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재단사 경력의 옷 박사, '명품 의류 수선 전문점' 신광식 대표
51년 재단사 경력의 옷 박사, '명품 의류 수선 전문점' 신광식 대표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2.02.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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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양복기능사 1급 자격증 취득
제일모직 검사과장, 봉제과장 역임
100대 1 경쟁 뚫고 기능올림픽 출전
미국 팬암항공 승무원 유니폼 제작
신광식 이태리패션 대표. 최종식 기자
'이태리패션' 신광식 대표. 최종식 기자

번화한 시가지가 아닌 골목길에 51년의 화려한 경력의 명품 재단사가 수선전문점을 열었다. 명함만 봐도 그가 얼마나 훌륭한 재단사인지 당장 알 수가 있었다.

‘제일모직 경력 20년, 이태리 패션, 명품 각종 의류 수선, 1980년 양복기능사 1급 자격 취득, 옷 박사 명품 수선’ 등 화려한 문구가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최근 대구광역시 달서구 죽전동에 문을 연 수선전문점 ‘Italy Fashion’ 신광식(70)대표다.

전문점 입구에서부터 영어로 된 간판이 대수롭지 않게 보였다. 수선 종목에 ‘알마니, 페르가모, 입색로랑, 제나, 셀리, 로로피아나’ 등 서민들에게는 전혀 낯선 명품들이 열거되어 있어 기자의 눈을 놀라게 했다.

점포 안을 들어서자 옷걸이에는 수십 가지의 명품 양복들이 걸려 있고 알록달록한 실꾸러미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쟁여 있는 모습이 과연 이 곳이 그 유명한 전문점임을 당장 알게 해주었다.

화려한 복장에 열심히 재봉틀로 작업 중인 신 대표가 정중하게 기자를 안내하였다. 처음 대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신중하며 옷에 대한 장인 정신이 배어 있었다. 그 동안의 재단사로서의 경력과 지금의 옷 수선에 대한 자세한 내용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재단사 경력이 대단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경력을 좀 말씀해 주실까요?

▶네, 저는 올해로 재단사 일을 시작한 지 51년이 됩니다. 처음 서울 명동 패션거리에서 야심차게 시작했지요. 세월이 참 빠르네요. 열심히 한 댓가로 기능올림픽에도 참가하는 기회도 얻었고 미국 회사에 취직하여 전 유럽을 다녔습니다.

- 경력이 훌륭하십니다. 우선 서울에서 일하실 때 기능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내용에 대하여 말씀해 주실까요?

▶네, 1970년대 일입니다. 당시 명동, 충무로에서 500여 개의 양복점에서 내로라하는 양복쟁이들이 기능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선발전을 펼쳤습니다. 그 경합에서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종 5명에 선발되어 올림픽에 출전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입상은 놓쳤으나 참가 자체만으로도 당시는 기술과 실력을 인정받아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기능올림픽 참가는 참 대단한 일입니다. 입상을 놓쳐서 안타깝군요. 그러면 미국 회사에 입사하여 활동한 경력에 대하여 말씀해 주실까요?

▶기능올림픽에 참가한 경력으로 1983년 미국 바하마크루즈, 팬암 항공에 스카웃 되어 도미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10년 동안 두 여행사, 항공사 직원들의 유니폼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업 에이전시가 전 세계에 걸쳐 있기 때문에 10년 동안 유럽 20여 개국을 다니며 유니폼을 디자인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습니다. 그 때가 내 생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죠!

- 미국 회사에 스카웃 되어 유럽의 패션계에서 일한 흔적은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된 것 같습니다. 그 후로는 어디서 활동하셨나요?

▶네, 일신상의 이유로 1993년에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개인적으로 재단 일을 하다가 제일모직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과 원단에 대하여 나름 정통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20년 동안 열심히 근무하여 검사과장과 봉제과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외국에서 일하다가 국내에서 일하게 된 것도 애국하는 일이 아닐까요?

- 미국과 유럽에 10년 동안 근무하셨으면 영어 회화도 기능하시겠어요? 저는 영어 회화가 잘 안되어 해외여행 때는 힘이 듭니다.

▶네, 수준급은 아니지만 현지인과 대화가 가능합니다. 불편한 점이 없이 생활 영어는 자유롭게 구사하지요.

- 죽전동에 둥지를 틀었는데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대표님께서 수선점에서 취급하시는 의류는 주로 어떤 것인지요?

▶국내 의류로부터 수입 명품까지 모두 취급합니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역시 명품 의류입니다. 유럽 20여 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해외 브랜드를 취급했기 때문에 제품별 디자인 특징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최근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입 의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우리 점포에 들어오는 제품들은 버버리, 제냐, 빈폴, 크리스찬 디올, 프린세스, 탐탐 등입니다.

- 수선점을 운영하면서 에피소드나 보람된 일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네, 제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손님들이 다른 가게에서 수선이 불가능한 옷이나 잘못 수선해서 망가진 옷들을 깔끔하게 처리했을 때입니다.

한번은 손님이 바지를 가져왔는데 얼른 보기에도 백만 원이 넘는 고급 명품이었어요. 그 옷을 어느 가게에 맡겼는데 엉망이 된 것입니다. 그 염색법이 우리나라와 달리 재봉선을 건드리면 옷 색깔이 엉망이 됩니다. 이 점을 설명한 뒤에 거의 리폼급으로 수선에 들어갔죠. 나중에 옷을 입어 본 손님은 너무나 만족해하며 팁까지 두둑히 주고 갔답니다. 손님이 만족해 하시면 저는 그 이상 기분이 좋습니다.

- 시내 중심지가 아닌 골목길이라 고객들이 주로 서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명품 손님이 적을 것 같은데 대표님께서 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배려를 해주시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말씀해 주세요.

▶네, 제가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차원입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첫째가 저렴한 수선 비용이고 둘째가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막스마라 코트 더블 버튼을 원 버튼으로 고치는 작업은 백화점에서는 30만원이지만 저는 그 반값이 15만원을 받습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바지 밑단 줄이기는 2~3만원, 버버리 코트 소매 줄이기도 2만원이면 충분합니다.

명품이 아니더라도 자질구레한 일반 의류도 수선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숙련된 기술로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으니 누구나 믿고 맡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장기간 재단사로 명성을 날리던 1급 양복기능사가 고향으로 돌아와 명품 수선점을 연 것은 지역 주민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갈수록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에 자신의 노하우를 썩히지 않는 노인들의 경제활동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옷을 맡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도시의 외곽지에서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최고의 품질로 봉사하는 신광식 대표의 ‘이태리 패션’이 크게 성장하길 바란다.

명품 의류 수선점 '이태리 패션' 외부 모습. 최종식 기자
명품 의류 수선점 '이태리 패션' 전경. 최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