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건강은 건강할 때
병상일기.... 건강은 건강할 때
  • 김외남 기자
  • 승인 2022.02.03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퇴근시간. 저마다 마스크를 얌전히 착용하고 외출복 차림으로 인도를 활주한다. 신호등이 깜박거리는 건널목을 마구 뛰어 건너는 사람도 보인다. 갓길에 버스 대여섯 대가 붙어서 직진 신호를 기다린다. 모두가 낯익은 버스들이다. 번호표는 파란색 행선지는 빨간색을 밝히고 대기하는 모습이 초조해 보인다. 꼭두새벽 뛰쳐나와 하루 일을 시작하는 기사님들 행복하다.

8시 아침식사후 서성대다가 내다보는 거리풍경, 구부정하고 머리 꼭대기가 탈모되어 엉성한 할머니 네 분이 일렬종대로 후줄근한 멜방가방을 메고 어기적어기적 경노당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도 행복해 보인다. 일상를 시작하는 평범한 아침인데 병실침대에 누워 있으야만 되니 울화가 치민다. 어느 가전회사의 광고.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더니 순간의 부주의가 불행을 불렀다. 어깨에 가방 걸치고 접이 우산을 들고 오형다리에 기역자굽은 입은 땅을 물듯이 건널목을 건넌다. 이름표 목줄달고 천천히 일상을 향해 가고 있다. 안 아프면 행복한 거야.

퇴근시간. 차들은 저마다 불을켜고 쫓기듯 쫏듯 뒤차의 꽁무니를 따라간다. 버스기사들도 시간 맞추기에 초조한 얼굴들이다. 구급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면서 지나간다. 무사히 병원응급실까지 도착하기를 빌어본다.

남부정류장 근처 병원. 올 들어 구 정류장 주위로 새 빌딩 짓기 경쟁이 치열하다. 빌딩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기존의 건물들은 낮아만 보인다. 값비싼 명가아파트빌딩 저 높은 곳에 살면 세상이 발아래로 볼 수 있어서 좋을까? 멀리서 보면 성냥곽을 포개 놓은 듯 저 높은곳 쳐다만 봐도 아찔하다.

나는 흙만지고 흙에 발을 붙이고 철다라 꽃과 과일 나무를 가꾸고 열매를 키우는 주택에 산다. 감 깎아 곶감 만들고. 대추는 말렸다가 숙면음료 만들고. 석류알 발라 먹고, 무화과 따 먹고, 담장 따라 호랑이 콩 줄기 올려서 주렁주렁 콩깍지 보고 알맹이  밥에 놓아 먹으니. 달짝지근한 밥맛이 그저 그만이다. 푸른 잎사귀들 일렁대는 그늘 속에 여름에도 더운 줄도 모른다. 어느 친구가 내게 말했다. "주택 그거 무슨 가치 있나?" 자기아파트는 15억이 넘는다며 "며 무시해서 주눅들기도했다.

계단에서 굴렀다. 일반 엑스레이는 안 나타나고 MRI 상으로 뼈에 실금이 갔는데. 많이 아프다. 3, 4주 꼼작 않고 누워 있어야 뼈가 붙는단다. 앉으면 절대 안 되고 밥도 서서 먹어야 한다. 훗날을 생각하여 견디려니 죽을맛이다. 골다공증에 나이가 있어 결국은 시술을 받았다. 이유 없는 무덤 없다더니 이유 없이 안 아픈 사람도 없다. 욕실에서 미끌어져 다리골절 등뼈에 금이 가고 계단에서 헛디뎌 발목이 부러지고, 걷다가 삐끗해서 복숭뼈에 금이 가고, 무릎 아픈 사람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척추 수술환자는 또 얼마나 많든지, 골반 다친 사람은 움쩍 달싹을 못하니 내 아픈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픈 이유를 대며 전전긍긍이다. 6시간여 걸려 수술을 했다는 할머니의 신음이 밤새도록 이어진다. 육신의 모든 고통은 순전히 자기 몫이다. 건강 참으로 소중하다.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