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다스리면, 이미 진정한 승리자다①
분노를 다스리면, 이미 진정한 승리자다①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0.01.28 15: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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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오(過誤)와 분노는 '용서의 바다'로~

우리 속담에 '"장맛이 나쁘면 집안이 기운다"라는 말이 있다. 메주를 담가서 새끼줄로 엮어 벽이나 천장에 걸어두는데, 집안의 온갖 미생물이 메주에 달라붙어 그것을 발효시키는 것이다. 집안에서 가족간에 다툼이 잦으면 그 다툼의 홧김에 의해 메주 균이 죽게 된다. 그래서 메주가 꺼멓게 되고 결국 장맛이 고약해진다.

수유기에 시름시름 앓는 아이, 잘 자라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가족 관계를 살펴보라. 느닷없이 아기에게 병변이 왔다면 틀림없이 부부 싸움이나 고부 갈등에 한 원인이 있다. 면박을 받아 서글픈 며느리는 그냥 훌쩍훌쩍 울면서 돌아앉아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아기 밖에는 자신이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정성 다한 수유라도 그 순간 시어머니와 불화하면 아이는 엄마 사랑 아닌 엄마의 화를 먹은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무서운 것이 홧김인데, 잔뜩 화를 품고서 아기나 사람을 대하면 어찌 될까? 부부나 고부간 싸움이 잦은 집에 사는 아이들은 온몸에 부스럼과 종기를 달고 있다. 노여운 기운은 항상 아이들의 혈관 속을 흐른다. 피는 생명이다. 정상의 피는 그 맛이 대략 달고 짭짤하다. 그러나 애(오장육부)를 태우거나 화가 나면 홧김에 의해 쓰고 떫으며 흑갈색을 띤 강한 산성의 피로 변해 버린다. 화를 내면 산성을 좋아하는 세균들이 혈액 안에 급속히 팽창하게 된다. 이 세균이 인체 중에서 가장 방비가 허술한 부위로 몰려들어 암 등이 유발되는 것이다.

독일에서 인간이 내는 화에 대해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매우 섬뜩했다. 극도로 화가 났을 때 입에서 나오는 공기, 홧김을 비닐에 받아 농축시켜 보니 0.5cc의 노란 액체가 모였다. 이 액체의 0.5cc를 돼지에게 주사했더니 돼지가 비명을 지르며 즉사했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운 얘기인가. 홧김을 호박이나 오이 넝쿨의 생장점에 대고 불면 생장점은 하루도 못가 이내 시들어 버린다. 홧김이 공기를 독성화해 버린 탓이다.

‘화’는 왜 나는 것일까? 간단하다. ‘화'는 내 욕망의 좌절에서 기인한다. 상대방의 생각이 내 마음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기대한 욕망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 속에서 화가 끓어 오르는 것이다. ’화'의 원인은 이미 지난 일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현재 파악하여 화를 터트리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은 지나간 것이라 하여 과오(過誤)라고 한다. 과거는 ‘용서라는 큰 바다’에 던져 버리고 품어 주는 자비로써 새로 거듭난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김수환 추기경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