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와 찰떡궁합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물 뿌리고 들여다보고. 씨앗 뿌린지 한참 만에 연둣빛 싹이 돋았다.
작년 늦가을이었다. SNS에 꽃씨를 나누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칭 시골에 살고 있는 자연주의자로 가끔은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분노하기도 한다는 그분은 꽃과 나무에 대해 엄청 박식했다. 원래부터 시골에 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귀촌하여 식물을 가꾸며 사진과 글로써 가르침을 주고, 씨앗을 거두어 나눔을 하는 것이었다.
몇 가지 씨앗을 받고 싶다고, 착불로 보내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그분은 수십 명에게 일일이 주소를 적고, 씨앗 봉투에 꽃 이름을 적어 사비로 보내주는 수고로움을 자처하였다. 우체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꽃씨를 잘 건사하여 봄날에 흙을 파서 묻었다. 들여다볼수록 애가 탔다. 꽃씨 보내준 성의를 봐서라도 싹이 트기를 간절히 바랐다. 드디어 화분에 심은 씨앗이 눈을 뜬 것이다. 그러나 마당 가에 심은 씨앗은 미안스럽게도 감감무소식이다.
물주고 들여다본 성의에 보답하듯, 고 여린 것이 제법 낯짝을 두껍게 내민다. 조심조심 이파리를 땄다. 고맙고, 고맙다. 김천 어디메 꽃농원에서 바지런한 손길 따라 내게로까지 온, 바질 이파리를 첫 수확 했다. 돈 주고 사서 심는 씨앗이나 모종에 비교하랴, 이 바질은 인정의 향기로 안겨 온다.
바질은 서양 요리에 사용하는 향신료로만 알고 있다. 토마토와 궁합이 잘 맞아 피자와 파스타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의 동의보감에도 바질이 떡하니 자리한다. 한약명으로 나륵(羅勒)이며 음식을 소화 시키고 나쁜 기운을 없앤다니 위장에 좋은 약재였다. 나륵자(羅勒子)는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서너 알을 넣으면 함께 나온다고 하였다.
바질은 서양에서는 식재료로 사용하였고, 동양에서는 약재로 사용하였다. 그 차이로 인해 음식문화에 엄청난 변화를 보인다. 동양에서는 자주 접하지 않으니 생소할밖에. 이제는 지중해식 건강식을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마트에 가면 쉬이 바질을 구할 수 있다. 아니면 바질 모종을 화분에 키워도 된다.
여러모로 이용할 가치가 높은 바질이다. 바질은 신경성 두통과 구내염 치료작용이 있으며,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갱년기 여성에게도 도움을 주는 식재료이다.
냉동실에서 토르티야를 끄집어내어 팬에 살짝 구운 후, 방울토마토와 바질로 토핑한 후 치즈를 뿌려 뚜껑을 덮고, 약한 불에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탈리아 요리를 먹으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바질 향기가 주방에 가득하다. 기호에 따라 핫소스나 꿀을 곁들여도 된다.
그리스어로 왕이라는 뜻의 바실레우스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바질은, 역시 허브의 왕좌에 앉음직하다.
주의 : 바질은 혈당을 낮추는 특성이 있다.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섭취에 주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