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왜 2020년 대중음악으로 떠올랐을까?
트로트, 왜 2020년 대중음악으로 떠올랐을까?
  • 김차식 기자
  • 승인 2020.08.17 10:0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이다.
“있는 그대로의” 매력이다.
어디서나 팬들과 함께하는 음악이다.
유튜브의 성장으로 중장년층의 팬덤 중심으로 자리 매김이다.
2009년 4월 19일 월드컵경기장에서 트롯 가수 김용임씨가 공연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2009년 4월 19일 월드컵경기장에서 트롯 가수 김용임씨가 공연하고 있다. 이원선 기자

 

시민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던 노래. 어깨가 들석이는 리듬…. 100년의 역사를 지나 이 시대의 영웅이 된 노래! 작년 초 대한민국 트로트 열풍으로 송가인 등 스타를 탄생시킨 ‘미스트롯’과 놀라운 시청률로 막을 내린 ‘미스터트롯’, 유재석의 ‘유산슬’ 신곡과 더불어 트로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나는 트로트 가수다” 경연 프로그램, 뮤지컬 트로트 연가의 탄생, 김연자의 뮤직비디오 등 광범위하게 트로트 열풍을 지원하고 있다.

‘뽕짝’이라 불리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트로트는 중·장년층에 한정되어 관광버스용 음악이라 불렸다. 부끄럽게 느꼈던 트로트가 이제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 민요 가락과 어딘가 닮은 친숙한 음계, 마치 절구질 소리 같기도 한 트로트 장단(쿵더덕 쿵덕!)에 우리들이 끌릴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희로애락과 질긴 생명력을 담은 트로트가 시대에 맞추어 돌아왔다. 10대부터 90대까지 전 세대 간의 인기로 예능과 결합하며 타 장르와도 결합되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인 특유의 문화적 DNA와 시대 상황들이 트로트의 변신을 이끌었다”고 했다. DCC(Data Command Center)에 따르면 트로트 온라인 검색량이 10배로 급증세(2018년 3만7천여 건→2019년 37만9천여 건)를 보였다.

영어 ‘Trot’(트로트)는 “빠르게 간다”, “빠른 걸음으로 뛰다”라는 뜻이다. 191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서양 춤곡의 하나인 폭스트로트(FoxTrot)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이 트로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금지 내렸던 조선의 세레나데라 하여 애창하였으니, 그만큼 이 리듬이 담았던 예술성과 호소력은 컸던 것이다.

하위 장르로 올드 트로트, 정통 트로트, 엘레지 트로트, 블루스 트로트, 국악 트로트, 발라드 트로트, 락 트로트, 댄스 트로트나 세미 트로트, 뽕짝, 품바나 각설이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32년에 우리 가요사 첫 트로트가 태어났다.(이애리수 ‘황성의 적’, 남인수 ‘애수의 소야곡’, 이난영 ‘목포의 눈물’ 등) 1940년대(백난설 ‘나그네 설움’, 박재홍 ‘울고 넘는 박달재’ 등), 1950년대(현인 ‘굳세어라 금순아’, 남인수 ‘이별의 부산 정거장’, 이해인 ‘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로 이어졌다. 1960년대 ‘왜색’ 시비가 불거져 “일본 음악 엔카와 닮았다” “그래서 저급하다, B급 문화, 떳떳하지 못하다”는 조롱도 있었다. 이때부터 트로트는 부르고 싶지만 부르면 안 되는 노래로, 냉소와 조롱이 난무했다.

일본엔카가요협회장 다카기 이치로는 “엔카는 일본 음악이 아니라 한국으로부터 온 것이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저급”, “뽕짝”. “B급 문화”, “촌스러운” 트로트가 엔카를 닮았다는 이유 등으로 비하한 우리와는 달리, 일본 엔카가 오히려 한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엔카를 창시한 일본 대중음악의 아버지 고가 마사오가 한국에서 선린상고를 졸업했고 한국 민요의 영향을 받고 자랐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 인기가 전 세대에 열풍을 일으키며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새로운 스타의 등장이다. 특정 가수가 오랫동안 영유하다 보니, 대중들은 참신한 것을 원했으며, 신진 실력파의 대거 등장으로 재발견의 기회를 가졌다. 이 시작은 ‘미스트롯’이었다.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트로트 가수 캐릭터로 한 몫을 차지하였다. 미스터트롯에서는 임영웅이라는 젊고 매력적인 스타를 탄생시키면서, 10대에서 90대까지 폭넓은 팬 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둘째는 “있는 그대로의” 매력이다. 예전부터 트로트 자체가 한국인의 한과 흥의 매개체이다 보니 우리 정서에 맞는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친숙한 멜로디, 직설적인 가사, 소탈하고 편안함 등이 트로트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다른 장르에 비해 큰 매력이 “있는 그대로의”이다. 트로트의 노래 대부분이 실제 민초들의 스토리가 녹아 있는 셈이다. 모두가 주연 배우이다. 세대를 아울러 젊은 층에서도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 시대의 문제점은 어디 가나 있는 척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어디서나 팬들과 함께하는 음악이다. 유명인들은 우리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선망 대상이 되어왔다. 트로트 가수는 멀리 있는 스타가 아니라 옆에 있는 스타가 되었다. 트로트 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야말로 대중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분이 많아졌다. 있는 그대로의 장르의 큰 힘을 가진 것이 트로트이기에 팬과 스타는 같이 성장한다. “우울증을 해결했다.” “트로트에 입문하게 되었다” 등 일상에 변화가 생기게 되어 힐링이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스타와 팬이 함께 성장하고 같이 늙어가기보다는 익어 간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유튜브의 성장으로 중·장년층의 팬덤 중심으로 자리 매김이다. 2019년 8월 기준 유튜브 앱 사용시간이 50대 이상 경우 122억분으로 나타났다. 트로트 관련 콘텐츠가 대폭 늘어났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는 트로트 관련 영상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 팬덤(fandom: 가수, 배우, 운동선수 따위의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팔 세대(OPAL: Old People with Active Life)라는 말들이 생겨났다. 오팔이라는 어원은 문화적 소비력이 왕성한 5060 신중년을 말한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용기와 위로가 필요한 이 시점에 삶의 희열을 주는 것은 트로트란 대중음악(Popular Music)이 아닌가 싶다. 미스트롯으로 여성이 먼저 실시했기 때문, 트로트의 열풍이 폭발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팬으로부터 관심을 갖지 못하면 인기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다. 인기가 아직까지 트로트 자체 인기보다는 스타성에 기인한 면이 없지 않은 만큼 참신하고 새로운 신곡들도 같이 나왔으면 한다. 날로 뜨거워지는 트로트 열풍의 인기가 죽~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