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만 닿으면 新패션…이세영 유니크 의상 패션 대표
손만 닿으면 新패션…이세영 유니크 의상 패션 대표
  • 강효금 기자
  • 승인 2023.09.0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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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교 졸업 후 의상기술 익혀 뛰어난 손재주로 일취월장
“제자 받아달라” 여럿 찾아와, 각자 삶에서 성공 가장 기뻐
이세영 대표는 패션에 관한 만능 재주꾼이다. 이원선 기자
이세영 대표는 패션에 관한 만능 재주꾼이다. 이원선 기자

이세영(64) 대표는 패션에 관한 만능 재주꾼이다. 패턴, 재단, 봉제, 제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이 닿으면 패션이 되고, 작품이 된다. 섬유로 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그의 얘기처럼 그의 작업실에는 반려동물의 옷을 비롯한 작은 소품부터 어린이 한복, 성인 의상까지 다채로운 작품이 걸려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의상 기술 지도와 창업 지도로 받은 표창패와 감사패, 위촉장과 상장 등은 이 대표의 살아온 자취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열세 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의상기능기술을 배웠다. 어린 나이에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그 길을 천직으로 여기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눈썰미에 뛰어난 손재주로 어깨 너머 배운 것들을 금방 자신의 것들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재단사로 일한 지는 40여 년이 넘었다. 서문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섬유를 활용해 의류, 의상, 홈패션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제품을 만들어 냈다.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패턴을 구하러 오는 교수부터 창업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이 대표는 그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않았다.

“오래전에 미국에서 부부가 함께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신경희라고 자신을 소개한 부인은 해군 대령으로 제대하고 교회 장로인 시아버지가 이곳에 가면 밥벌이할 만한 걸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학원에 일 년을 다녔는데 배운 게 별로 없다며, 미국에 있는 고급 부촌에 가서 세탁소를 하며 다른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고급 옷 수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신 씨 부부에게 제 노하우를 전수했습니다. 일 년 계획으로 시작한 공부는 2년이 흘렀습니다. 재단이며 바느질, 재봉…. 명품 옷 수선에서 파티복 제작까지 할 수 있게 된 부부는 기계 3대를 사서 손에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배에 실어 미국으로 가져갔습니다. 한국에 나오면 꼭 들러 인사하고, 언니와 시부를 통해서도 소식을 전했습니다. 백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 터를 닦고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졌다고 했습니다.”

신 씨 부부 외에도 해양대학을 다니다 창업하고 싶다고 찾아온 청년도 있었다. 시장까지 찾아온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술을 배운 그 청년은 마을기업을 만들었다. 몇 년 전에는 성공한 청년 창업가로 매스컴에도 나왔다.

특허 받은 발명품, 라펠가름솔마. 이세영 대표 제공
특허 받은 발명품, 라펠가름솔마. 이세영 대표 제공

이 대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정장 재킷이나 셔츠에는 반드시 가름솔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라펠가름솔에는 쇠로 된 도구를 사용했었다. 옷은 펴지지만 무겁고, 물을 뿌리면 누런 물이 흘러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이 대표는 친구에게 직접 디자인한 것을 건네며 새로운 라펠가름솔을 제작해 달라고 했다. 나무로 만든 것은 가볍고 또 물을 뿌리며 은은한 나무 향이 나서 작업 효율을 높여 주었다. 여러 가지 것에 응용도 가능해서 쓰임새가 좋았다. 20개를 만들어 주위에 나눠주며 반응을 살폈다. 모두 쇠로 된 도구보다 사용하기 편하다며 주문이 들어왔다.

친구의 권유로 특허 등록을 했다. ‘라펠가름솔마’는 이 대표의 또 다른 창작품이다.

“제가 이 제품을 만든 건 일을 조금 더 쉽게 즐겁게 하자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하루 종일 옷감을 만지고 바느질하다 보면 쉴 틈이 없습니다. 저처럼 작업하는 분들이 손목 아픈 것도 줄이고, 나무 향내도 맡으며 행복하게 일하기를 바랍니다. ‘라펠가름솔마’는 그런 제 마음을 담아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싶습니다.”

그의 작업 노트에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묻어난다. 이세영 대표 제공
그의 작업 노트에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이 묻어난다. 이세영 대표 제공

서문시장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이 대표에게 서문시장은 어떤 곳일까?

“세월 따라 서문시장도 참 많이 변했지요. 이젠 번듯한 현대식 건물에서 장사하니, 대단하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연주복을 의뢰한 손님입니다. 스케치하고 패턴을 뜨고 드레스를 만들었는데, 그 연주복을 입고 큰 상을 탔다며 뛸 듯이 기뻐했지요.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처음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던 날, ‘선생님’이라 불리던 그 순간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기른 제자들이 의상기능대회에 입상했던 일도 제 생에 기쁜 날이었습니다.”

하나하나 꼼꼼히 기록해 내려간 작업 노트에는 직접 그린 작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지만, 전 여전히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 있다고 할까요? 여기 서문시장은 제 작업공간이자, 꿈을 꾸는 곳이고, 행복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저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