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익장들의 반란, 조기 배구회가 떴다
70대 노익장들의 반란, 조기 배구회가 떴다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2.08.20 19:1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대 은퇴 교직자들의 조기 배구 모임
대구,경북 근무 70~80세로 구성
경북대학교 운동장, 효목초등학교 강당 활용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06:00~09:00

  우리나라가 2025년에 노인 인구 20% 이상의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됨에 따라 노인들의 건강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다행히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앞다퉈 노인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각종 체육 시설을 신설하거나 보완하여 노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파크골프가 누구나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가장 인기 종목으로 부상하여 강변마다 멋진 골프장이 조성되고 하루 종일 노인들이 북적대고 있다. 강변에서 삼삼오오 남녀 어르신들이 짝을 지어 라운딩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해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데 이와 달리 노인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지 모르는 배구에 관심을 가지고 조기 배구회를 조직하여 학교 운동장을 달구고 있는 노익장들이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화랑 조기배구회의 회원들의 모습. 최종식기자
화랑 조기배구회의 회원들의 화이팅 모습. 최종식기자

  화제의 주인공은 퇴직 교원들로 구성된 일명 ‘화랑배구회’다. 

 화랑배구회(총괄회장 최재원)는 이름부터 색다른 의미를 준다. 참석자들이 대구,경북에서 근무한 교원들이라 신라시대 심신 수련을 하던 무사 조직인 화랑도 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친목회장을 맡아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종회(79세)씨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조기 배구회인 ‘화랑 배구회’를 결성하게 된 연유를 말씀해 주실까요?

- 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여 앞으로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하여 교직 선,후배들이 모여 건강도 다지고 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하면서 서로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는 데 목적을 가지고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 회원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 네, 현재 대구,경북에서 근무하다 퇴임한 교직의 관리자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25명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평균 나이가 75세로 70세에서 80세 사이 선,후배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교장, 교감, 교육장들이 대부분이지만 앞으로 직급을 떠나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게 하고 회원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연락처: 010-8576-5446 김종회)

▶ 활동 장소와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 네, 매월 홀수(1,3,5주) 토요일은 산격동 소재 경북대학교 운동장에서 06:00부터 08:00까지 운동하고, 매월 짝수(2,4주) 일요일은 만촌동 소재 효목초등학교 강당에서 07:00부터 09:00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 배구는 기술을 요하는 종목이라 생각됩니다. 요즈음 노인들에게 인기 스포츠인 파크골프나 탁구, 골프 대신 특별히 배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 네, 교원들은 대부분 현직에 근무할 때 배구를 해본 경험이 있어 누구나 기본적인 기술은 가지고 있습니다. 체육을 전공하여 배구 꿈나무들을 지도한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기술보다는 그냥 배구를 즐기는 편입니다.

  과거 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을 친목회 날로 정하고 방과 후에 주로 배구 시합을 했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날이 어두워 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요. 배구는 우리 교직자들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은 종목입니다.

▶ 현직에서 배구를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실까요?

- 네, 70년 대 어느 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예비군 젊은 팀과 민방위 장년 팀으로 나뉘어 시합을 했어요. 그러니까 20~30대와 40~50대 선생님들이 맞붙었어요. 과연 누가 이겼을까요?

  혈기 왕성한 젊은 예비군 팀을 나이 많은 민방위 팀이 이겼습니다. 왜냐하면 나이 든 사람은 다져진 경험으로 배구를 해서 실수가 적은 편이지요. 배구는 강력한 스파이크도 중요하지만 순간 포착을 잘해서 빈 구멍을 공격해야 이기거든요. 지금도 그때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납니다.

그 때 너무 열심히 하다 날아오는 공을 잘 못 받아 손가락을 다쳐 아직도 구부러져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조기 배구회의 운영 방향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까요?

- 앞에서 밝혔듯이, 현재 구성원들은 주로 현직에서의 관리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자칫 평교사로 퇴임한 분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을까 우려가 됩니다.

  앞으로 대구,경북에서 근무하신 교원들이라면 누구든지 가입하여 함께 체력을 기르고 우의를 다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가 확충되면 조별로 나뉘어 정기적인 시합을 개최하여 체력 향상과 친목 도모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합니다.

  또한 교직에서 얻은 경력을 바탕으로 문해 교육 등 적당한 봉사활동이나 장학사업 등을 해 나갔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70대 노익장들의 배구 시합 광경. 최종식 기자
70대 노익장들의 배구 시합 광경. 최종식 기자

  본 기자는 ‘화랑 배구회’를 보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뜻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생의 황혼기인 70~80세의 은퇴 교원들이 조기 배구회를 조직해서 노익장을 과시함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퇴직 후 외롭게 살아가면서 치매나 각종 암을 앓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시쳇말로 ‘삼식이’가 되어 집안에 박혀 건강을 잃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내어 활기찬 삶을 유도하는 ‘화랑 배구회’가 크게 확장되어 세상을 선도하는 단체가 되었으면 한다.

  같은 회원인 박일구(70세, 전 교장)씨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평생 한 길을 걸어온 교직 선,후배들이 함께 모여 얼굴도 보고 운동을 즐기며 아침 식사와 막걸리 한 잔에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이 너무 커서 배구는 잘 못하지만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게 된다고 한다.

또한 최재원 회장은 배구 장비 일체를 기증하고 산수를 내다보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운동장에 나와 손수 경기 준비에 솔선수범하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뿐인가? 정교환, 김태수, 김영일(76세, 전 교육장)씨는 SNS를 통해 시사 해설, 각종 생활의 지혜와 좋은 작품을 소개하여 모든 회원들이 활기찬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싶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