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옛 지명을 찾아서] 배나무 샘골
[사라진 옛 지명을 찾아서] 배나무 샘골
  • 방종현 기자
  • 승인 2022.01.24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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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 샘골'

'배나무 샘골' 유래(由來)

[배나무샘골 마을문화센터[ 배나무 샘 터로 추정   방종현 기자
[배나무샘골 마을문화센터] 배나무 샘 터로 추정 방종현 기자

 

대구시 남구 이천동(梨泉洞) 동명(洞名)의 유래(由來)는 배나무 샘’에서 근원을 찾는다. 지금의 수도산은 원래 명칭은 기린산(麒麟山)이다. 산자락 99계단을 오르면 산 정상에 [서봉사]라는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사찰 옆 구릉(丘陵) 지대에 한때는 대구시민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있어 수도산으로 부르고 있다.

기리산 오르는 99계단   방종현 기자
기린산(수도산) 오르는 99계단 방종현 기자

 

옛날 기린산 기슭에는 배나무가 많았다. 배나무밭에 맑은 샘이 솟아나 ‘배나무 샘골’이라 불렀다. 물맛이 배 맛처럼 달고 시원해 갈증을 잊게 해주어 원근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줄을 썼다. 

이천동에 사는 전천호(83세) 씨를 '서봉사' 부속 '감로' 작은 도서관 겸 카페에서 만나 ‘배나무 샘골’의 내력을 들었다. 전 옹의 회고에 의하면 지금의 '배나무 샘골 마을회관]이 있는 자리가 '배나무 샘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배나무 샘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출산 후 젖이 모자라는 산모가 배나무 샘물을 길어서 정화수로 떠 놓고 기도를 한 후 그 물을 마시고 호리병에 담아서 ‘젖타온다 젖타온다’ 하며 외우면서 집에 도착하면 젖이 생겨 아이에게 젖을 배불리 먹였다고 한다. 예로부터 기린산 아래 배나무 샘에는 끊임없이 물이 흘러 넘쳐 미나리 꽝이 형성되어 시민에게 신선한 미나리를 공급해 인기가 있었다.

오랜 옛날에는 신천의 물길이 이천동으로 들어와 기린산 밑으로 흘러 건들바위 앞에 이르러 소(沼)를 이루었다. 서거정 선생이 대구 십영(十詠)을 노래한 중 제2영(詠)이 입암조어(笠巖釣魚)다. '건들바위 앞 소(沼)에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낚시하는 즐거움'을 노래 했다. 실로 목가적(牧歌的)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생각만 해도 감흥이 절로 난다.

이천동에서는 매년 배나무골에서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는 마을 축제로 ‘배나무 샘골(梨泉洞)에 행복이 샘솟는다’라는 주제로 축제를 연다.

문화마당 행사를 주관한 김시호 이천동 자치위원장은 “우리 이천동은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흔적도 남아있고 흘러간 시간이 풍경으로 남아있는 골목길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새로운 물결에 따라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런 유서 깊은 마을에 어울림 한마당을 열어 이웃과 인정을 나누는 나눔의 장을 열어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하는 화목한 동네”라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