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으로 맺어져 인생길의 나침반이 된 친구들
문향으로 맺어져 인생길의 나침반이 된 친구들
  • 김정호 기자
  • 승인 2020.09.2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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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필자, 전상준 수필가, 박기옥 수필가
왼쪽부터 필자, 전상준 수필가, 박기옥 수필가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진실한 친구 세 사람만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고희를 훌쩍 넘기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다. 멀리는 고향 초등학교 동창생들로 있고 중‧고등학교과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 사회에 나와서 만난 직장 동료들도 있다.

그 많은 친구들 중에 오래도록 곁에 있어준 친구들은 드물다. 잠시 만난 친구도 있고 어쩌다 술 한 잔 나눌 친구는 있어도 깊이 있게 정을 나누며 살아온 친구는 드물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가까운 친구가 없다는 것은 내 성격 탓도 있을 수도 있고, 세상을 잘못 살아온 탓도 있을 것일 수도 있다. 직장에서 퇴직한지도 20여년 가까이 되었으니 경제적 여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도 절친 두 사람이 있다.

전상준과 박기옥이다. 두 사람 모두 수필가로 인연이 맺어진 친구들이다. 전상준 수필가는 경북 예천 출신이고, 박기옥은 경북 경산 출신이다. 전상준 선생과는 동갑 친구이고, 박기옥 선생은 두어 살 정도 아래지만 친구 사이에 그 정도 나이쯤이야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두 친구 모두 대구에 있는 수필문예대학에서 만났다.

수필가 전상준은 나보다 3년 앞서 수필대학에 들어와서 1기로 수료하였으며 수필 공부를 하고 수필문예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수필을 가르쳐 준 스승이 되는 셈이다. 나는 6기로 수료하였으니 3년 정도 선배이고 스승인 조금은 애매한 관계이기도 하다. 수필가 박기옥은 12기로 입회하였으므로 나보다 딱 3년 후배가 되는 셈이다.

전상준을 먼저 알았고 박기옥을 뒤에 알게 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였다. 세 사람 모두 수필문예회 회장직을 맡기도 한 기이한 인연이 있다. 전상준은 2기 회장을, 나는 3기 회장을, 그리고 박기옥은 5기 회장을 역임하였고 세 사람 모두 영남수필문학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상준이 영남수필문학회 회장을 하고 있을 때 박기옥이 부회장직을, 내가 사무국장직을 맡아서 일하기도 했다.

세 사람 모두 3~4권 책을 출판한 경력도 비슷하다. 내가 두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즉흥적이고 적극적이며 조금은 다혈질적인 내 성격에 비하여 두 사람은 정반대 성격의 소유자이다. 모두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주고 있다. 우리 셋이 만나면 황소라도 때려잡을 기백과 지모를 소유하였다.

친한 친구가 되려면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끼리는 자주 충동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10년도 훨씬 넘게 우정을 쌓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의견 충돌을 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상호 보완적인 성격 덕이라 하겠다.

인생을 살다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타인에게 말 못할 사연도 있게 마련이다. 부끄러운 가정사도 거침없이 두 사람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했다. 실례로 몇 년 전 아내가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어 전상준 선생에게 의논하였다. 자기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빨리 대구정신병원으로 가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 덕택으로 1년 남짓 지나 아내의 병은 완치되었다.

그 외에도 숱한 사연들이 많다. 손자 녀석이 중학교를 졸업할 당시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 송사로 번진 일도 있었다. 1년도 훨씬 넘는 기간 동안 경찰,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 1심, 2심을 거치는 동안 그때도 두 사람은 자기의 일처럼 걱정해주고 안타까워하며 위로해주는 모습이 고맙기만 하다. 그리고 특이 한 점은 이렇게 흉허물 없이 지내는 우리 세 사람이 만난 지 10여 년도 훨씬 더 되지만, 아직까지 서로 반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서로가 조심하고 존경하기 때문이리라 짐직해본다.

우리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다. 지금처럼 서로가 이해하고 격려해주면서 뜨거운 우정 변치 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화하여 가까운 매운탕 집에서 뜨거운 매운탕 한 그릇 나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전 선생, 박 선생. 모두 건강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