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가업 이어가는 정용섭 씨 "포항제철 근무복은 우리 아버지가 만드셨죠"
64년 가업 이어가는 정용섭 씨 "포항제철 근무복은 우리 아버지가 만드셨죠"
  • 강문일 기자
  • 승인 2021.01.1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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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내 유서깊은 옷 수선집
35년 전 부친과 함께 운영, 지금은 사장
정용섭 사장께서 직접 옷 수선하는 모습입니다. - 강문일 기자
정용섭 사장이 직접 옷 수선을 하고 있다. 강문일 기자

겨울 점퍼 호주머니 지퍼가 고장이 났다. 넣어 둔 물건을 분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내 나온 걸음에 고쳐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수선집을 찾았다. 여러 군데 수소문을 해서 찾아갔지만 수선이 안 된다고 해서 몇 번이나 허탕을 쳤다. 죽도시장에 가서 다시 옷수선집을 찾아봤다. 이리 저리 두리번거리는데 노점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가 한 가게를 가르쳐 주었다. 포항에서 역사가 깊고 제일 오래 되었는데 웬만한 것은 사장이 직접 수선을 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고려마크사’이다.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버스 종점 옆 골목 안에 있는 고려마크사는 환갑을 넘겨도 한참 넘긴 정용섭 씨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그는 가게의 내력과 그간의 일들을 얘기했다.

-고려마크사는 언제 창업했나?

▶예전에는 오거리(죽도시장~송도 가기 전) 코너에 있었습니다. 부친께서 직접 운영하셨고요. 1957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64년이나 됩니다.

-언제부터 본인이 운영했나?

▶35년 전부터 부친과 함께 하다가 부친께서 10년 전에 지병으로 돌아가신 후 제가 물려받았습니다.

-옛날에는 어떠했나?

▶1980년대에는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을 비롯해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포스코의 자회사와 협력회사들이 70여 개 있었어요. 그래서 회사 작업복은 대부분 고려마크사로 직접 와서 맞추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는 직원들은 거의 다 직접 옷을 찾으러 왔었죠. 

당시 포스코는 출퇴근복이 일명"노란제복"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때는 자가용이 거의 없었지요. 포스코 출퇴근 시에는 대부분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였으며, 현장에 들어갈 경우에는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서 업무를 하곤 했었지요.

-언제 죽도시장으로 이전하였나?

▶개인적인 일로 1년 정도 쉬다가 3년 전에 죽도시장 버스종점 앞 골목으로 이전했습니다. 작업복은 취급하지 않으며 수선만 합니다. 옷을 수선하면서 각종 명찰, 자수, 상패, 명함 인쇄, 광고물 일체, 군 장구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시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루는 나이 드신 할머니가 옷을 가져와서는 수선되겠느냐 말씀을 하셨어요. 사연을 듣고보니 포항에서 1시간 여 떨어진 시골에서 오셨다고 하셨어요. 수선해드렸는데, 보름 여 뒤에 다시 오셔서 정성으로 키운 고구마를 주시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내와 함께 슬하에 1남 1녀가 있는데 자녀들은 이미 출가해 따로 살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나이가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겁니다.

- 포부가 있다면 한 말씀

▶ 차후 손님들이 많이 올 것을 대비해서 더 넓은곳으로 이전하고 제가 하는 일이 거의 수작업이라 바쁠때는 혼자하기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직원 한 명을 채용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