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오딧세이
웃음의 오딧세이
  • 장기성 기자
  • 승인 2020.07.28 10:0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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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속에는 약국이 있어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있는 강력한 '약'(藥)을 가지고 있다. 그 약이 바로 '웃음'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헬무트 콜(1930~2017)은 독일의 서독총리(1982-1990)와 통일 독일총리(1990~ 1998)를 역임했다. 비스마르크 이후로 가장 오래 재임한 독일 총리이기도 하다. 탁월한 국제정치 감각을 바탕으로 냉전의 종식과 함께 다가온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분단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총리. 이른바 '통일의 재상(Kanzler der Einheit)'이라고도 불렸다.  위키백과
헬무트 콜(1930~2017)은 서독 총리(1982-1990)와 통일독일 총리(1990~1998)를 역임했다. 독일제국 초대 총리 비스마르크 이후로 가장 오래 재임한 독일 총리이기도 하다. 탁월한 국제정치 감각을 바탕으로 냉전의 종식과 함께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분단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총리. 이른바 '통일의 재상(Kanzler der Einheit)'이라고도 불린다. 위키백과

"하루를 가장 잘못 보낸 날은 웃지 않은 날이다. 웃는 얼굴에는 화살도 비켜간다”란 말이 있다. 똑같은 자극에도 잘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웃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느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가장 웃지 않는 세 부류가 있는데, 그것은 남자, 관료, 중장년이란다. ‘남자가 채신머리없이 입을 벌리고 웃을 수는 없다.’ 는 오랜 우리네 관습 탓이 크다고 생각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면, 위신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점차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게 되고, 남의 비웃음을 살 만한 질문은 더더욱 하지 않게 된다. 살아가면서 점점 ‘질문의 감각’을 잃어간다. 반면 여성들은 조금만 웃겨도, 웃기려는 사인만 보여도 웃는다. 심지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단지 물만 마시는데도 웃을 때가 있다. 웃음보가 미리 터진다는 것이다. 웃음을 전파하는 어느 강사의 얘기이다. 그러니 당연히 여성들이 오래 살 수밖에 없고,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질 못하는 남자가 단명에다 불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도대체 웃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또 왜 나오는 걸까? 사실 웃음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신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웃음은 호흡의 변화를 수반하는 반사행동이지만, 반드시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서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서양역사에서 그리스-로마시대의 몇 웃음이론에 대한 견해를 보면, 플라톤은 '무지(無知)의 우스꽝스러움'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무해(無害)한 실수와 결점'으로, 키케로는 '기대감과 어긋났을 때'라고 각각 정의하고 있다. 요약하면 웃음은 ‘무해(無害)한 규범의 일탈’ 정도로 정의해도 될 듯하다.

이같은 웃음 이론들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 근본적인 정의는 변하지 않고 면면히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서양의 중세유럽은 웃음의 암흑기였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에서 웃음을 죄악시하여 신앙의 이름으로 절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세의 웃음은 공식적인 행사나 의식에서는 완전히 축출되고 말았다.

리바이어던》은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1588-1679)가 1651년 출간한 책으로, 리바이어던의 표지에는 인간이 뭉쳐서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형의 존재가 산 너머에서 도시를 굽어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홉스가 국가를 ‘인조인간’, 즉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적인 존재로 기술한 것을 형상한 것이다. 이 책은 청교도혁명을 총괄한 것이기도 하다. 위키백과
'리바이어던'은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1588-1679)가 1651년 출간한 책으로, 표지(위 사진)에는 인간이 뭉쳐서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더미의 존재가 산 너머에서 도시를 굽어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홉스가 국가를 ‘인조인간’, 즉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인간적인 존재로 기술한 것을 형상한 것이다. 이 책은 '청교도혁명'을 이끌었다. 위키백과

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웃음의 이론'들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되는데, 17세기 영국의 토마스 홉스는 그의 책 '리바이어던'에서 이른바 ‘웃음의 우월이론’을 주창한 바 있다. 즉 다른 사람의 결함을 나 자신과 비교하여 내가 더 우월하다는 착상이 들었을 때 웃음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다른 사람의 실수나 불행을 보고 기뻐하는 마음에서 유래한 일종의 '비웃음'이며,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결점이 곧 웃음을 야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웃음거리가 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비하되거나 격하되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을 웃음의 ‘격하이론’ 이라 부른다. 결국 웃음의 ‘우월이론’과 ‘격하이론’은 웃음을 야기하는 대상의 시각이나 관점의 차이일 뿐 웃음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동일하다.

홉스와 달리, 웃음을 야기하는 또 다른 하나의 이론은 ‘불일치 이론’이다. 말하자면 동일집단 내에서 규범에서 벗어나거나, 일탈된 행동들이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일치’란 보편적 상식으로 간주되는 평균치 값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일탈 정도가 크면 클수록 더 큰 웃음을 야기한다는 이론이다. 칸트의 말을 빌리면, ‘웃음은 예상된 기대가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에서 유래한 생뚱맞은 흥분’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도 결국 앞에서 본, ‘불일치 이론’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독일에서 한때 '콜 총리의 웃음'(Kohl-Witze)이란 책이 독일 국민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콜 수상은 알려진 대로 기골이 장대하여 키가 193cm이며, 몸무게는 120kg에 달했다. 총리 재임 시에 그의 몸무게는 국가비밀(?)이었다. 그는 독일통일을 이끈 주역이며, 16년간 최장기간 연방총리직을 유지한 바 있다. 이처럼 대통령이나, 총리, 성직자, 교육자와 같이 그 사회 내에서 규범 지킴이로 간주될 수 있는 집단이 웃음의 대상으로 등장할수록, 민중들의 순간적 스트레스 해소에 더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평민의 실수는 당연지사이니 웃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콜 총리의 농담 시리즈' 가운데 배꼽 잡는 몇 개를 보자.

