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 산을 찾아서] 속리산 묘봉(妙峰874m)
[근교 산을 찾아서] 속리산 묘봉(妙峰874m)
  • 시니어每日
  • 승인 2019.09.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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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알프스길 곡예하듯 펼쳐지는 암릉구간 스릴감
가을 단풍산행지로 적격, 휴식 포함 약 5시간 소요

 

끝없이 무덥던 여름 날씨가 처서가 지나고 나자 선선하다 못해 조금은 춥게 느껴진다. 갑자기 뚝 떨어진 일교차에 미처 적응 못한 신체 곳곳에서 이상신호가 들려오는 듯 왠지 몸이 찌뿌둥해져 온다.

계절이 바뀔 때 한 차례 겪어야 하는 것이라지만 요즈음이 그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열고 등산하기 참 좋은 날씨인 것 같다. 머리에서부터 끝없이 흘러내리는 땀방울 대신,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탁 트인 풍광과 산들바람 속에 산을 오르는 것은 이 가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41년 만에 개방되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속리산 국립공원 묘봉(874m)을 찾아가 본다.

문장대에서 관음봉을 거쳐 묘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서북능선은 충북알프스의 가장 핵심 구간이다. 산행 내내 펼쳐지는 장쾌한 조망과 우뚝 솟아난 암봉은 스릴감을 찾는 산꾼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는 코스이다.

묘봉은 속리산 연봉 북쪽에 접해 있는 봉우리로 충북 보은군 산외면과 내속리면, 경북 상주군 화북면의 경계에 자리 잡은 산이다. 산행 들머리는 활목고개, 운흥리, 신정리, 화북탐방지원센터 등 여러 곳이 있지만 산꾼들은 상주시 화북면 운흥1리 묘봉두부마을에서 토끼봉, 상학봉, 묘봉을 거쳐 운흥2리 용화분교에 도착하는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번에 찾은 묘봉은 다소 생소한 신정리 원점회귀 코스를 이용했다. 산행 들머리는 충북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 279 거북바위 안내판 앞이다. 이 코스는 애기업은바위봉을 거쳐 묘봉, 상학봉을 거쳐 신정리로 하산한다.

신정리는 속리산 깊숙이 자리 잡은 곳으로 일반인들의 발길이 드물고 미처 개발이 되지 않아 진입로는 대형버스의 통행이 어려운 비좁은 농로 폭으로 원시의 모습을 아직 갖고 있는 곳이다.

거북바위 안내판 주변에 주차 후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직진한다. 임도를 따라 걷다 폐가 외딴 오두막 집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차단기를 지나 갈림길에서 우측 묘봉 방향으로 접어들면 임도종점 팔각정에 도착하게 된다.

본격적인 산행은 팔각정 뒤편 숲 속으로 접어들면서 시작된다. 산꾼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아서일까.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햇볕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무성하게 자란 나뭇가지와 풀들로 등산로를 찾는 게 쉽지는 않으나, 곳곳에 빛바랜 리본과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길이 산꾼들을 안내해주고 있다.

 

원시림의 숲길을 따라 1시간을 걷는 동안 주변의 볼거리는 아무것도 없어 지루함을 느끼게 되나 능선에 접어들면서 탁 터지는 조망은 산행의 피로감을 일순간에 날려버린다.

이어서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이어지며 안내판, 안전시설이 전혀 없어 위험구간을 여러 곳 지나면서 낭패를 겪기도 한다. 충북의 알프스라는 구호에 무색할 만큼 관리가 되지 않은 것에 실망감도 들었다.

오르락내리락 구간이 몇 차례 이어지고 산행 시작 약 2시간여 만에 주등산로인 묘봉 입구 능선길에 접어들었다. 이곳부터는 잘 정비된 안내판과 안전시설 덕에 암봉들로 이루어진 묘봉 정상 능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게 된다.

철 계단을 30여 분 걸으면 묘봉에 이르게 된다. 정상은 1백여 명이 동시에 머무를 정도로 바닥이 평평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망과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다.

모뵹에서의 조망은 천하를 한 손에 넣은 듯 끝없이 펼쳐지는 속리산 능선의 아름다움은이극치를 이룬다. 어느 산이나 비슷하겠지만 힘든 여정을 겪으면서도 정상에 오르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을 보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묘봉, 관음봉, 문장대를 거친 암봉들이 신선대를 거쳐 천황봉에 이르는 동안 마치 거대한 바위성을 에둘러 쌓은 것 같다. 장쾌하게 펼쳐지는 속리산 능선의 파노라마를 보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하산길은 정상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 암봉(867m)표지석에서 상학봉(862m)으로 향한다. 활목고개와 운흥1리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주변의 탁 트인 조망이 산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상학봉은 정상 주변이 다소 막혀 있어 정상다운 느낌이 들지 않지만 상모봉(830m)에서 토끼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에서 속리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된다.

신정리 방향 하산은 상학봉에서 상모봉으로 가다 돌무더기 신정리 이정표에서 좌측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된다. 이후 숲 속 길을 1시간여 걸으면 임도와 만나게 된다.

애기업은바위봉 경유 묘봉 산행은 휴식시간 포함 5시간 되는 쉽지 않는 코스로 무더운 여름철에는 1시간여 더 소요되며 비탐방 구간에 암릉이 많아 유의해야 한다.

◆ 교통편

신정리 가는 시내버스는 매시간 10분에 있으나 마을회관에서 하차 산행들머리까지 거리가 멀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