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 설치된 공유 피아노 인기
지하철 내 설치된 공유 피아노 인기
  • 최종식 기자
  • 승인 2024.03.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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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현대인에게 아름다운 선율 선사하는 지하철
죽전역 지하 1층에 마련된 피아노를 행인이 연주하고 있다.
죽전역 지하 1층 통로에 마련된 공유 피아노를 행인이 연주하고 있다.

대구 지하철 2호선 죽전역 지하 1층 통로에 비치된 공유 피아노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벽면에 ‘큼직하게 죽전역 공유 피아노’, ‘누구나 언제든 즐길 수 있어요’라고 쓰여진 알림 아래에는 피아노 1대가 놓여 있다. 

자하철 통로를 지날 때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와 행인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보았다. 죽전동에 거주하는 배인순 씨(가명, 61)는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마치 학창 시절 음악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도 우렁찬 피아노 연주 소리가 긴 통로를 가득 메웠다. 누군가 궁금하여 가까이 가보았더니 마침 30대 젊은 남성 한 분이 막 피아노 연주를 끝내고 자리를 뜨고 있었다. 시간이 급한 것 같아 사진만 찍고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떠났다. 

연이어 연세가 지긋한 시니어 한 분이 노란 모자를 눌러쓰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자기소개를 부탁했더니 대명동에 거주하는 조 선생(가명, 59)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했다. 

전직 기간제 교사를 하던 분으로 매일 오전, 오후 2차례 이곳을 찾아서 서너 시간씩 연습 겸 봉사를 한다고 하였다. 정서가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지하철 공간을 지나는 짧은 시간이나마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수 있어 무척 기쁘고 공간을 마련해 주신 대구교통공사에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대구 시내 지하철역에는 색소폰 연주를 하는 곳도 있으나 피아노는 색다르다. 피아노는 피아노대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현재 대구 지하철 1호선 화원역은 대구교통공사에서 공연 특화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는 달성군에서 기증한 대형 그랜드피아노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연주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불편하며, 여기는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연주할 수 있어 좋다고 연주자들은 말한다. 

“악보집이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음악 외에도 클래식, 경음악,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악보집이 있으면 합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지하철역에 설치된 피아노가 더 확장되어 바쁘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찌든 마음을 위로해 주는 문화·복지시설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