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의 '시(詩)로 건네는 따뜻한 기도' 신앙강연
정호승 시인의 '시(詩)로 건네는 따뜻한 기도' 신앙강연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2.12.2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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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천주교회 성탄맞이 '대림절 9일기도'의 일환
대예배당을 가득 매운 청중의 열기 속에 성황
자작시와 성인들의 어록 십수 편 낭송하며 신앙강좌 진행

 

지난 12.20(화) 저녁 8시에 달서구 도원동에 있는 도원천주교회(주임신부 F.하비에르)에는 많은 신도가 모여들어 대예배실을 가득 메웠다. 신도뿐 아니라 일반인도 많았다. 두 주일 전부터 신도들에 대한 안내와 성당 울타리에 붙은 현수막이 사람들을 불러모은 것이다.

동 성당의 '대림절 9일기도' 성탄준비 신앙강좌의 하나로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의 '시(詩)로 전하는 따뜻한 기도' 강좌는 1시간 40여분 동안 진행되었다. 강좌 주제에 맞는 자신의 시 전문을 화면에 띄워놓고 낭송하며 하느님과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 사랑에 동반되는 고난과 고통, 외로움과 기다림, 절망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는 의지 등을 유머를 곁들여가며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강좌에 소개된 자작시가 십여 수나 되고, 성인과 대문호들의 어록도 십여 개나 인용되었다. 그러고보니 가톨릭 신자인 때문도 있겠지만 제목이나 싯귀만으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시인의 신앙심이 많이 내포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청중의 심금을 울리고 주옥 같은 내용들이었다.

정호승 시인이 청중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권오훈기자
정호승 시인이 청중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권오훈기자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해본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
(佛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신부)
인생은 잠깐이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날아가는 짧은 순간이다. 부지런히 사랑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사랑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시인은 하느님 사랑의 구체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모성(母性)으로 완성된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성과 닮았다.

詩(하늘의 그물)
'하늘의 그물은 성글지만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다만 가을밤에 보름달 뜨면  새끼들을 데리고 기러기들만 하나둘 떼지어 빠져나갑니다.'

죄많은 인간은 최후의 심판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유일하게 어머니의 희생, 무조건적, 절대적, 무한한 사랑의 힘만이 통한다. 곧 예수님 사랑의 힘과 같다. 
'하느님이 바빠서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 (탈무드, 사랑의 본질적 가치) 사랑의 거룩함만이 그물을 빠져나간다.

사랑이 시작되면 동시에 고통도 시작된다. 그늘, 눈물이 수반된다.
'사랑'과 '고통'은 동의어다.
모든 인생은 고통에서 시작한다.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
'사랑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없는 사랑은 없다' (김수환추기경)
'고통이란 수를 놓은 천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
수틀 뒷면은 얼기설기하다(고통), 앞면 예쁜그림(사랑)을 위해.
'포도가 짓밟히지 않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다. '
'장미의 향기는 가시에서 난다'
꽃잎에서 나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의 고통은 내 존재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있다.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이상 고통이 아니다. 의미없는 고통은 없다.'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 나치 수용소에서 끝까지 생존하여 이 만행을 천하에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버팀)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견디는 것이다'
(박완서, 3개월 간격으로 남편과 아들 보냈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사는데 불행히도 하루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
그래도 비행하며 열심히 산다.
함안 700년전 고려시대 성산산성 발굴할 때 연못터에서 연씨 발굴 심은 세 알 중 한 알 발아. '아라연꽃'이라 명명
참고 기다리고 견디자.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괴테)
스테인드글라스는 통유리에 작업하지 않는다. 깨어진 유리 조각들이 모여 위대한 예술품을 탄생한다.

詩 '수선화에게'는
인간의 외로움을 노래한 시다.
죽음은 인간의 본질, 마찬가지로 외로움도 인간의 본질이다.
연약한 수선화, 연노랑색을 인간의 외로움에 빗대 쓴 시
사랑 받아도, 사랑해도 외롭다. 못 받으면 더 외롭다.
시인은 마지막으로 시는 논리나 과학으로 설명될 수 없고 그 이전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다고 전했다.

강연 후 청중 한 사람의 요청을 받아 정호승 시인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권오훈기자
강연 후 청중 한 사람의 요청을 받아 정호승 시인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권오훈기자

 

한편, 정호승 시인은 원래 경남 하동 출생이나 대구에서 삼덕초, 계성중, 대륜고를 졸업하고 경희대와 대학원을 나왔다. 1972년에 등단하여 주옥같은 많은 시를 발표하여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가 많다. 그의 시 칠십여 개가 노래로 만들어져 양희은, 이동원, 김광석 등 인기가수들에 의해 불리고 있는데 노래를 부른 가수만 알 뿐 가사를 쓴 원작자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이날 강좌를 들은 주민 윤찬원씨(68· 도원동)는 "시인의 시를 좋아해 시집도 여러 권 구입해 읽었지만 직접 자작시 낭송과 함께 강좌를 들으니 영적으로도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며 감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