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8)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 김교환 기자
  • 승인 2019.04.24 14:1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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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인은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북인도의 어느 도시에 방문했을 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류 시인은 잘 아는 인도인의 아들이 천연두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인도인들은 신이 노한다는 생각에 병원엘 잘 가지 않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인은 20살 갓 넘은 그 환자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환자를 격려하며 부모를 위로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시인이 머물고 있던 집주인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사망률이 매우 높은 법정 전염병인 천연두를 앓고 있는 환자를 병문안하고 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본인도 차츰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앓게 되면 가족에게 연락은 어떻게 하지?' '사망률이 매우 높다는데? 발진이 돋게 되면 간호해 줄 친구가 있을까?' 그러던 차에 우연히 피부에 붉은색 부스럼이 생기고 늦게는 복통까지 느끼게 되었다.

'인도에 오지말 걸 그랬구나.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화는 어떻게 하지?' 혼자 누워서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마음의 이야기다.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이야기를 만드느라 마음은 항상 바쁘다. 멋대로 꾸며낸 이야기 속에 자신을 가두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인도인의 아들은 천연두가 아니라 수두였다. 천연두는 1970년 말에 전 세계에서 사라진 전염병이며, 수두는 시간이 가면 저절로 낫는 병이다. 저자는 결국 마음의 이야기로 과도한 신경성 복통까지 앓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잠 안 오는 밤에 마음의 이야기꾼이 되어 온갖 공상과 망상으로 긴 시간을 헤맨다. 마음의 이야기꾼은 옛날의 기억 속에서 고삐 없는 야생마가 되어 이런 저런 일을 기분 내키는 대로 끌고 다니며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과거에 겪은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망각하고 과거에 살고 있음이 문제다.

(전) ◯◯사장, (전) ◯◯기관장 ... 등 명함인지 이력서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을 내밀고 다니며 과거의 갑옷을 벗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좋은 추억은 힘겨운 시간에 우리를 웃음 짓게 하고 우리를 격려하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주는 소중한 보물창고일수도 있지만 다만 과거에 대한 환상 때문에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난 일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미래에 너무 집착하지도 말자. 우리는 과거의 관직이나 직함이 평생 그 사람의 호칭으로 따라 다닌다. 그래서 자신을 더욱 착각 속에서 살게 하는지 모르지만 현재의 자신을 알아야 한다. 오직 오늘에 충실하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하자.

지난 일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었고 현재의 내 행동이 미래의 내 모습을 만들어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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