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격호
롯데와 신격호
  • 장기성 기자
  • 승인 2019.07.24 14:3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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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롯데가 이미 알베르트의 약혼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베르테르는 행복의 절정에서 고뇌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전 세계 독자들은 그녀를 범접할 수 없는 천사의 경지에 올려놓고 말았으니.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롯데그룹의 신격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초상화는 1772년 괴테가 베츨러에서 고등법원의 실습생(시보)으로 일하고 있을 때 만난 여성 샤를롯데 부프(Charlotte Buff)로, 친구 케스터의 약혼녀이다. 그녀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소설을 썼다. Yahoo de
이 초상화는 1772년 괴테가 베츨러에서 고등법원의 실습생(시보)으로 일하고 있을 때 만난 여성 샤를롯데 부프(Charlotte Buff)로, 친구 케스터의 약혼녀이다. 그녀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소설을 썼다. Yahoo de

 

괴테는 이 한편의 소설로 일약 세계적 문호가 되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그가 25세이던 1774년에 출간되었는데, 집필을 시작한지 불과 14주 만에 완성했다. 출간되자마자 낡은 전통에 반항심으로 가득 찬 젊은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젊은 남성들은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와 똑 같은 파란 상의에다 노란 조끼를 입었으며, 젊은 여성들은 롯데와 같이 사랑받기를 원했다. 평범한 남편을 싫어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뿐 아니라, 실연(失戀)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남자들의 자살사건이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세기말까지 프랑스어 번역판이 15종, 영어 번역판이 12종 출판될 정도였다니 가히 그 영향력이 가늠된다. 시대의 영웅 나폴레옹이 프랑스어 판으로 7회나 읽었으며, 그는 이집트를 정복할 때도 이 책을 늘 휴대하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여태껏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을까?

이 소설은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베르테르는 어떤 일 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고장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미모의 롯데와 만나게 되고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는 상태였다.

롯데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사랑을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느낀 베르테르는 한동안 롯데 곁을 떠나기로 하고, 친구 빌헬름이 추천해 준 공사(公使)의 비서로 일을 해보기도 한다. 그는 관료로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 데다, 영혼 없는 공사와 업무상 충돌이 잦았다. 속물적인 제도권 사회에 신물이 난 나머지 8개월 만에 그 직에 사직서를 내고 만다. 그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순례도 하고 전쟁터에도 나갈까 고민하는 등 롯데를 잊으려 갖은 애를 쓴다. 그러나 그는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유일한 여인을 찾아 그 곳으로 되돌아오고 만다. 롯데의 남편인 알베르트에 대한 질투심은 괜히 점점 커져만 갔다. 롯데 역시 이무렵 베르테르에 대한 감정이 새롭게 싹트게 되지만,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베르테르는 급기야 롯데를 향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악감을 느끼고 죽음만이 그의 사랑을 완성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에 이르게 된다. 베르테르는 결국 알베르트에게서 빌려온 권총을 사용해 자살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마감한다. 롯데는 그의 자살 소식을 듣자마자 실신하고 만다. 이 소설은 대충 이렇게 베르테르의 슬픈 고뇌를 담고 있다. 이런 고뇌의 한 대목을 보자.

 

‘나는 이제 기도라곤 ’롯데‘ 그녀에게 바치는 기도밖에는 모르게 되어버렸네.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직 그녀의 모습뿐이네. 나를 에워싼 모든 것을 그녀와 관련시켜서 바라보게 되었네. 그리고 나는 그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여겨지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내 마음속에서 지워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네. 아아, 빌헬름! 내 마음은 자꾸만 나에게 그녀와의 이별을 강요하는 군. 간혹 그 녀 곁에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앉아 있을 때가 있네. 그럴 때면 롯데의 모습, 거동 그리고 품위 있는 말투에 도취되어 내 모든 감각이 긴장되곤 하지. 눈앞이 캄캄해지는가 하면 귀가 먹먹해지며, 마치 암살자에게 목을 졸리는 것처럼 답답해질 때도 있다네. 급기야 심장이 거칠게 고동치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면 숨을 가다듬어 보지만, 그럴수록 감각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뿐이네.’

