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사과 한 알
  • 정신교 기자
  • 승인 2019.10.22 11: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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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날’에 한 알의 사과로

불타는 듯이 익어가는 사과들이 주렁주렁 탱자나무 울타리를 넘어 나와 열차 차창에 닿을 듯 말 듯 스치는 정경은 대구 경북 사람들에게 모두 그리운 가을의 전설이다.

사과(沙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중의 하나이며,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인데 실크로드를 따라서 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능금은 우리나라 토속종인 임금(林檎)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17세기 말 경에 중국에서 서양 품종이 전래되면서 우리나라에 사과가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대구에는 19세기 말 미국인 선교사가 들여와서, 일제강점기부터 금호강변에 대규모로 사과 재배가 시작되었다. 현재 동산의료원 후원인 청라언덕에 최초의 사과나무가 ‘대구시 보호수 1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분지 지형으로서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되는 금호강변 지역은 사과 재배 적지로서, 대구는 명실 공히 ‘사과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으며, 미인 대회에서 선발되는 ‘능금 아가씨’가 전국의 브라운관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기후 변화와 온난화 현상에 의하여 사과의 재배 지역이 북부 지역으로 올라가면 현재는 동구 평광동의 과원들에서 소규모로 재배되고 있다.

사과 품종은 홍옥, 국광, 데리셔스 같은 품종이 재배되다가, 70년대 부터는 후지와 쓰가루 일본 품종이 주로 재배되었고, 90년대 이후부터는 결실이 빠르고 수확이 편리한 왜성 대목에 의한 밀식재배가 성행하였으며, 홍로와 같은 국내 품종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되었다.

사과의 주성분은 당과 유기산, 그리고 펙틴(pectin) 등의 식이섬유 성분이다. 펙틴과 같은 식이섬유 성분은 장의 연동운동을 돕고, 장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사과에는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적 손상 작용을 예방하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안토시안(anthocyan), 플라보노이드(flavonoid) 등과 같은 천식물성분(phytochemical)이 들어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우리 체내의 염증 반응과 암세포 생육을 억제하고,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등과 같은 생활습관성 질환을 예방한다.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는 ‘사과 껍질이 과육 보다 간암 및 폐암 세포의 생육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다’ 는 연구 내용을 네이쳐 (Nature) 학술지에 발표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사과는 폐를 튼튼히 하며, 간접 흡연 피해를 줄이며 금연 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임신부가 사과를 즐겨 먹으면 자녀의 천식 발병율이 적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한 알의 사과에서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였고, 인상파의 거장 세잔은 ‘사과 한 알로 파리를 점령하겠다’는 각오로 그림을 그렸다. 스티브 잡스는 사과 로고의 스마트폰에 세계의 모든 정보와 사람들을 연결하였다. ‘An apple a day keeps a doctor away.’, ‘하루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속담처럼, 즐겨 먹는 한 알의 사과가 우리 건강을 모두 책임질 수도 있다.

10월 24일은 법정기념일인 ‘국제연합의 날’이며, ‘사과의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도에 우리나라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가 둘(2)이 사(4)과한다는 뜻에서 10월 24일을 ‘사과의 날’로 정하게 되었다.

한 해 동안 애써 가꾸고 기른 농부의 땀과 정성이 담긴 붉은 사과 한 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나누어 화해하고 용서하는 풍성한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