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우리말, ‘마음’의 어원과 의미
(10) 우리말, ‘마음’의 어원과 의미
  • 조신호 기자
  • 승인 2019.04.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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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어원은 '맞다'의 명사 '맞음'이고, 하늘과 '일치하다', '하나이다' 라는 뜻이다.

#10 우리말, '마음'의 어원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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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형제간의 우애를 다룬 민담, ‘의좋은 형제’라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농사를 지으며 사는 형제가 있었다. 형제는 가을이 되어 추수를 하고 각자 논에 볏가리를 쌓아 놓았다. 형이 생각해 보니, 동생이 결혼해서 새로 살림이 차렸으므로 쌀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는 밤중에 몰래 논으로 나가 자기 볏가리를 덜어 동생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그날 밤 동생이 생각해 보니, 형은 식솔도 많으니 쌀이 더 필요할 거라 여겨 밤중에 나가 자기 볏가리를 덜어 형의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이튿날 논에 나가 본 형제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지난밤에 볏가리를 옮겨 놓았는데 전혀 볏가리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튿날 밤에도 형제는 같은 행동을 했고, 셋째 날에 드디어 형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서로 밤중에 볏가리를 옮겼던 것이다. 형과 동생 둘 다 하늘마음, 천심(天心)으로 살면서 서로 ‘마음이 맞아서.’ 우애가 돈독했다. 하늘마음(천심)으로 한마음으로 살면, 이 땅이 바로 천국임을 증명해 주는 미담으로 전래되고 있다.

필자는 우리말 ‘마음이 맞다.’라는 문장을 통해서 ‘마음’의 어원과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꿈을 꾸다.’ ‘잠을 자다.’처럼 서술어로 쓰인 동사와 같은 어근 명사로 된 목적어를 동족목적어라고 한다. 동족목적어는 한국어와 영어에 문법에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리말에는 ‘마음이 맞다.’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의 어근이 같으므로 ‘동족주어’라고 칭 할 수 있다. 여기서 필자는 ‘마음’이라는 단어는 동사 ‘맞다’의 명사형 ‘맞음’에서 ‘ㅈ’이 탈락되면서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뜻이 ‘맞음’이라고 추정하는 근거는 『중용』 제1장에도 있다. ‘하늘이 명하는 것을 성(天命之謂性)’이라고 한다. 성(性=心+生)은 ‘살아가는(生) 마음(心)’인데, 태어날 때 하늘이 부여해 주는 사람의 본성(本性)이다. 사람에게도 우주 삼라만상이 운행되는 하늘의 원리, 해가 뜨고 지며 계절이 변하고 만물이 생성하는 이치가 출생하면서 부여되어 소우주가 된다는 뜻이다. 생물학적으로 몸이 태어나는 동시에 하늘의 명으로 마음(본성)이 형성된다. 이것이 유학의 출발점이다.

우리말 사전에도 마음은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이라고 정의되어있다. 유학은 이렇게 하늘이 부여하는 본성을 보존하여 따르는 것이 사람이 가야할 길(道)이고(率性之謂道), 이 길(道)을 갈고닦는 것을 교육이라 한다.(修道之謂敎)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음이 맞다.’라는 문장을 사용한다. 이 때 ‘맞다’는 ‘일치한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마음은 하늘과 일치한다.’라는 언명(言明)이다. ‘맞다’는 ‘일치하다.’ ‘틀리지 아니하다.’ ‘하나가 되다.’ 라는 의미이다. 사람의 마음이 하늘마음(天心)’이라는 것은 『서경(書經)』에도 들어있다. 이 책은 고대 중국 임금들의 통치 행적에 관한 기록인데, ‘민심이 천심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경전에는 민심이 곧 천명(天命)이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왕조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민심을 반영된 천명임을 강조해 두었다.

앞에 언급된 민담, ‘의좋은 형제’처럼 천심, 한마음(하늘마음)으로 살면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이룩할 수 있다. 마음이 맞으면 친구가 되고, 마음이 맞아서 서로 사랑하고 결혼도 한다. 그래서 결혼을 일심동체(一心同體)라고 한다. 그러나 부부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서 둘로 갈라지기 시작하면 싸움이 발전하여 결국 이혼하게 된다.

사람은 하늘마음(한마음, 一心), 즉 천심(天心)으로 태어난다. 태어날 때 부여받은 본성(性=心+生), ‘살려는(生) 마음(心)’은 내가 살려는 마음과 다른 사람도 살게 해 주는 마음으로 구분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점 나만 살겠다는 이기심(욕심)이 커지기 때문에, 천생의 순수한 마음, 다른 사람도 살게 해 주는 이타심(양심, 하늘마음)은 줄어든다. 이기심은 나 혼자 잘 살려는 마음(性)이고 이타심은 다른 사람도 살 살아가도록 베푸는 마음(性)이다. 이 두 가지 마음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 나와 너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 이 세상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욕심은 갈등이 일으키고 싸움으로 발전하고 결국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공자는 ‘욕심을 이기고 예를 회복해야(克己復禮)’ 한마음 한뜻의 태평성세를 이룩할 수 있다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인간회복이 공자의 지상 목표였다. 춘추전국 시대처럼 오늘날 한국 사회의 이념 대결도 이기심에서 발생한 혼란이다. 

예(禮)는 상대편을 존중하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교통신호를 지키는 배려와 존중이 바로 극기복례하는 마음의 출발점이다. 나만 살려는 욕심이 아니라, 나와 네가 평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하늘마음, 천심에서 극기복례가 이루어진다. 하늘마음이 가득하면 그곳이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