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견디며 묵묵히 서 있는
경산 반곡지, 겨울나무 왕버들.
경산 반곡지, 겨울나무 왕버들.
가진 것은 다 내어주고
이제 내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
햇살을 가려서
쉬게 할 일도 없고
분신들을 주워서
책갈피를 즐겁게 할 일도 없다
가진 것은
태어날 때처럼
빈 손
하지만 눈이 오고
가지에 내려앉을 때까지
나는 두 팔을 벌린다
가진 것을 다 내어주고
앙상한 팔에
손자 안을 날 기다리는 어머님.
(겨울나무, 김희철)
16일 경산 반곡지에 바람이 분다. 인적마저 드문 왕버들 둘레길에 물새 한 마리가 외롭다. 잎새를 모두 내려 놓은 앙상한 왕버들 겨울나무가 칼바람에도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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