 

당시 베르테르의 열풍이 유럽을 휩쌌다. 젊은이들은 베르테르의 무구속(無拘束)의 자유를 따라했으며, 그가 자살한 베츨러 지역이 성지순례 코스가 되어 주인공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 했다. 자살을 낭만으로 받아드리며, 숭고함으로 승화시켜버렸다. 이런 기이한 현상에 책임을 느낀 저자 괴테는 후속 판(版) 말미에 자살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넣기도 하였다니, 베르테르의 자살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나게 한다. 그런데 베르테르를 자살하게 만든 롯데의 존재는 무엇이라 말인가? 베르테르에게 롯데는 빛과 어둠을 넘어선 신화속의 요정이며, 문학과 예술을 논할 수 있는 유일한 동반자였으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세상의 독자들은 그녀를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천사의 경지에 올려놓고 말았으니,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었으리라.

롯데백화점 상품권에 그려진 샤르롯데의 초상화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상품권에 그려진 샤르롯데의 초상화이다. 롯데백화점 제공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 시절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는 20세 초반에 일본으로 건너가 문학도를 꿈 꿨지만 ‘글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 들여 와세다 고등공업학교(현 와세다대 이학부) 화학과에 입학하여, 1946년에 졸업했다. ‘롯데’라는 회사이름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젊은 시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감명 깊게 읽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던 '샤를롯데’(Charlotte)에 매료된 결과물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혹(迷惑)과 매료(魅了), 그 자체가 아니던가. ‘엘리자베스’(Elizabeth)의 애칭이 ‘리즈(Liz)이듯, '샤를롯데’(Charlotte)의 애칭은 ‘롯데’(Lotte)다. 잡을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을 사명(社名)에 담은 것이다. 심지어 롯데백화점 상품권에 샤를롯데의 초상화가 도안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보통 고객들에겐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의 여주인공 ‘롯데’ 보다는 대기업 사명(社名) ‘롯데’에 더 익숙하다.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식품, 제과, 백화점, 유통, 테마파크 등 '감성팔이'가 필요한 사업에서 유달리 롯데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학은 꿈과 상상력의 원천이라 흔히 말한다. 현실은 문학이 뿌려놓은 꿈과 상상력을 꽃피우고 열매 맺게 하는 수단이란 말이 왠지 새롭게 들리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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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린 2019-08-15 00:43:36
문학소설의 주인공을 신격호사장이 사명(社名)으로 사용한 것은 매우감상적 힘과 상품의 유연화에 크게 성공했다고 생각된다. 돈만 추구하는 자존주의의 허접이 쉽게 보이니말이다.

김해인 2019-08-02 18:44:38
롯데 그룹의 사명(社名)이 이런 연유가 있었군요. 지금은 초라한 명예회장이지만 한국의 근화대화에 크게 기여한 분으로 기억하고있습니다. 감성이 기업에 묻어납니다.

정영태 2019-07-26 10:27:20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이런 깊은 뜻으로 회사명을 지었네요.
롯데는 과자 만드는, 껌 장사로만 여겨왔습니다.
폭넓은 지식과 사유가 깊은 글, 늘 감명깊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정옥 2019-07-24 15:26:43
롯데그룹의 신격호 명예회장, 멋쟁이 시네요. 우리 세대는 그져 노후한 이미지만 갖고있었는데요. 문학도 감성도 지니신 분이네요. 좋은 글 댕큐입니다.

안석호 2019-07-24 15:22:31
소설속의 Lotte가, 실제 인물이었다니 새롭네요. 모든 작가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쓴다드니 정말 그렇군요. 괴테라는 작가는 작품이 참 많은데, 모두 다 경험 하고 썼을 까요? 픽션이라지만 모두가 현실에 발을 내딛고 있다는 것이 신비롭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