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섬긴다는 ‘안심 성봉요양원’ 문성희 원장
입소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섬긴다는 ‘안심 성봉요양원’ 문성희 원장
  • 유무근 기자
  • 승인 2022.10.13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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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들 같은 요양보호사는 성봉 요양원의 자랑
- 중견 시인으로도 활동, '가슴에 묻어둔 침묵' 등 시집 2권 출간
복지 공무원 정년 퇴직 하고 인생 후반전에 '안심 성봉요양원'을 운영하는 문성희 원장   <유무근 기자>

 

“우리 시설의 자랑은 천사 같은 요양보호사 직원들입니다”라는 문구는, ‘안심 성봉 요양원’ 슬로건이다.

입소 어르신들을 가족처럼 돌본다는 정평이 난 노인전문 요양원이다.

5남매 맏이로 자라 복지담당 공무원으로 30년째 봉직하고 2017년 정년퇴직하였다.

자택 4층짜리 건물에 선친은 어린이집 개원을 염두에 두었다.

맏아들의 꿈은 달랐다. 노인전문 시설이었다. 공직생활 동안 복지 관련 업무에 종사해 왔던 점을 사려깊은 선친이 장남의 뜻을 받아들여 유치원 사업 계획은 접었다.

 "늘 어렵게 살아왔던 시절, 나라 경제에 이바지한 어르신들 여생에 따뜻한 밥이라도 정성껏 베푸는 것이 복 짓는 것이다”라는 유지(遺旨)를 받들어 2014년 동구 안심로에 노인돌봄 전문시설을 개원했다.

부부가 함께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추고 아내와 의기투합하여 공직생활 30년 인생 후반전에 안심 성봉 요양원을 개원한 문성희 원장을 만났다.

◆ 천국으로 인도하는 천사들

▶ 문 원장은, 경북 고령 출생으로 대구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1987년부터 2013년까지 달서구청 복지과에서 복지 관련 업무를 했다. 12월이면 동대구역 구세군 자선 남비 봉사도 했다.

▶ 개원한 성봉 요양원은 원훈(院訓)과 임무와 비전부터 남다르다.

원훈은 ‘받든다, 살핀다, 베푼다’로 어르신들을 모시는 기관으로 인간 존중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문 원장의 이런 창업정신과 시설을 운영하는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다.

임무 ‘미션’에서,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가 성봉의 주인이다!>’라는 강령으로 직원들에게는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원장 본인도 항상 <섬김>이라는 마음가짐을 몸소 실천하기 때문이다.

그 솔선수범 실천은 직원들의 의식에 크게 다가왔다.

평소 문 원장은 요양보호사들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시설 내 요양보호사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 정신을 성봉 요양원의 제일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몸에 밴, 직원 존중은 자연스레 임직원들도 문 원장의 인품에 매료되어 입소 어르신들을 내 가족 모시듯이 섬기는 원동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존경하는 롤모델인 선친의 휘호를 부채에 담아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는 문성희 원장    <유무근 기자>

 

- 운영에 괴롭고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 정부 차원에서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 차원으로 위탁하는만큼, 처음부터 이윤을 염두에 두고 봉사 정신이 없었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간혹 보호자 분들의 과격한 폭언 등으로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궂은 일은 다 맡겨 놓고, 잊을만하면 효자처럼 나타나서 천사 같은 선생님(요양보호사)들을 울릴 때가 있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옆 사람 돌보고 있는 중에 불쑥 나타나 '왜 우리 엄마는 등한시하느냐!'며 자기 집에서라면 대수롭지 않았을 일을, 언성을 높입니다. 요양원에서 가벼운 상처만 생겨도 “당신네가 케어를 잘못했다"며,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며 억지를 쓸 때는 개원을 후회한 적도 있었지요. 격한 언사로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울리는 일도 있습니다.

* 배회하는 성 치매 어르신은 보호자와 협의하여 일정한 시간 신체 일부분을 묶어두는 때도 있어요.

체위 변경이나 식사 시간 때에 잠시만 시야에서 사라져도 낙상으로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요.

치매로 아기가 되어 손발 주무르며 달래야만 하는, 천진난만한 눈망울로 누구를 기다리는 듯한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 어떤 때가 보람인지요?

▶ 천사같은 성품을 가진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만나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인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여러 사정으로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수를 다한 어르신들의 마지막 가시는 임종 길에 보살핌으로 편안히 가실 수 있도록 배웅해드리는 씁쓸한 보람도 있습니다.

- 노인요양시설 현황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요?

▶ 참여정부 시절, 장기 요양보험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노인 관련분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한 요양병원을 필두로, 노인요양시설도 노인요양원, 방문요양시설, 주간보호시설, 재가요양시설 등 많은 시설이 새로 생겨 과잉 분포되었기 때문입니다.

* 장수 시대에 노인시설도 어느덧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창업업종으로 변질하면서부터는, 공익적 가치보다는, 사익에 치중되는 영리사업 분야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영리를 추구하는 사익 집단은 당연히 경제적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결정했고, 급기야 노인요양시설들은 하향평준화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안심 성봉요양원 원훈. 미션. 비젼에서 문성희 원장의 추구하는 공동체 밝은 미래가 보이는 듯 하다  <유무근 기자>

 

◆ 차별성

- 안심 성봉 요양원은?

