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각, 돼지 족발
아버지 생각, 돼지 족발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0.08.07 1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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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지신의 상징
예전에는 돼지를 ‘돝’ 또는 ‘도야지’로
돼지는 단백질과 지방 공급원
'족발' 문화어는 '발족찜'
족발 요리. 노정희 기자
족발 요리. 노정희 기자

돼지등뼈를 사러 갔더니 돼지 족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힐끗 보다가 “저걸 어찌 장만하누” 하면서 혀를 찼지만, 나는 반가움이 앞섰다.

사랑채 마구간에는 누렁이가 있었고, 감나무 아래에는 담장을 기대어 만든 닭장이 있었다. 삽짝을 돌아 거름더미 옆에는 돼지우리가 있었다. 집 밖에 있는 돼지가 안쓰러워 먹을 것을 챙겨주기도 했다. 돼지는 잘 컸다. 명절 때, 아무개네 잔치가 있거나 동네 초상이 나면 다 큰 돼지는 리어카에 실려 갔다. 그리고 다음 장날에는 새끼돼지가 집으로 왔다.

돼지를 잡으면 돼지 발은 항상 아버지가 들고 오셨다. 지푸라기에 묶인 것을 어머니께 전해주면서 언니들 오면 주라든지, 어머니 삶아 드시라고 했다. 결혼한 언니들한테는 젖먹이 조카들이 있었는데, 돼지 족을 삶아 먹으면 젖이 잘 난단다. 어머니 발뒤꿈치가 갈라져 피가 흐르는 데에도 돼지 족이 좋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2000년 전부터 돼지를 사육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도 돼지보다는 쇠고기를 우선했다. 예전에는 ‘돝’ 또는 ‘도야지’로 불려왔으며, ‘돝아지(도야지)’가 변해서 ‘돼지’가 되었다. 한자어로 저(猪)·시(豕)·돈(豚)·체(彘)·해(亥) 등으로 표기하는데,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친구 저팔계(猪八戒), 십이지간 지지(地支)에 해(亥), 한자 음이 돈(豚)이라 돼지꿈은 재물을 나타낸다.

돼지는 지신(地神)의 상징이었다. 하늘과 땅에 제사를 지낼 때, 납향(臘享)에 제물로 쓰였다. 큰 굿을 할 때는 돼지머리를, 동제(洞祭)에는 돼지 온마리를 사용했다. 지금도 개업을 할 때면 어김없이 돼지머리가 올라간다. 저기 마산에는 돝섬이 있어 금 돼지가 관광객을 맞이하고, 고전소설 「최고운전」에 도술 부리는 돼지가 나오며, 「아기 돼지 삼 형제」 동화도 있다. 그만큼 돼지는 우리 가까이에 자리한다.

속담에도 돼지는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사람더러 ‘똥 묻은 돼지가 겨 묻은 돼지 나무란다’, ‘그슬린 돼지가 달아맨 돼지 타령한다’고 하고, 제격에 맞지 않게 지나친 치장을 할 때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쇠’라는 말을 쓴다. 듣기 싫은 노래를 크게 부를 때 ‘돼지 멱 따는 소리’라고 핀잔을 준다.

돼지는 번식과 성장이 빠르다. 가격도 저렴하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일반인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단,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금기 계율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국가가 있으니 외국인을 맞을 때 신경 써야 한다. 전반적으로 돼지고기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은 새우젓이다. 새우젓은 돼지고기의 느끼한 지방 맛을 잡아주고,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가 함유되어 있어 소화를 도와준다.

약선(藥膳)에서는 돼지고기 먹을 때 금기 식품이 있다. 화채와 함께 먹으면 치질, 붕어·달걀·노란콩·자라고기와 먹으면 기(氣)가 체하고, 생강과 먹으면 풍의 요인이 될 뿐 아니라 얼굴이 검어진다고 한다. 매실·도라지·연뿌리와 먹으면 설사, 메밀과 같이 먹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한다.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요리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족발(문화어:발족찜) 요리를 해야겠다.

돼지 족을 깨끗이 손질하여 안친다. 노정희 기자
돼지 족을 깨끗이 손질하여 안친다. 노정희 기자
펄펄 끓인 후, 물을 버리고 새로 안친다.
펄펄 끓인 후, 물을 버리고 새로 안친다.
양념 넣고 끓인다
양념 넣고 끓인다
1시간 이상 졸인 상태
1시간 이상 졸인 상태
1시간 30여 분 조리
1시간 30여 분 조리

 

1. 돼지 족을 씻어서 푹푹 삶는다. 삶은 돼지 족은 찬물에 헹구어 둔다.

2. 큰 냄비에 물, 간장, 설탕, 소주를 기본으로 넣고(돼지 족이 푹 잠길 정도의 양. 짠맛, 단맛은 취향대로 가감한다) 집에 있는 향신료를 첨가한다. (월계수잎, 통후추, 감초, 사과, 파 등을 넣어준다. 사과는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식품이다)

3. (2)에 준비해 둔 돼지 족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중불로, 약한 불로 조절하여 한 번씩 뒤적이며 졸여준다. 천천히 졸여야 색이 잘 난다. 대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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