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피서지] 피서+심신단련-제주 올레 길
[언택트 피서지] 피서+심신단련-제주 올레 길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08.10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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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9코스 해안가
제주 올레 19코스 해안가. 허봉조 기자

 

‘제주올레’ 걷기는 이국적이면서도 정겹고, 쾌적한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붐비지 않으면서도 찾기 쉬운 길이 편안함을 준다. 요즘은 어딜 가나 지역의 특성을 살린 길 이름을 내건 테마관광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길 중심의 관광이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게 된 것은 제주올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혼자 걷거나 두세 명이 함께 걸어도 좋은 곳.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제주의 바람을 쐬고 오면, 어깨를 짓누르던 스트레스는 거짓말처럼 가벼이 사라져버리고 만다. 비대면 시대의 여행에 안성맞춤인 제주올레, 지금부터 함께 걸어보자.

제주올레는 제주 해변을 따라 총 425㎞ 거리에 26개 코스로 이어져 있다. 2007년 9월 첫 번째 코스가 개장된 이래 지속적으로 개발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다. 제주의 옛 모습 그대로 길을 살리고, 험한 길은 다듬고, 끊어진 길은 잇고, 없어진 길은 새로 만들어가며 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한 코스는 보통 15~20㎞ 정도이며, 10㎞가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제주의 동쪽에 위치한 서귀포시 시흥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온평 표선 남원 쇠소깍 외돌개 월평 하순 모슬포 등 서귀포를 지나 한림 고내 광령 조천 김녕을 거쳐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로 돌아오기까지 21개 코스가 있다. 거기다 우도, 가파도, 추자도 등 5개의 가지 코스가 있고, 올레꾼들의 편의를 위해 일부 코스는 A와 B로 나누어 운영되기도 한다.

‘올레’라는 말은 제주 지방의 방언으로, 길에서 집까지 연결된 아주 좁은 골목길 같은 것을 말한다.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가 아기자기한 마을길과 평화로운 밭길을 지나 나지막한 오름과 곶자왈과 숲길을 번갈아 걸을 수 있는 변화무쌍한 재미가 있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갤러리, 전통시장과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민속 문화를 만날 수 있고, 들꽃이 만발한 자연을 벗 삼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도 있다.

길을 안내하는 친근감 있는 표식. 허봉조 기자

무엇보다 편리한 점은, 안내자 없이도 정해진 표식만 따라 걸으면 된다는 것. 제주공항에서 코스의 시작점으로 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그리고 걷는 길에는 몇몇 안내 표식이 있다. 시작점의 표지석, 주황색과 파란색 리본, 느릿느릿 제주의 조랑말을 상징하는 간세, 길바닥이나 돌 위에 그려진 화살표,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위치표시 등이다. 무심코 걷다가 길을 잃었다면, 당황하지 말고 왔던 길로 잠시 되돌아가면 된다. 멀찌감치 나뭇가지나 돌 틈에서 하늘거리는 리본이 손짓을 한다. 전봇대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시설물 또는 돌담 사이 구불구불 장난 같은 화살표와 방향을 알려주는 자그마한 간세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만나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그 소소한 기쁨을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매력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일정이나 여가, 건강 등 취향에 맞게 편리한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매 코스마다 제주올레 안내소가 있고, 구간별 올레지기 또는 함께 걷는 자원봉사자도 있다. 혼자 걸을 때, 미리 (사)제주올레 콜센터(☎ 064-762-2190)에 연락을 해두면 일정시간마다 안전을 체크하는 콜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충분한 여행준비와 걷기 종료시간(하절기 오후 6시, 동절기 오후 5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코스별 지도와 난이도, 찾아가는 길, 주변 숙소와 음식점 등 자세한 안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제주올레에서는 2010년부터 매년 가을 세계인이 함께 걷는 축제를 열고 있다. 사나흘 정도, 하루 한 코스씩 길을 걸으며 다양한 공연이나 문화 행사 참여와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축제다. 참가자 수칙으로 개인용 수저와 컵은 필수.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고, 버려진 쓰레기는 주워가는 아름다운 마음이 기본이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사람이 함께 걷는 행사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걷기 코스의 대명사로 알려진 제주올레는 이웃나라 일본으로 수출되어 2012년 규슈올레(Kyushu Olle)가 열리게 되었으며, 계속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화살표와 간세 등 안내 표식도 제주올레 그대로 사용한다. 다만, 제주올레는 코스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반해 규슈올레는 코스와 코스가 따로 떨어져있다는 점이 다르다.

비대면 시대의 피서, 제주올레 걷기를 적극 추천한다. 심신을 고루 단련하는 기대 이상의 슬기롭고 유익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