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화려 강산의 민낯
삼천리 화려 강산의 민낯
  • 이화진 기자
  • 승인 2020.09.18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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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달리 이르면 “빌어먹는 거지일지라도 죽은 황제보다 낫다”. “죽은 백만장자보다 살아 있는 무일푼 가난뱅이가 낫다”라고도 할 수 있다. 어쨌든 ‘삶이 죽음보다 낫다‘는 뜻이지만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지금 개똥밭이나 다름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이나 행복지수를 과소평가한 말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지만 개똥밭 타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개똥밭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개인 스스로 관리나 처신을 잘못한 탓에 고통스러운 병을 얻거나 삶이 피폐하게 되어 마지못해 살고 있는 이의 삶이 있다면 그런 삶은 개똥밭에 사는 삶이나 다름없다. 또 개인이나 집단(단체)이 저지른 범죄나 정치권의 잘못된 국정 운영으로 국민이 직간접으로 물질적 피해를 입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국가나 사회가 있다면 그런 국가나 사회도 개똥밭이라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자연재해로 엄청난 재산상 피해를 입은 지역 또한 그렇다. 그런 개똥밭에서의 삶은 재해를 당한 지역민에게 한정된다. 잘못된 국정 운영으로 펼쳐지는 개똥밭은 나라 전역에 펼쳐지기에 많은 국민에게 상처를 안겨 준다.

국가 간 치르는 전쟁 외에 개인, 집단, 정권 등이 여태껏 국민에게 저지른 죄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불의, 부패, 거짓, 사기, 공갈, 협박, 고문, 이간질, 내로남불, 은폐, 마녀사냥, 종교박해, 기본권 침해, 편 가르기, 부정선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 언론 중 대부분 방송은 개인이나 집단이 저지른 범죄는 잘 보도하지만 국가의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하여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래도 몇몇 신문은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하여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보도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니 참으로 다행이다.

작금 대한민국에는 범죄를 저지른 자가 범죄를 은폐시키려 하거나 범죄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며 억지 논리를 펴는 일이 다반사다. 잘못이 분명하게 밝혀져 시회적 공분을 자아낼 일인데도 무례하고 뻔뻔스런 태도를 보이며 ‘지록위마’로 제 편을 감싸는 무리가 벌떼처럼 들끓고 있다. 정말 개똥밭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삼천리 화려강산’ 이란 말이 낯뜨겁기만 하다.

그런데 개똥밭에도 등급이 있다. 구린내가 가장 심한 개똥밭으로 “지옥 같은 세상에 사는 삶”을 연상할 수 있다. 북한처럼 일당독재 치하에서 생활권적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음은 물론 언론, 출판 및 집회와 결사, 신앙 등 적극적 자유를 누리지 못한 채 감시 속에서 노예로 살아가는 삶이 바로 개똥밭 삶이다. 정치범 수용소야 말로 ‘지옥 같은 세상’의 전형을 보여 준다.

북한과 같은 공산정권은 아니지만 정치권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치고 때로는 겁박을 주며 국민을 위협하는 나라의 국민도 개똥밭에 살고 있다. 작금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국민에게 개똥밭으로 변한 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집권당의 많은 의원들은 법치, 상식, 윤리, 도덕, 정의, 양심을 저버렸다. 법관이나 검찰, 변호사, 공영방송인 중에도 그런 위인이 많다.

네편 내편을 갈라 내편이 저지른 죄나 오류에 대하여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들은 집단 사고에 빠져 자신들은 악을 저질러도 선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이겼으니 다수의 힘으로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들에겐 선거에서의 승리가 곧 정의이며 선이다. 왕조 시대에 행해지던 왕위 쟁탈전에서 ‘이기면 충신이요, 지면 역적이다‘ 라는 논리가 21세기 이성적 문명사회에서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법치는 무너져버렸다고 할 수 있다. 정말 개똥밭이나 다름없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정치권이나 법원은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는가? 대법원은 일찍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해괴한 판결을 내렸다. 지은 죄를 깔아뭉개 없애기 위해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목불인견의 나라니 개똥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민을 더욱 경악스럽게 하는 것은 협치 운운하면서 일당 독주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음이다. 말과 행동이 완전히 딴판이다. 현 정권 이전부터 있어온 악습이지만 여야 정치권은 패거리 정치문화에 젖어 있다. 여당은 그 도를 넘었다. 여당 국회의원이나 장관의 범죄 혐의가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그가 이념과 진영을 같이하는 내편 사람이기에 온갖 궤변으로 범죄가 아니라며 그들을 옹호하는 무리가 있다. 이들이야말로 개똥밭을 만들고 있는 시정잡배나 모리배와 다름없다.

그렇다면 개똥밭에서 누가 가장 피해자일까? 개똥밭의 구린내를 맡으며 살아야 하는 백성이다. 사리분별력이 있는 백성이나 시민은 다수당의 횡포와 억지에 분노하지만 정치권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있다. 여당은 오로지 힘으로 밀어붙여 다수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법안을 통과시켜 왔다. 그런데도 야당 정치인은 몇몇을 제외하고 야당다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 빚과 기업의 빚으로 우리 후손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들은 가까운 미래에 벌어들이는 수입의 절반가량을 세금으로 떼일지 모른다. 나라 돈이라고 겁 없이 쓰는 푸른 기와집의 실력자, 고위 관료, 여당 의원과 여당 출신 시 도지사, 그들에겐 빚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후손들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 것일까? 그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력이 얼마나 넘쳐나기에 후대가 갚아야 할 빚을 예사롭게 생각하고 있을까? 앞 세대가 남긴 엄청난 빚을 갚느라 안간힘을 쓸 미래 세대의 나라를 개똥밭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포퓰리즘 정치에서 비롯된 퍼주기 식 행정과 하루 바삐 결별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가 정상적인 항해를 하지 않을 때는 배를 엎어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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