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탐방] 곽흥렬 수필가, 쌍림면 송림포곡재(松林布穀齋)를 찾아서
[명사 탐방] 곽흥렬 수필가, 쌍림면 송림포곡재(松林布穀齋)를 찾아서
  • 정양자 기자
  • 승인 2023.11.30 2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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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바쳐 일궈낸 작품들 수필 전집 낼 계획
감상주의적인 수필과 물줄기 원천 달라
죽는 순간이 바로 글쓰기 끝나는 순간

곽흥렬 수필가(64)는 경북 고령의 한 농가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 심인고, 경상고 등에서 국어 교사로 교편을 잡았다.

그는 30대 초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안정적이고 평탄한 삶을 살았지만, 수필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없어서 사표를 냈다. 

곽흥렬 수필가의 집필실 쌍림면 송림포곡재(松林布穀齋), 힘자라는 데까지 창작에 열정을 쏟으면서 후진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곽흥렬 수필가
곽흥렬 수필가의 집필실 쌍림면 송림포곡재(松林布穀齋), 힘자라는 데까지 창작에 열정을 쏟으면서 후진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곽흥렬 수필가

- 고독하기에 외롭지 않다

▶곽흥렬 수필가는 학업으로 고향을 떠난지 30년만에 2012년 고령군 쌍림면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창작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첩첩산중에 자리한 그에게 사람들이 외롭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고독하기에 외롭지 않다"고 한결같이 대답한다. 

자연을 말벗 삼아 고독을 즐기며,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색하는 그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사색 없는 수필은 깊이가 없다. 발상에서부터 집필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쏙 드는 수필을 쓸 때면 엄청난 희열을 느낀다. 즐거운 고통은 곧 평생 문학의 길을 걸어온 이유가 됐다.

작가는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면 절대 좋은 작품을 쓸 수 없다. 그렇게 온전히 수필 쓰기에만 매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쓴 작품만 발표하지 않은 것 포함해 무려 500편이 넘는다.

- 수필가로 우뚝서게 한 건, 독서하며 권했던 아버지 영향

▶평생을 고뇌하고 사색하는 삶을 살기까지는, 농부로 살았지만 글을 즐겨 읽고 자식에게 독서를 권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학교를 대표해 백일장 등 글짓기 대회에 나가 연이어 입상하는가 하면,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 수필에 집중하다 보니 삶이 수필이고, 수필이 그의 삶이 됐다

▶서른 해 넘게 수필 창작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곽흥렬 수필가는 "단 한 명이라도 영혼을 위로받고 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수필가로서의 소명을 다한 것”이라며, “수필을 쓰면서 시와 소설 등 다른 장르의 글을 함께 썼다면 겨우 아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오직 수필 외에는 눈길을 두지 않았다. 그의 바람은 단 하나였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잃어버린 정신의 풍요를 찾아주며 ‘탁월한 정신치료제’의 역할을 해내는 수필을 쓰는 것. 그저 자신이 쓴 글이 영혼의 고갈을 막고, 영혼을 맑히길 바랐다.

곽흥렬 수필가는 2002년 수필 창작 강의를 시작한 이래 길러낸 제자가 700여 명에 이른다. 매일신문, 부산일보, 전북일보 등의 신춘문예와 평사리문학대상, 신라문학대상, 시흥문학상, 천강문학상, 공무원문예대전 등의 많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제자 수는 2~3백 명이 넘는다.

특히 경북문화체험 공모전에서는 2010년 처음 공모를 시작할 때부터 수상자를 배출하기 시작하여 2023년 올해 제14회까지 무려 8명(1회 서소회, 2회 박시윤, 4회 최종희, 7회 윤상희, 9회 이정화, 11회, 류현서, 13회 김정근 그리고 올해 위상복 등)의 대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국에 헤아릴 수 없는 문학 창작 교실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거의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런 성과가 있었기에 지난해 곽 작가 본인과 30명의 제자가 각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 이상을 받은 작품들을 모아서 '한 그루 나무 서른 송이 꽃들'이라는, 공동수필집을 엮어내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 감상주의적인 수필과 흘러나오는 물줄기의 원천이 다르다

▶곽흥렬 작가의 글쓰기는 거대하고 화려한 것보다 작지만 가치의 깊이를 선언하는 철학이다. 물 아래 감춰진, 보이지 않는 세계가 수면 위에 떠 있는 보이는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를 역설하고 있다. 감상주의적인 수필과 흘러나오는 물줄기의 원천이 다르다. 그리고 작가의 고향은 글쓰기의 모체요, 저장고였다. 타향살이의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인한 정신의 시달림과 후반전 인생을 의미 있게 가꾸어 갈 꿈을 꾸면서 재해석을 이루어냈다.    이 상 렬(문학평론가)

- 죽는 순간이 바로 글쓰기도 끝나는 순간

▶그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곧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고 말한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의 말을 인용하며, “죽는 순간이 바로 글쓰기도 끝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자꾸 닦아야 녹이 슬지 않는 놋그릇처럼, 무뎌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필을 계속 쓸 것이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가 쓴 글을 통해 영혼을 위로받고 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영혼의 교감으로 힐링하게 된다면 수필가로서의 소명을 다한 것이다"고 말했다.

- 평생 바쳐 일궈낸 작품들 수필 전집 낼 계획

▶힘자라는 데까지 창작에 열정을 쏟으면서 후진을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창작이야 목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지만, 후진 양성은 대강 고희쯤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목표는 희수 아니면 팔순 때쯤, 작가로서 평생을 바쳐 일궈낸 작품들을 모두 모아 수필 전집을 낼 계획이다. 이것이 내가 이 아름다운 지구별에 잠시 와서 머물다 떠났다는 유일한 증표가 될 것이다.

 

저서로 '수필 쓰기의 모든 것' 등 다수.
교원 문학상, 중봉 조헌문학상. 흑구문학상 젊은 작가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성호문학상, 흑구문학상, 코스미안상 등 수상
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현재 영남수필문학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포곡수필, 수필문학회에서 후진 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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