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찔레꽃
[방기자의 포토 에세이] 찔레꽃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5.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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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 의 꽃 찔레

찔레꽃

찔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화원 인흥마을 남평문씨 세거지 찔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찔레꽃은 하지 무렵 밭둑에도 산모롱이에도 피어난다.

찔레꽃이 필 무렵은 모내기가 한창인 계절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에 흔히 가뭄이 잘 든다. 그래서 특히 이때의 가뭄을 ‘찔레꽃가뭄’이라고도 한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그 시절 하굣길에 동무들과 찔레 줄기 꺾어 먹으며 허기를 달랬기도 했다.

찔레 연한 순 꺾어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약간 달콤한 맛까지 있다. 그러나 찔레는 몸에 가시가 있어 잡으면 찔릴 수 있어 그냥 바라보아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어 아름답다.

찔레는 이래저래 배고픔을 예견하는 꽃이었다.

찔레꽃의 꽃말은 ‘온화’ 다. 뿌리는 약용으로 쓰이며, 꽃은 식용으로 쓰인다.

찔레의 열매는 영실[營實]이라고 하는데, 신 냄새가 나고 맛은 조금 달다.

이뇨 작용과 해독작용, 이 있으며 뿌리는 당뇨병과 관절염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오늘은 네 분 문인의 찔레꽃과 연관된 작품을 소개합니다.

찔레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경주 산내면 내일리 찔레열매 사진 황영목 변호사

찔레꽃

이 태 석 시인

(1993년 ≪수필문학≫추천, 2003년 ≪문학세계≫신인문학상 수상

시집 『이쯤에서』 외 3권, 수필집 『풍경 속 불빛』 등

대구광역시청소년지도자 문학대상 수상

전 대구불교문인협회장, 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아무도 찾지 않는 외진 산자락

하얀 순정 품은 아가씨

사랑에 빠져봄직도 하건만

지나는 바람만 빈 가슴을 간질인다

진초록 저고리 옷고름 풀어 놓고

하얀 가슴 드러내고 노란 웃음 웃건만

붙잡는 이 없어 짙은 향기만 흩날린다

사랑도 꿈이런가?

구름이 머물면 산비둘기 구슬피 울어

시린 마음 달래주면

달빛도 별빛도 고이 머물다 간다.

찔레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화원 남평문씨 세거지 찔레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찔레꽃이 피면

안 영 선 시인

(2004년아동문학평론 등단

동시집 대신맨외 5권

공무원문예대전최우수상

교원문학상. 해양문학상

대구 문인협회 아동문학 분과 위원장)

 

가시가 있어

찔레 꺾어 먹으려다

찔릴지도 모른다고

찔레라는데

찔레꽃 하얀꽃은

향기를 뭉쳐

벌, 나비 먹이 되고

그래도 남아

바람에 살랑살랑

실어 보내면

농사 짓는 아버지

눈치를 채고

못자리 늦어진다

채근 하다가

비탈밭에 옥수수

심으러 가던 아버지

그 아버지 안 계셔

해마다 보내오던 옥수수

올해도 맛은 못 봐도

찔레꽃만 보면 생각이 난다.

찔레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남평문씨 세거지 찔레꽃 사진 황영목 변호사

찔레꽃/박숙이 시인

(매일신춘문예 <동시>당선

<시안>시 등단

시집ㅡ<활짝><하마터면 익을 뻔했네>출간

서정주문학상><대구문학상>수상

한국문인협회ㆍ한국시인협회회원)

 

오월, 어린순의 딸이 시집을 간다네

하얀 찔레꽃같은 풋풋한 드레스를 입고서

오월의 신부가 되어

새로운 세계로 뻗어간다네

찔레 꽃말처럼 온화하게 살라고

꽃으로 가시를 조용히 덮고

빛부시게 승화하라고

그윽한 향기를 온누리에 풍기는

생각나는 꽃이 되라고

필자의 고향 매원마을 지경당 붉은 찔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매원마을 지경당 붉은 찔레 사진 황영목 변호사

찔레꽃 붉게 피는 매원마을/이규석 수필가

2009<문장>, 2014<창작수필> 등단

2019에세이집 <신명난 탈출>

대구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

 

유서 깊은 선비의 고장, 매원마을에 오월이 오면 붉은 찔레꽃이 만발한다. 연이어 능소화가 회화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담장을 넘는다. 마을 앞 드넓은 연밭에서 연향이 피어오르면 개울가에선 황새가 날아오른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지금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매원마을이지만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칠곡군 매원마을이 영남 3대 반촌 중의 하나라는 사실은 알려져 있어도 항일운동의 산실임을 아는 분은 드물다. 박곡朴谷 종가를 중심으로 무려 열 분의 국가유공자를 배출했으며, 6.25 낙동강 전투 중 폭격으로 인해 고래 등 같은 기와집 삼백여 호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이 마을이 그런 처참한 폭격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안동의 하회마을,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도 남았을 만한 문화유산을 지닌 곳이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집들이 전쟁 통에 부서져 서럽기도 하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선조들의 값진 희생마저 사라질까 싶어 더욱더 서럽다. 그래서 매원마을엔 봄마다 붉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