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다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을 찾다
  • 권정숙 기자
  • 승인 2020.11.0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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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어르신들이 시 낭송 수업을 하고 있다. 권정숙 기자

 

지난 2일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대구 달서구 달구벌대로291길 100, 용산동)을 찾았다. 대구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용산동에 있는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송현동에 있는 점자도서관, 남산동에 있는 시각장애인 연합회 세 곳과 각 구별 시각장애인지회가 있다. 대구시각장애인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회원들은 대부분 나이 드신 어르신이고 또한 거의가 후천적인 장애를 입으신 분들이다. 녹내장이나 황반변성 같은 안과 질환 때문에 시력을 잃기도 하고 당뇨나 화재, 사고로 시력을 잃은 분도 계셨다. 

이날은 열두 분 정도가 시 낭송 수업을 받고 계셨다. 시 낭송은 치매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앞이 보이지 않아서 활동 반경도 좁아지고 우울감이 와서 치매에 노출될 염려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시를 읽고 외우면서 두뇌를 활성화시켜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우울감도 많이 감소되고 치매예방도 된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회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시 낭송을 가르치는 달서구청 시낭송 동아리 강사 서도숙 선생과 김명희 회장의 지도에 따라 어린아이와 같이 또박또박 시를 읽으면서 얼굴에는 즐거운 웃음을 띠고 있었다. 봉사자들의 얼굴 역시 환하고 밝았다. 아마도 좋은 마음으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 마음의 기쁨이 표정에도 나타났으리라. 몇 분을 따로 만나 개인적인 사정이나 애로사항을 들어 보았다.

-어떤 연유로 시력을 잃게 되었는지요.

◆김범창(82) 어르신=녹내장이 와서 시력을 잃었어요. 녹내장이 그렇게 무서운 병인지 정말 몰랐어요. 젊어서부터 소월 시를 좋아해서 많이 읽었지요. 요즘 시 낭송을 배우면서 소월 시를 다시 접하니 젊은 날이 다시 생각나서 즐겁답니다.

- 앞이 보이지 않아 제일 불편한 것이 무엇입니까?

◆김소향(78) 어르신=복지관에 나오면 여러 사람들이 도와줘서 크게 불편함은 없어요. 집에 혼자 있을 때가 가장 불편합니다. 딸이 가끔 와서 도와주지만 딸도 제 가정이 있으니 자주는 못 오지요.

너무나 긍정 마인드를 갖고 아주 활달한 음성으로 남들은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나는 두 번 사는 인생이라 너무나 즐겁다고 하는 임종하 어르신께 물었다.

-너무나 의외의 말씀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드시나요?

◆ 임종하 어르신=한번은 눈 뜨고 산 삶이고 또 한 번은 눈을 감고 사는 삶인데, 감고 사는 두 번째 삶이 더 즐겁고 재미있어요. 복지시설도 아주 잘 돼있어요. 봉사자들이 아침에 집으로 모시러 오고 점심과 간식까지 준답니다. 하루 종일 이것저것 배우면서 재미있게 놀다가 저녁에 집까지 데려다 줍니다. 신나는 노래 부르기와 좋은 시도 배우니 정말 좋아요. 보기 싫은 건 안 봐서 좋고 봉사자들이 잘해 줘서 마치 천국에 사는 기분입니다.

-아직 젊어 보이시는데 어떻게 시력을 잃게 되셨나요?

◆전차길 씨=여기서는 제일 젊은 68세랍니다. 젊어서부터 야맹증이 있었는데 그것이 병인 줄도 몰랐어요.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어요. 점점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을 때 바로 3급 장애 판단을 받았어요. 너무 늦은 탓인지 치료가 잘 안돼요. 지금은 1급이지만 컴퓨터도 배우고 점자도 배우면서 불편하지만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복지사 선생님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탁 말씀은 무엇입니까?

◆황은숙  복지사= 먼저 길에서 흰 지팡이를 짚은 사람을 만나면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보이지 않아도 느껴진답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니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면 좋겠어요. 시간이 된다면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가까이 가서 “도와드릴까요?” 하고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아요. 익숙한 길은 혼자가 편할 수도 있으니까요. 길을 안내할 때도 그냥 팔을 내어주면 돼요. 잘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안내자가 팔을 끼면 오히려 불편하답니다. 인도에는 장애인을 위한 황색선 유도블록이 있는데 그 위에 차를 세우거나 자전거를 두거나 물건을 두면 절대 안 됩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서로 배려하고 도우면서 살아야지요. 

복지관의 시각장애인 분들은 고통의 늪을 지나 그런대로 적응하려고 노력 중인 것 같았다. 애써 자신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다스리려는 것 같았다. 당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접 가서 도움은 못 될지라도 황은숙복지사의 말을 깊이 새겨 두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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