이런 상황에서도, 성봉 요양원이 친절로 정평이 난 배경에는, 처음 문 원장의 의지대로, 나라 발전에 초석을 다진 어르신들에게 오직 원훈(院訓)의 일념으로, 30년 ‘사회복지직’ 공직생활에서의 전문성이 타 업체에 비해 생활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주일에 2번, 월 8회 외부 공연 날, 아내는 낭랑한 감성적 목소리로 시 낭송을, 문 원장은 하모니카 연주로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문 원장은 휠체어 탄 어르신 군중 안으로 들어간다. 일일이 손잡아 주고 허리 굽혀 포옹하며 "건강하세요." 속삭여 준다. 눈높이 맞추어 미소 머금은 그 모습이 5년이 지난 지금도 기자의 뇌리에 천사 원장으로 각인되어 있다.

부원장인 아내도 힘들어하는 때가 있다. 간혹 막무가내인 보호자들 때문에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시설 입구에 붙여놓은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천사다! 천사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말자!”라는 구호를 보면서 선생님들과 더불어 위로와 위안으로 삼는다고 한다.

-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 ‘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가답게, 노인 관련 예산을 부족함 없이 책정해 줄 것과 경쟁관계에 있는 요양병원과의 차별성을 제시해 달라고 말한다.

* 먼저 장기 요양보험대상자 선정은 생각보다 엄격한 부분이 많다.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6개월 단위로 노인분들의 장기 요양등급 재평가) 이런 부분들은 보호자들의 경제적, 심적 부담을 가중해 생업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까지 생기게 한다.

* 특히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국가가 노인 요양에 국가적 책임을 천명한 만큼, 장기 요양보험 취지대로, 골고루 적재적소에 장기 요양보험을 수급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 요양병원과의 모호한 구분으로, 장기 요양 진료가 필요한 환자군과 단지 요양시설을 이용해도 될 보험수급자들인 노인분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면이 있다.

* 실제 병원의 경우, ‘간병사’ 이름으로 불리는 인력이 마치 요양보호사라는 전문가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저하하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특히나 요양원시설보다 못한 일부 병원(기본적인 근력운동조차 공급하지 않는 병원들)기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안심 성봉요양원 건물 전경  <요양원 제공>

 

◆ 롤 모델은 아버지

문 원장은, 안심 성봉요양원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주신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새마을 사업에 앞장서 온 선친은, 5남매를 모두 대학에 진학시키고 사회 역군으로 배출하신 분이다. 소작농으로 고된 삶을 이겨내신 성실성과 어미 거미의 희생을 가슴에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한 번씩, 요양원에 봉사활동을 하려고 오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문 원장은 자신의 저서, 한 문장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청춘아! 지혜 없는 젊음은 너무 믿지 마라! 그 열정에 데이면 너무 아프다. 그러나 실패를 두려워 마라,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포기하는 것이다!”

노인의 지혜를 강조한 이 문장은, 문 원장이 ‘안심 성봉 요양원’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삶의 지혜를 그대로 간직한 어르신들을 통해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안심성봉요양원’이 그 역할을 담당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평소 정직을 생활신조로, 지역사회에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는 문 원장이다. 대구 경북 일원에서 반듯한 요양원으로 정평이 난 것은, 보호자들 가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주 야 불침번으로 보살피는 한 쌍의 천사 부부가 있기에, 지금도 가까이서 벗이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문 성희 원장은, 문장 작가회 부회장, 대구시인 협회 간사, 국제 펜 한국 본부, 대구 문인협회 이사, 죽순 문학회 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하며 서정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시 부분 신인상 작가상 다수, 문학계 중견 시인

▶ <가슴에 묻어둔 침묵>, <가슴에 묻어둔 외침> 등의 시집 2권과

수필집 <열린 수필 6 >(공저)를 발간했다.

문학계 중견 작가 문인으로 활동하는 문 원장의 시 한 편을 실어본다.

 

-풀잎-

가냘픈 풀잎이라 얕보지 마라.

누울 때 눕고 설 때 설 줄 아는

내게도 지조가 있다.

밤에 내린 파편에 상처 난 몸에도

햇살이 내리면 진주가 되니

인연의 끈 참 질기기도 해라

예쁜 꽃잎 바람 타고 낙화유수 춤출 적에

텅 빈 꽃술 알몸이 되었네

벌거벗은 몸으로 동장군 맞이하니

이 또한 환희를 꿈꾸는 인고가 아니던가?

살 곳처럼 성이 나면 파란 하늘

칼이 되어 춤을 춘다.

가냘픈 풀잎이라 얕보지 마라

 

요양원 건물 4층 옥상 <치유의 동산> 정원 茶 공간에서 문성희 작가의 시 밭을 감상할 수 있다.

문성희 작가 저서 <가슴에 묻어둔 외침>에 그의 약력이 소개되어 있다.   <유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