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
  • 이화진 기자
  • 승인 2020.03.20 18: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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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 지구상 가장 많은 국가가 함께 치뤄야할 큰 전쟁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개발을 가장 먼저 이룬 나라가 전승국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지낸 지가 한 달이 넘었다. 뚜렷이 하는 일이 없는데다 여러 모임에 나갈 수 없으니 거의 매일 삼식이 처지가 되어버렸다. 폭우, 폭설, 혹한을 맞지 않고 몸이 심하게 아프지 않는 한 어디든 나가 사람들과 부대껴야 직성이 풀린다. 공휴일이나 국경일을 제외한 날이면 직장에 나가던 습성이 몸에 밴 탓이다. 달포 가량이나 집에 갇힌 생활을 해왔으니 이제 어지간히 적응이 되고 있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일까? 가끔 가벼운 재채기가 나거나 콧물이 흘러도 행여 자신이 감염된 게 아닐까 덜컥 겁이 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분가하여 시내에 가까이 사는 아들이 내 집에 들러 콧물이 나고 목에 가래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해도 행여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 되지 않았을까 염려된다. 아들은 “체온도 정상이며, 기침도 그리 심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라고 하지만 은근히 걱정이 된다. 승강기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소독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또 손을 씻는다. 행여 자신은 코로나 강박증에 걸려 있는 게 아닐까?

 오늘은 늦은 오후에 가끔 거닐던 팔거천 변 인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섭씨 20도 가량의 따스한 날씨에서인지 길은 산책 나온 이들로 붐볐다. 시야에 펼쳐진 생물계는 언제나 일상의 모습 그대로다. 여러 종의 견공들은 이곳저곳 돋아난 봄풀에다 코를 갖다 대며 잠시 냄새를 맡다 주인을 뒤따른다. 자맥질을 즐기다 물줄기가 얕은 하천 바닥을 쪼아대는 청둥오리와 물고기를 노리고 있는 백로의 자세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상춘객들은 대부분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염려해서인지 야외임에도 얼굴의 반을 가린 모습을 하고 있다. 누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을지 모르니 서로를 경계하고 있음이 역력하다.

 하천 주변 이곳저곳 탐스럽게 피어 있는 봄꽃 곁을 지나가지만 은은히 풍겨 나는 내음에도 둔감해졌다. 하루 이틀 후면 활짝 피어날 꽃봉오리의 환한 미소에도 눈이 그리 끌리지 않는다. 봄 신명에 겨운 새들의 비상(飛翔)이 그저 덤덤하게 보인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다는 일기 예보를 들었으나 싱그러운 봄의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없다.

 상춘객들은 모두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린 채 산책길을 걷는다. 일면식 있는 사람일지라도 단번에 알아볼 수 없다.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이다 이내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려버리는 이도 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가벼운 인사라도 나누며 지나쳤지만 이제 그 인사마저 외면하는 이도 있다. 반쯤 가려진 얼굴이라 자세히 보아야 알아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는 이가 없다. 친구 간, 가족 간 이웃 간 두세 명씩 짝을 지어 거닐지만 막은 입과 코로 얼마나 많은 봄 향기를 맡을까?

 자연계의 생명체들은 봄의 교향곡을 부르지만 나는 아직 겨울의 침묵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60여 년 전 ‘레이철 카슨 여사’는 무분별하게 사용한 살충제의 피해를 보고 ‘침묵의 봄’을 저술하여 인류에게 자연환경 파괴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제는 자연계의 미세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침묵의 봄’을 체험토록 하고 있다. 그땐 새나 곤충을 비롯한 자연이 죽어갔지만 지금은 인간이 죽어가고 있다. 자연환경을 더럽힌 인간을 향해 자연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무기로 보복하고 있는 것일까?

가끔 유명 산악인들은 히말라야 최고봉에 올라 자국의 깃발을 세워 환호하며 언론은 원정대의 이름을 알리곤 한다. 더러는 눈사태를 비롯한 조난 사고로 귀중한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자연을 정복하였다는 승리감에 도취되기도 한다. 그렇게 당당한 인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점 먼지 크기에도 못 미치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아직 속수무책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의 자존심이 21세기를 맞아 처음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었다.

 무수한 비밀을 지닌 은하계와 우주에 존재하는 일부 항성과 행성을 광학(허블) 망원경으로 관측하여 질량, 부피, 밀도, 밝기, 온도, 지구와의 거리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인류의 우주과학 기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주의 신비와 비밀을 밝혀내고 있을 정도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간이 새로운 전염병과의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연구하다 웅덩이에 빠진 철학의 시조 ‘탈레스의 일화’가 떠오른다. 지상에서 일어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하늘의 문제에 눈을 돌리는 인간의 주제넘음을 비웃기나 하듯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종의 바이러스로 행진을 이어간다면, 그리고 그런 바이러스를 물리칠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의 개발이 단 기간 내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의 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에 관한 정보를 단톡 방에 올리는 지인들이 있다. 마스크 착용과 손 잘 씻기, 재채기(기침) 할 때 팔 가리고 하기, 손소독제 사용 등 일반 상식선에서 이뤄지는 예방법 외에 수많은 정보가 소개되어 있어 혼란스럽다. 한방 정보와 유사한 민간요법도 있고 서양 의학적으로 접근한 정보도 있으나 아직 임상 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확실한 정보를 접한 적이 없다.

 항원(抗原)의 침입에 인체의 면역력이 약하면 질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우유와 발효식품(김치, 요구르트, 치즈, 된장, 청국장, 막걸리, 식초, 기타)을 섭취할 것과 단백질 공급원인 육류(돼지고기와 쇠고기), 계란 콩, 등을 섭취하라는 정보 외에는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내외의 여러 제약회사가 예방과 치료를 위한 약제 개발에 착수하였다지만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어 일상적인 처방이 이뤄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기약없다. 다행히 단기간에 약제가 개발되어 해결된다 하더라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 어떤 바이러스가 나타나 인류를 위협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 미. 중 두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벌이고 있는 무역 전쟁의 영향으로 여러 국가들이 당하는 피해보다 엄청나게 더 큰 피해를 안기는 게 코로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확진자가 늘어나는 수 십 여 개의 국가가 메르스 발생 이후 가장 큰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를 가장 먼저 개발하는 나라는 이 전쟁의 승전국으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몇몇 제약, 바이오사의 우수한 두뇌들이 약제 개발에 나섰다고 하니 수개월 이내에 내로라할 성과를 거둬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