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착각을 부른다
망각은 착각을 부른다
  • 최성규 기자
  • 승인 2023.07.25 1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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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벌써 잊어도 되는가
마스크 쓰면 오히려 눈치 보여

3호선 모노레일을 타고 남산역에 내린다. 개찰하고 밖으로 나간다. 불주사 같은 자외선이 머리에 내리꽂힌다. 작은 광장 한쪽에 파라솔이 보인다. 파라솔 아래 탁자에 중년의 여인들이 몇몇 앉았다. 게 중에 한 여인이 쪼르르 달려 나온다. “이거 집에 가셔서 한 번 읽어 보세요.” 얼떨결에 받아 쥔 종이를 들여다본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로 그 ‘신천지’라는 종교의 홍보지다.

2020년 2월을 대구 사람들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드디어 대구에도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으니 말이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으로 시민들에게 각인되어 있었다. 단 한 명이 240만 대구 시민들을 가둬버렸다. 몸도 가둬버렸고 마음도 가둬버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점심때 외식을 하는 직장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식당이 일제히 문을 닫아버렸다. 식당 입구마다 휴가 팻말이 붙었었다. 퇴근하면 집에 가기 바빴다. 술집도 노래방도 문을 닫아버렸다. 코로나19는 법보다 더 무서웠다.

이후, 코로나19에 걸린 이가 단 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고 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원인은 바로 ‘신천지’라는 종교단체였다. ‘신천지’는 본의 아니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신천지라는 단체에 집중되었다. 코로나19가 만든 ‘공공의 적’이었다. 무서웠던 시기였다.

2023년 7월 남산역 앞, 이제 신천지라는 단체가 아무 거리낌 없이 홍보하고 있다. 누구 하나 이상한 눈길을 보내는 이 없다. 그동안 너도나도 코로나19에 걸렸던 경험들이 있으니, 이제는 누구를 탓한다는 자체가 이상할 뿐이다. 3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의 일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망각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신천지’라는 단체를 싸잡아 비난했던 게 미안해질 지경이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볼일을 보러 간다. 지하철 입구까지 탈래탈래 마스크를 손에 끼우고 간다. 지하철 입구에서 마스크를 낀다. 주변에 누구도 마스크를 낀 이가 없다. 지하철이 도착하여 문이 열린다. 타면서 휙 둘러보니 마스크를 낀 사람이 아주 드물게 보인다. 내가 앉은 의자에는 나홀로 마스크족이다. 옆의 총각이 힐끗 쳐다본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내가 잘 못 되었는지, 이유 없이 위축되는 마음은 또 뭔가.

대구지역 7월 셋째 주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2천 788명이고, 이 중 60대 이상이 3천 996명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지난주 대비 41.2% 증가한 수치라 한다. 60대 이상에서 사망도 3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단 1명이 발생했을 때는 모든 시민의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었는데, 1만 2천 788명이 발생했는데도 시민들의 몸과 마음은 아무런 변화가 없어졌다. 불과 3년간의 변화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아직은 경계해야 할 대상임은 틀림없는데 말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고 있다. 이제 독감 수준의 전염병으로 간주한다는 뉴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은 과연 끝났는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확진자 통계로 증명이 된다. 고령자들에게 닥치는 위험은 아직도 심각하다. 이제 스스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망각은 착각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