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숲길 걷기 운동에 대한 소고
[기고] 숲길 걷기 운동에 대한 소고
  • 시니어每日
  • 승인 2020.08.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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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맑은 공기, 여러 가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한 숲길 속에서 하는 걷기 운동은 도심에서의 운동 때보다 그 효과가 크다. 박영희 기자
고요하고 맑은 공기, 여러 가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한 숲길 속에서 하는 걷기 운동은 도심에서의 운동 때보다 그 효과가 크다. 박영희 기자

 

시니어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천수를 질병 없이 지켜나갈 것인가에 대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보약을 먹는다거나 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장 돈이 들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걷기 운동이다. 그중에서도 숲길 걷기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걷기 운동과 숲 걷기 운동은 어떻게 다를까? 걷기 운동은 운동 방법 중 하나로 운동장, 아파트 내외의 보행길 등 공간이 있으면 어디서든지 가능한 운동이다. 그 대신 ‘숲 걷기 운동’은 걷기 운동 중 하나로 울창한 숲 내외의 오솔길과 등산로, 둘레길 등을 이용한 걷기 운동을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차이점은 운동 효과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고요하고 맑은 공기, 여러 가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한 울창한 숲길 속에서 걷기 운동은 시끄럽고 공기가 탁하며 통행자들이 많은 번화한 곳에서의 걷기 운동과 비교하여 그 효과가 배가 된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외정 강원대 임과대학 교수는 그의 저서 ‘천년도서관 숲’에서 이 분야 권위자인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이시형 원장의 글을 인용하여 ‘걷는 것 자체는 원시 시절 수렵과 채집을 위해 걸어야 했던 우리의 본능적인 운동이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걸으면 즐겁도록 유전인자가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같은 걷기 운동이라도 평화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풍부한 숲길 운동은 시끄러운 번화가에서의 걷기 운동에 비교하여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아이디어나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악상도 숲길을 걸으면서 얻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김외정 교수는 숲길 걷기가 효과적인 이유로서 울창한 숲은 오감 자극의 천국으로서 분노를 줄여주는 피톤치드와 풍부한 녹색이 있으며 세포에 신선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치매 예방과 혈당 수치를 낮추는 신선한 산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외에도 건강 심리학자인 우종민, 서경현 교수는 그의 저서 ‘산림 환경과 건강 심리’에서 숲길 걷기는 숲속에는 풍부한 음이온과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 낙엽 밟는 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가 있어 우울증, 스트레스로 약화된 면역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울창한 숲속에는 ▶심신의 안정과 즐거움을 주는 고요함 ▶맑은 공기 ▶냉난방 시설의 기능 ▶아름다운 경치 ▶우울증, 스트레스 해소, 수면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음이온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뇌를 활성화 시키는 자연의 소리 ▶인간에 생기를 주는 피톤치드 ▶우리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초록색 등 인간의 심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수많은 ‘재료’들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숲길 걷기는 일반적인 걷기 운동에 비교하여 그 효과가 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3일간의 숲속에서의 산림욕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면역세포인 NK세포(Natural Killer Cell)를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러한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숲길 걷기는 일반 걷기 운동에 비교하여 건강 증진효과가 배가됨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외정 교수의 조언처럼 숲길 걷기가 건강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의약품이 아니므로 과신해서는 안 되며 근본적인 건강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고를 쓰면서 “독서할 때에는 눈으로부터 30cm 이상 띄어서 읽어라, 눈이 피로할 때는 먼 산을 바라보거라” 하시던 60여 년 전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 그리워짐을 숨길 수 없다.

지난 2011년부터 정부가 ‘숲길 조성’을 시작해 아직 10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4만km의 숲길이 조성됐다. 한국갤럽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숲길을 1년간 이용한 사람이 3억4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필자는 시니어들을 배려한 숲길 조성에 대해서도 이제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존하여 아파트 내외의 보행길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경제적, 건강적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인 어르신들을 보면서 곧 전국적으로 20% 이상을 차지하게 될 시니어들을 배려한 숲길 조성과 이용 제도가 미흡한 것은 아닌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한 대안으로서 대구경북의 경우 문명과 문화의 젖줄인 낙동강과 금호강의 둔치를 포함한 주변에 지역 시니어들과 생활권 주민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칭 ‘낙동강, 금호강 숲길 조성’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숲길은 대구의 경우 평탄하여 걷기 쉬운 앞산 자락길과 대구수목원 숲길, 경북의 경우 여러 곳 중에서도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소백산 자락길 등을 들 수 있다. 더 바란다면 시니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우미를 배치하는 문제도 고민해 볼 수 있다.

홍성천(경북대학교 임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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