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티아고 '한티가는길'
한국의 산티아고 '한티가는길'
  • 이흥우 기자
  • 승인 2024.04.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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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북쪽으로 약24km, 행정구역으로는 경상북도 칠곡군 동명면 득명리에 자리한 한티는 서쪽 가산(해발 901m)과 남동쪽 주봉인 팔공산(1,192m) 사이에 위치하며 가산에서 동쪽으로 3.3km 떨어진 깊은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600m를 넘는 이 심심산골은 천혜의 은둔지로서 조선 정부의 박해를 피해 숨은 천주교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었던 곳이다.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가실성당(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부터 신나무골성지 - 창평지 - 동명성당 - 진남문 - 한티순교성지까지 45.6km의 길을 종주하는 한국판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이다.

한티가는길 그림도. 이흥우 기자
경북 칠곡군 동명수변공원내 설치되있는 설명도. 이흥우 기자

'한티가는길'은 경상북도와 칠곡군 그리고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함께 조성하였으며 총 다섯 구간으로 이어져있다. 이 길의 주제는 '그대 어디로 가는가'이며 각 코스는 돌아보는 길, 비우는 길, 뉘우치는 길, 용서의 길, 사랑의 길이라는 부제를 지니고 있다.

한티는 박해를 피하기에는 좋은 곳이었으나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여름에는 습기가 가득하고 겨울에는 한파가 찾아오는 환경은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경북 칠곡군 동명수변공원내 설치되어 있는 그림도, 이흥우 기자
경북 칠곡군 동명수변공원내 설치되어 있는 설명도, 이흥우 기자

무진년(1868) 박해로 인하여 한티의 신자들은 순교하여 그 자리에 그대로 묻히게 되었으며,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으로 종교의 자유가 주어진 이후 순교자들을 기념하며 한티에는 성지가 자리 잡게 되었다.

순교자들이 생전에 숯과 옹기를 짊어지고 다니던 길을 발굴하여 2016년 칠곡군에서 정비하여 한티가는길로 조성하였다.

"산티아고길은 우리말로 ‘성(聖)야고보의 길’이다. ‘성 야고보’는 예수님의 12사도 중 한 분이다. 그는 스페인 지역 선교를 위해 그 먼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후 그의 무덤은 생전에 그가 걸었던 스페인의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모셔졌다.

수 백 km가 되는 ‘산티아고길’은 프랑스 쪽에서 출발하든 포르투칼 쪽에서 출발하든 순교자인 야고보 사도의 무덤을 참배하며 순례가 끝난다. 그러면서 자기가 왔던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