인 나리, Minari, 그저 불러도, 들어도 즐겁고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