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 위에서 다시 만난 75세 자원봉사자 김영호 씨
잔디밭 위에서 다시 만난 75세 자원봉사자 김영호 씨
  • 정재용
  • 승인 2020.04.21 20: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는 나물 캐듯 잡초 제거에 몰두해 있었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동 아양루 인공폭포 동쪽 비탈길 잔디밭에서 잡초 제거에 정신이 팔려있는 김영호(75) 씨를 다시 만났다. 아양교 건너 금호강 제방에서 시멘트블록 사이에 박힌 나무뿌리와 풀뿌리를 제거하던 그 자원봉사자였다. (본지 2020년 3월 29일 '금호강변 제초작업 8년째 봉사 75세 김영호 씨' 기사 참조)

잡초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김영호 씨, 왼손에 낀 반코팅 장갑은 짝짝이다. 정재용 기자
잡초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김영호 씨. 왼손에 낀 반코팅 장갑은 짝짝이다. 정재용 기자

"4월 들어서 잔디에 본격적으로 잡초가 돋는 것을 보고 제초작업에 들어갔다"고 했다. '잡초는 어릴 때 제거해야 힘이 적게 들고 잔디도 잘 자란다'는 논리였다. 그는 손바닥만 붉은색으로 코팅된 면장갑을 끼고 있었고 잡초 제거용 뾰족 칼을 들고 있었다. "잡초를 핀셋으로 집어내듯 뽑지 않으면 잔디뿌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칼이 필요하다"고 했다. 말을 듣고 보니 잔디밭 가꾸기는 여간 정성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칼끝으로 이 잡듯이 잔디밭을 뒤졌다. 정재용 기자
칼끝으로 이 잡듯이 잔디밭을 뒤졌다. 정재용 기자

김 씨가 앉았다 일어선 자리에는 새봄을 맞아 돋아난 풀이 잔디 사이에 촘촘했다. 이름 모를 작은 풀들 가운데 작은 질경이, 고들빼기, 토끼풀, 민들레, 냉이가 보였다. 그는 냉이를 들어 보이며 “뿌리가 깊어서 캐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금호강 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이날도 강변 산책길은 오가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가끔 산책하며 건강도 관리하고 쉬어가면서 하라”는 말에 그는 “취미로 하는 일이라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멋쩍게 웃었다. 거의 매일 나오는 모양이었다.

강변 산책길은 이날도 운동하러 나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정재용 기자
강변 산책길은 이날도 운동하러 나온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