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①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①
  • 배소일 기자
  • 승인 2022.11.19 17: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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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이 기사는 곧 있을 '제4기 시니어매일 기자'들을 위해 안내 차원에서 싣습니다. '시니어기자'에 관심을 가지는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기사를 쓴다는 것은 더 어렵다. 조금만 방심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제삼자가 피해를 볼 수 있으며, 도와준다고 쓴 기사가 오히려 기업에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기사는 기자 건 프리랜서 건, 아니면 누가 쓰건 적어도 일반적인 준칙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이 원칙은 활자매체가 만들어진 이후 수없이 반복돼 오면서 적립된 것으로 법적 규제는 없지만 가장 이상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사는 사소한 문장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있지 못하면 상대적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실제 많은 신문사가 이런 오류 속에 때로는 법적 처벌을, 때로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로 신문사 문을 닫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신문기자가 왜 기사를 쓰는지를 생각해보면 저절로 분명해진다. 신문기자가 기사를 쓰는 목적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일어난 현상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신문기사는 독자가 알기 쉽게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알기 쉽게 쓴다’ 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고 수월한 일은 아니다. 어렵게 쓰는 것보다 쉽게 쓰는 것이 실제로 더 어렵기 때문이다. 취재 부족으로 기자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작성한 기사, 성의 없이 쓴 기사는 어렵다. 그러나 노력한 기사도 기사 작성 요령에 어긋나는 경우 독자에게 난해한 느낌을 주거나 거부반응을 가져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가 알기 쉽고 친근감을 느끼는 기사를 쓰기 위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1) 쉬운 단어를 선택한다.

쉬운 우리말을 두고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보리, 콩, 소금이라고 하면 될 것을 잘난 척하고 소맥, 대두, 염분 등으로 쓰는 사례가 아직도 많다. 본받아서는 안 된다. 굳이 한자로 쓰지 않아도 되는 밀물을 滿潮로, 철새를 候鳥로 표기하는 등의 경우가 있는데 어려운 한자어는 반드시 우리말로 써야 한다. 또 평상어로 쓰이는 한자말도 때로는 우리말로 풀어쓰는 것이 훨씬 좋은 경우가 있다.

예)*爲始하여—비롯하여 *副業없이—딴 벌이 없이 *裸體-알몸으로 *반항하자—대들자 *보복하기위해—앙갚음하기 위해 *期하여—때맞춰 *현저히 증가했다—눈에 띄게 늘었다 *추궁하자—따지자 *부상자—다친 사람 *수립하여—세워 *모형—본뜨기 등이 좋은 예이다.

2) 불쾌한 느낌을 주는 용어는 삼가야 한다.

강간, 똥, 오줌, 변소 등의 단어는 신문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 또 병신, 장님, 티기 등 당사자에게 비하감을 주는 표현도 삼간다.

3) 단어 하나하나가 일반적인 가치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oo시에서 대규모 시위’ 가 발생했다고 치자, 독자 중에는 이를 oo시 의거로 표기하기를 원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소요, 난동, 사태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죽음도 그 사람의 평가에 따라 ‘숨졌다’ ‘사망했다’ ‘운명했다’ ‘작고했다’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사항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당한 낱말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신문기자는 ‘가장 적당한 낱말’을 선택하기 위해 어휘 구사 능력과 함께 사회적 분위기나 가치관에 반하지 않는 보편적인 감각을 가져야 한다.

4) 전문용어는 쉽게 풀어 쓰되 개념상의 혼돈이 빚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독자들이 어렵게 여기는 전문용어는 기사 첫 부부분에서 쉽게 풀어주되 그다음 문장에서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도 많다. 예) *'돈이 너무 풀려 물가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1일 한은은 8월 중 통화(화폐민간보유액과 요구불예금의 합계액) 증가율이 21%를 기록 정부의 억제 목표선인 18%를 훨씬 넘어선다고 밝혔다’는 식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 경우 두 번째 문장에서도 통화를 돈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형태의 돈이 불어났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경제상식을 갖춘 독자에게는 수준이 낮은 기사라는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5) 외래어의 사용은 불가피한 전문용어가 아닌 한 피한다.

6) 문장은 가능한 한 짧게 쓴다.

7) 수식어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8) 그런데, 또한, 그러므로 등의 접속사는 될 수 있는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9) 주어와 술어의 간격은 좁히는 것이 좋다.

10) 해설기사나 평론기사가 아닌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인 경우는 ‘000해야 할 것이다’ ‘000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식의 고압적이고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내포한 표현은 금물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어난 현상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의미부여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관계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000 씨는 000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난하다. 보도와 평론은 원칙적으로 구분돼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1) 같은 단어를 한 문장에서 되풀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12)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수동태를 쓰지 않는다.

13) ‘않을 수 없다’ ‘없지 않았다’ 는 등의 2중부정형태의 표현도 피해야 한다.

14) 겹말은 군소리다. ‘역전 앞, 한강인도교 다리, 꼭 필요, 따뜻한 온정, 넓은 광장, 호피 가죽, 남은 여생, 서로 상의, 스스로 자각’ 등은 우스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15) 묘사가 가능한 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좋다. ‘그 배의 갑판 면적은 000m다’라는 표현보다는 ‘그 배의 갑판 면적은 월드컵 축구장의 2배에 달하는 000m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독자에게 더 잘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