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명강]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
[명사들의 명강]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
  • 김정근 기자
  • 승인 2023.07.24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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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중요한 가치 ‘사랑’, 그 사랑은 모성으로 완성돼
가장 가치 없는 물건인 걸레, 아들 위해 희생하는 母 같아
정호승 시인이 자신의 시 ‘폐지(廢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정호승 시인이 자신의 시 ‘폐지(廢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재)수성문화재단 정호승 문학관(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은 7월 11일 오후 2시 정호승 문학관 지하 1층에서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2회 정호승의 시 이야기’ 북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행사는 대구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선착순 50명의 참석인원 제한으로 조기에 마감됐다.

행사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정호승의 詩 이야기, 모성(母性)을 노래하다’라는 제목으로 정호승 시인의 시에 내재 된 ‘어머니의 사랑’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호승 시인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랑이고 그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 모성으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사랑은 희생, 무한성, 절대성, 무조건성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사랑에서 우리 인간은 사랑의 본질적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며 본인의 시를 통해 어머니와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시인은 자신의 시 ‘폐지(廢紙)’에서 폭우에 젖은 폐지에 사라지지 않는 글씨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말했다. 즉 어머니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존재, 불변의 존재라는 것이다. 또 ‘걸레의 마음’은 시인이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며 쓴 시였다. 사람들은 걸레를 가치 없는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평생 자식을 위해 사셨던 어머니처럼 걸레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라 남을 위해 산다고 했다. 이어서 ‘녹명(鹿鳴)’, ‘그리운 목소리’, ‘하늘의 그물’, ‘나무 그림자’, ‘혀’, ‘허물’ 등의 시에서 모성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강의 후반부에 정호승 시인의 시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를 가수 안치환의 노래로 들으며 참석자들이 각자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나빈 쿠마르(Navin Kumar)가 만든 2분짜리 초미니 영화 ‘분필(Chalk)’을 보며 참석자들은 이 세상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숭고한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정호승 시인과 참석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깊이 와닿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언제였는지?

▶어머니의 사랑이 없었다면 내가 인간으로 이렇게 존재하고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자식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비로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다. 나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들의 시집을 들고 읽었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곡가들이 정호승 시인의 시를 노래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지? 마음에 드는 노래는 무엇인지?

▶나는 노래를 위해 시를 쓴 적은 없다. 그러나 노래가 시보다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 즉 멜로디의 힘이 문자의 힘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래가 시의 세계를 확장하고 깊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의 시 중 김광석이 부른 ‘부치지 않은 편지’는 군부 독재 시절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쓴 시였다.

-‘또 기다리는 편지’라는 시를 쓸 때 시인께서는 누구를 그리워하고 기다렸는지?

▶어떤 구체적인 대상을 기다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다림은 중요하다. 사랑에서 기다림이 없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어머니는 자녀를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나는 현재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 그것이 삶의 중요한 뼈대 역할을 한다.

이어서 행사에 참석한 이수정(범어동)씨는 “정호승 시인을 직접 뵙고 유익한 강의를 들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문화 행사가 대구에서 좀 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정호승 시인이 매달 한 번씩 정호승 문학관에 오신다니 이 행사가 좀 더 홍보가 되어 대구시민들이 많이 참석하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정호승 시인은 “어머니라는 존재는 인간의 삶과 영혼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해보는 귀한 시간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