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고 나니
건강검진을 받고 나니
  • 허봉조 기자
  • 승인 2020.12.17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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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은 주기적인 검사로 각종 질병의 발견과 의학적 예방 목적
질병은 주변으로 전이되거나 합병증을 동반하여 오는 경우가 태반
백세시대, 친구를 사귀듯 질병과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행 바람직

4년 만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가슴을 짓누르던 묵직한 돌덩이 같은 숙제 하나 깨끗이 해결한 기분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안내문자와 잊을만하면 날아드는 우편안내에도 애써 외면해오던 참이었기에, 마음은 더욱 홀가분하다. 그럴 것을 왜 그렇게 미루어 왔느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다만, 원하지 않는 질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고 할까. 아니, 어쩌면 한두 가지 알고 있는 질병 이외에 신체적으로 불편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건강검진은,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각종 질병의 조기 발견이라는 의학적 예방관리에 목적이 있다. 연령이나 직업 등에 따라 검사 주기나 항목 등에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 2년마다 출생연도에 따라 짝수와 홀수로 구분한다. 키와 체중, 시력, 청력, 혈압 등 기본적인 사항부터 X-ray, 혈액과 소변을 통한 여러 가지 검사가 수반되며, 건강보험공단이 권장하는 각종 암 검사도 무료 또는 약간의 본인 부담으로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렇게 건강검진을 제때 받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나처럼 미루고 또 미루는 미련한 사람도 더러 있다. 병원에 예약을 하면서부터 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괜히 가슴이 띄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신물이 넘어오거나 트림이 자주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더불어 배변활동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면 우스운 일일까? 10여 년 만의 위 내시경 검사와 대장암 검사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미리 걱정하느라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건강검진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연중 어느 하루 날을 잡아, 한두 시간 문진과 몇 가지 검사와 면담 과정을 거치면 끝이다. 그토록 미루어왔던 검진을 마치고나니, 이 정도라면 매년 한다고 해도 어려움이 없을 것 같은 뜬금없는 상상이 끼어든다. 역시 사람은 상황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것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액 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질, 지방간 등의 수치를 확인함으로써 심․뇌혈관, 동맥경화 등의 질환을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시기를 놓치고 질병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큰 일이 아닌가.

10여 년 전에도, 4년 만의 건강검진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하고 지금껏 관리해오고 있다. 만약 그때도 차일피일 미루느라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 당뇨를 알아채지 못했다면 심각한 상태로 악화가 되었을 것이다. 만능스포츠맨이며, 먹성 좋고, 긍정적인 모습의 다부진 친구가 건강검진으로 예상치 못했던 위암 진단을 받아 주변을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전조 증상이나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는 질병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을 잃으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지 등 주변을 우울하고 힘들게 할 수 있다. 질병 관리를 위해 주변의 도움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탓이다. 질병도 외로운 것은 싫은지, 홀로 오지 않고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전이되거나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여 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건강검진을 받고 나니, 기말고사를 무사히 치른 학생이 된 기분이다. 아울러 나의 건강상태에 대한 성적표까지 받아들었으니, 마음과 함께 몸도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다. ‘연초에 미리 했더라면, 연중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후회도 밀려온다. 누군가 ‘올 한 해 가장 잘 한 일’을 묻는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은 것’이라 말하고 싶을 정도다.

백세 시대, 질병 없이 살기는 어렵다.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친구를 사귀듯 질병과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행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라면,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출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아 내년 6월말까지 검진기간을 연장한다고 하니, 아직 미루고 있다면 참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