-낙하산(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콜 수상, 레이건 미국 대통령, 그리고 학생 1명, 이렇게 4명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했다. 갑자기 조종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유감스럽게도 비행기가 고장났습니다. 우리 모두 비행기에서 뛰어 내려야 하는데 낙하산이 4개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을 마친 조종사는 “나는 마누라와 4명의 자식이 있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첫 번째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그러자 레이건 대통령도 “나는 미국 대통령이요. 자유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라며 두 번째 낙하산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분단된 독일을 통일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하며 콜 수상도 세 번째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교황이 말했다. “아들아, 네가 먼저 낙하산을 타거라. 나는 하나님과 함께 있겠다.” 그러나 학생은 눈을 찡긋했다. “교황 성하, 아직 낙하산은 2개 더 남아 있습니다. 조금 전에 콜 수상은 내 슬리핑백(sleeping bag·침낭)을 뒤집어쓰고 뛰어 내렸습니다.”

-영어(Ⅱ)

콜 수상의 부인 한넬로레 여사가 영국을 방문하기 위해 떠나는 남편에게 ‘믹스트 피클’(Mixed Pickles: 야채절임)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영국 방문을 마친 콜 수상은, 그러나 빈손으로 돌아와서 하는 말, “믹스트 피클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각주: ‘믹스트 피클’이 영어임에도 콜 총리가 무식하여(?) 독일어로 잘못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책의 저자는 웃음을 유도했다.)

-예의(Ⅲ)

책 박람회 방문을 마친 콜 수상은 프랑크푸르트 시장과 함께 괴테(1749-1832)가 태어난 집을 방문했다. 콜 수상은 좀 피곤해져서 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시장이 그 의자가 바로 괴테가 앉았던 의자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피곤한 콜 수상이 말했다. “하는 수 없지요. 주인(괴테)이 들어오면 곧 일어나겠소.” <각주: 괴테는 18세기 사람인데, 콜 총리는 현재 작가로 알고있었다.>

이 책이 출판되자, 콜 총리는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여태껏 읽은 책 가운데 이것보다 더 웃기는 책은 보지 못했다. 진짜 웃긴다." 역시 웃음과 낭만을 아는 고단수 정치인이다. 유머를 아는 정치인이니, 덩달아 품격이 묻어나는 것 같다. 어느 속 좁은 정치지도자 같았으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법도 한데 말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은‘톰 소여의 모험’ 같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아동문학작가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미국 풍자 문학, 나아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부터 나왔다. 그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후로도 없었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은 ‘톰 소여의 모험’ 같은 작품으로 아동문학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미국 풍자 문학, 나아가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헤밍웨이는 “미국의 모든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부터 나왔다. 그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 후로도 없었다”라고 말한다. 픽사베이

마크 트웨인은 "인류에게 정말로 효과적인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웃음이다" 라고 말했다. 웃음이 무기로도 둔갑되다니, 그 영향력이나 효용성을 감히 실감나게 한다. 사실 웃음은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보물 같은 감정표현이다. 셰익스피어는 ‘그대의 마음을 웃음과 기쁨으로 감싸라. 그러면 천 가지의 해로움을 막아주고, 생명을 연장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먼 커즌스는 ‘우리 몸에는 완벽한 약국이 있어 어떤 병도 치료할 수 있는 강력한 약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웃음'이다’라고도 했다.

알고도 실천 못하는 것이 또한 웃음이니, 우리네 삶은 늘 바쁘고 늘 힘이 든다. 그래서 웃음을 줄 만큼 여유도 시간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윌리엄 제임스는 이것에 답을 주고 있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란 말이 모든 것에 대한 해답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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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숙 2020-08-06 18:55:20
웃음의 오딧세이를 읽고 많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인간만이 웃을수 있고 웃음이 만병통치 뿐 아니라 웃음으로 인간관계도 많이 부드러워진다고 하지요. 돈도 들지않고 힘도 들지않고 모든것에 만사형통할 수있는 웃음에 왜 인색해 지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웃고 싶어서 유머 톡 보내주는 사람이 좋고 만났을때 나를 웃게 해 주는 사람이 제일 좋습니다. 시절은 하수상 할지라도 웃으며 삽시다. 웃음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해준 장기자님 고맙습니다.

정영태 2020-07-29 06:45:49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너털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정효 2020-07-28 16:34:38
사유가 있는 글, 숨가프게 읽고 갑니다. 기자님 댕큐입니다.

김철환 2020-07-28 16:25:37
재미나게 읽었네요. '인문의 창'은 늘 여운이 남습니다. 후광효과라 하나요!!!

한지민 2020-07-28 16:22:01
독일 콜 총리의 일화 참 재미있네요. 그를 비웃음의 대상으로 쓴 작가도, 콜 총리도 멋집니다. 음악의 나라답게 낭만이 풍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