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매일이 본 2020년-스포츠
시니어매일이 본 2020년-스포츠
  • 이철락 기자
  • 승인 2020.12.1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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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대구 수성평생학습센터에서 수강생들이 필라테스 강좌에 열중하고 있다. 여성 생활체육 종목으로서 인기가 많은 이 강좌도 올해 코로나19의 방역 지침에 따라 개강과 휴강을 반복해야 했다. 이철락 기자
지난 8월 대구 수성평생학습센터에서 수강생들이 필라테스 강좌에 열중하고 있다. 여성 생활체육 종목으로서 인기가 많은 이 강좌도 올해 코로나19의 방역 지침에 따라 개강과 휴강을 반복해야 했다. 이철락 기자

 

2020년 한국 스포츠는 코로나19 사태로 대회 연기, 무관중 경기, 관중 입장 수 제한과 같은 걱정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팬들에 대한 다양한 이벤트 제공과 새로운 기록을 곳곳에서 수립하기도 했다.

2020년 새해가 밝았을 때만 해도 한국 스포츠는 희망과 기대 속에서 많은 소식을 전해왔다. 지난 1월 한국 U-23 남자축구대표팀은 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권 획득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세웠다. 한국여자배구도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대륙 예선전에서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 무렵 중국에서는 후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전파가 갈수록 심각해졌고,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 등 스포츠계에 걷잡을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국내도 지난 1월 20일 인천에서 첫 확진자 발생을 시작으로 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지역의 국민체육센터와 평생학습센터는 휴관, 개방, 휴관 연장을 반복하다가 비대면으로 환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국프로야구는 3월 14일 막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2020시즌 시범경기 전 일정을 취소하였다. 프로축구도 무관중 경기 진행을 전제로 일정을 재조정했다. 농구와 프로배구도 2월부터 무관중 경기를 치르다가 3월 정규리그를 결국 중단하였다.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사태는 점점 더 악화하여갔다. 3월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내년 여름까지 1년 정도 연기하기로 합의하였고, 각 종목은 그에 맞춰 빠르게 일정을 조정하여야 했다.

국내 스포츠계가 코로나19의 여파를 이겨내고 다시 꿈틀거린 것은 지난 4월 말 이후다. 2021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아마추어 종목의 선수들도 4월 말부터 진천 선수촌에 들어와서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맬 수 있었다.

대구 지역 파크골프장도 개장했다. 파크골프가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이래 동호인 수가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해 6만 명이 넘었지만, 파크골프장은 전국에 210개 정도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로 라운딩 인원을 제한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다. 전국 곳곳에서 진행한 파크골프장의 신설과 증설 공사로는 급작스레 늘어나는 동호인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5월 중순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스포츠계는 다시 얼어붙다가, 6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조치하면서 스포츠 경기에 관중이 제한적으로나마 입장할 수 있게 되고, 국내 스포츠계에는 다시 희망의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전체 좌석의 10% 수준으로 관중 입장을 허가하면서 모든 구장에 ‘전자출입명부’ 제도를 도입하였다. 대구FC는 지난 5월 16일 개막전을 무관중으로 치른 이후 87일 만이었다. 이날 경기 티켓은 전석 매진되었다.

8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30%로 관중 입장을 늘려 스포츠계는 잠시 활기를 찾는가 했지만, 8월 1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한 2차 확산세를 보이자 다시 무관중으로 전환하게 된다. 해당 홈 구단은 사전 예매된 티켓을 모두 취소하고,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 조치해야 했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스포츠계의 시름은 점차 깊어져 갔다.

지난 8월 대구 팔현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인접 홀로 이동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동호인들을 구장에서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홀짝제와 같은 방식으로 라운딩 인원을 제한해야 했다. 이철락 기자
지난 8월 대구 팔현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인접 홀로 이동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동호인들을 구장에서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홀짝제와 같은 방식으로 라운딩 인원을 제한해야 했다. 이철락 기자

 

중대본은 지난 8월 23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수도권(2.5단계)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포츠 TV의 시청률과 유무선 생중계 시청자 수가 크게 늘고, 언택트 깜짝 이벤트도 생겨났다. 대구 달서구청은 9월 27일부터 지자체 최초로 ‘언택트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였다. 대회 주최측에서 지정한 전용 휴대폰 앱을 실행한 후, 신청한 구간에 맞게 5km, 10km, 하프코스를 홀로 뛰면 달린 거리와 경로를 기록해 주는 방식이다. 간단한 인증 과정을 거치면 주최 측 홈페이지에서 기록증을 출력할 수 있지만, 시상식은 하지 않았다.

중대본이 10월 11일, 49일 만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하자, 프로스포츠는 30%의 팬들을 맞이할 수 있는 길을 다시 열게 된다. 대한축구협회(KFA)도 10월 12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국가대표팀과 U-23 올림픽팀의 2차 평가전에 3천 명의 관중 입장을 허용하였고,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일본전 이후 대표팀 경기를 처음 직관할 수 있게 된 관중들은 무척 기뻐했다.

◆프로 골프와 축구에서 쏟아진 신기록들

11월 16일(한국시각) 미국프로골프협회(PGA) 4대 메이저 대회로 조지아주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아시아 선수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의 낭보를 전해왔다. 그동안 아시아 역대 마스터스 최고 성적은 2004년 최경주(50)가 낸 단독 3위였다.

11월 17일 한국축구대표팀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카타르와 A매치 원정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함으로써 통산 500승 고지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기 시작 16초 만에 터뜨린 황희찬(24·RB 라이프치히)의 선제골은 역대 A매치 최단 시간 득점 기록(20초)을 경신하는 신기록이 되었다. 경기 종료 직후, 손흥민은 소속팀인 토트넘이 준비한 전세기를 타고 팀에 복귀함으로써 한국 선수로서 새로운 장면을 남겼다.

신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1월 18일 황선우(17·서울체고2)는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25로 6년 9개월 만에 종전 기록을 0.17초 단축하며 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다.

◆3차 대유행…11월 24일부터 다시 10%로 제한

이때만 해도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장 수용 인원의 30% 범위에서 프로스포츠 관중 입장을 허용하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관중 입장을 50%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월 1일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7전 4승제)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17일 시작하였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매진 사례가 이어졌다.

고무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대본은 11월 24일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호남권은 1.5단계로 격상하였다.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도 입장 가능 인원의 10%로 다시 제한해야 했으며, 결국 서울 고척스카이돔에는 1천670명의 관중만 입장했다. 이날 NC 다이노스가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누름으로써 창단 첫 정규시리즈와 한국시리즈를 통합 우승하고 감격에 찬 깃발을 고척의 가을 하늘에 높이 흔들었지만, 관중석 10%의 함성으로는 이 기쁨을 가득 채우기에 부족한 느낌이었다. 팬들은 우승 장면을 즐기면서도, 코로나19가 만들어낸 2020년 한국 스포츠계의 깊은 시름을 TV를 통해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