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사항 잘 지켜 부모 형제 만난다면 코로나 안전하게 이겨낼 것
추석 연휴 동안 제주도, 강원도 등 관광지 숙박 시설 투숙객 감염 우려
밝은 달이 뜬들 뭐가 좋으랴! 예년에 비해 즐거운 추석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당국은 추석 연휴에 가능한 한 고향에 가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며칠 전 부모가 자식에게 ‘추석에 오지 말기 바란다’라는 보도가 난 신문을 접한 적이 있다. 추석에 부모 뵈러 오지 않는 게 효도라니 코로나가 부모와 자식 간의 정마저 멀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성묘를 가거나 납골당 방문을 자제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수 차례나 받으니 간섭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도 든다.
추석 연휴 중 장시간 머물러 감염이 우려된다면 짧은 두세 시간 동안이라도 마스크를 쓴 채 부모님을 뵈면 어떨까? 그간 있었던 삶의 이야기를 나눈 후 총총걸음으로 살던 집으로 향하면 될 게 아닌가.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면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만) 음식도 각자 1m 이상 떨어져서 들면 될 것이다. 이토록 조심하는 이들에게까지 고향 부모를 찾아뵙지 못하게 하는 것은 개인 생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 아닐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국민의 자유스러운 활동이 지금같이 제한을 받는 건 태어난 이래 처음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고향 방문을 못하도록 하는 게 능사만은 아닐 것이다. 방문하되 마스크 잘 쓰기, 손 잘 씻기, 물리적 거리 두기, 다중(50명 이상)이 모인 실내 모임에 가지 말기 등 안전수칙을 잘 지키도록 행정 지도를 펴면 어떨까? 객지에서 거의 집에 머물러 있었거나 동선 파악이 확실한 몇몇 이웃만 만나다 추석연휴에 홀로 계시는 부모를 찾는 자식도 있다. 또 집 근처에서 몇몇 마을 사람만 만나다 자식을 맞아들이는 부모도 있다. 그런 자식과 부모 간이라면 코로나를 퍼뜨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마스크를 쓴 두세 사람이 고속도로를 이용, 승용차로 부모님을 뵈러 가는 장면을 연상해본다. 가는 도중 잠시 휴게소에 멈춰 마스크를 쓴 채 용변을 본다. 용변을 끝내고 바로 목적지를 향해 간다면 타인에게 어찌 코로나를 감염시킬 수 있을 것인가. 휴게소 식당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다. 또 마스크를 쓴 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고 해서 어찌 타인으로부터 쉽게 감염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추석 연휴 동안 강원도나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는 이들이 신문보도에 의하면 13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마스크를 썼다고 한들 밀폐된 비행기에서 타고 내리느라 북적거릴 수 있다. 그렇다 보면 승객 중 극소수 인원일지라도 감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제주행 비행기 티켓이 동이 날 정도라니 공항을 빠져 나간 얼마나 많은 인파가 호텔이나 콘도, 펜션 등으로 몰려들까. 숙박시설 내에 투숙객이 많다 보면 투숙객끼리 감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것인가.
그렇다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게 있다. 추석에 자식이 부모를 만나는 것이 관광지의 숙박시설에 모이는 사람들보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더 클까?
추석 연휴에 부모형제를 만나 차례를 지내기보다 관광지를 나돌다 호텔이나 콘도에 묵기를 더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이는 부모를 찾아뵙고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양속이 세대교체를 맞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일이다. 올해는 코로나 감염을 구실로 그런 양속이 더욱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이번 추석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하는 부모도 있지만 그들의 진정한 속마음도 그럴까? 올해는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도 그리 심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 시골 부모는 결혼한 자식이 있다면 그 자식이나 손자 손녀가 보고 싶지 않을까? 자식이 오지 않는다면 자식이 있는 곳으로 가는 부모도 있지만 늙은 부모가 자식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취업이나 결혼을 하지 못해 부모를 찾고 싶어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자식들도 없지 않아 있다. 올해는 코로나가 그런 젊은이들로 하여금 만나고 싶은 마음의 문을 더욱 굳게 닫도록 할 것이다. 자식의 마음은 그렇다한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찌 그러하랴. 코로나가 훼방놓는 추석이라 하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젠 코로나라는 감염병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수많은 공사 간의 모임이 사라지게 되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심리적 거리라도 가까이하기 위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카톡이나 문자를 주고받을 것을 권한다. 그런데 가까워져야 할 심리적 거리마저 명절에만 조금 가까워질 뿐 평소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거리 두기 운운하며 만남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권고가 이 땅의 아름다운 추석 풍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쟁반 같은 둥근달이 떠 있는 밤, 부모 형제가 오손도손 음식을 나누어 먹던 어린 시절의 추석이 그립기만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오면 그런 모습이 재현될 수 있을까?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