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하양의 새로운 명소, '승효상 문화거리'(가칭) 탄생
경산 하양의 새로운 명소, '승효상 문화거리'(가칭) 탄생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1.08.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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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 승효상의 이로재(履露齋)가 설계, 시공한 문화공간 '물볕' 완공
갤러리, 다방, 책방으로 문을 열어
갤러리에서 ’물볕‘공간의 탄생, 건축과정 8.14~9.12일까지 기획 전시
'물볕'은 하양의 순수한 우리말
2년전 '하양무학로교회' 건축, 입소문에 방문객 늘어
조원경 목사와의 인연으로 무료 설계, 감리까지 이로재(履露齋)가 맡아

8.14(토) 오전 11시, 경산시 하양읍 무학로 8, 한적한 주택가에 복합문화공간 '물볕'(대표 황영례)이 조촐한 개관행사를 했다. '물볕'은 지명 하양(河陽)의 순수한 우리말로서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이 제안했다. 그 시작은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해 미미한 듯하지만 머잖아 전세계에서 모여든 방문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어 창대한 지역의 명품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에 길 건너편에 승효상이 설계하고 건축한 ‘하양무학로교회’는 이미 입소문을 타고 꽤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물볕'은 승효상의 장남 승지후가 설계, 감리를 맡아 승-승 부자 건축가의 건축물로 이루어진 문화거리가 탄생한 것이다. 승지후는 영국에서 10년간 건축 공부를 하고 돌아와 이로재에 합류한 촉망받는 신인 건축가다. 그는 아버지의 건축 철학을 십분 반영해서 작업했다.

하양무학교회 야외 예배당에서 건너다 본 '물볕' 문화공간의 전경, 단층이라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수수함을 지녔다. 권오훈기자
하양무학로교회 야외 예배당에서 건너다 본 '물볕' 문화공간의 전경, 단층이라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수수함을 지녔다. 권오훈기자

 

‘물볕'은 일부 국유지가 포함된 부정형의 세 필지 땅에 기존의 건물은 최대한 살리고 세심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친환경 소재와 건축기법으로 지은 건물이다. 그 전 땅에 있었던 옛집을 허물지 않고 고쳐서 다시 짓는 것이 지속가능한 삶이라 여기는 건축가의 생각이 반영되었다. 넓지 않은 대지이지만 단층을 고집하고 정원 격인 안마당까지 들여놓으니 실내공간이 좁아 일반인의 눈에는 비효율적 건축물로 보일 수도 있다.

물볕 갤러리에 전시된 건물 모형도이다. 권오훈기자
'물볕' 갤러리에 전시된 건물 모형도이다. 권오훈기자

 

친환경 세라믹 벽돌 등 자재는 물론 탁자와 의자까지 디자인하여 제작하고 안마당의 화초 종류까지 손수 골라서 심을 자리를 정해준 공간이다. 이런 것들이 '빈자의 미학'을 표방하는 건축가의 심지 굳은 건축 철학에서 나온 것임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건물의 수익성만을 고집하지 않고 건축가의 의도에 따라준 건축주의 활수한 마음이 이런 건축을 가능하게 했다. 나아가 건축가는 반경 50m 이내에 있는 교회와 건축주의 사저까지 연계하여 이 공간 사이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문화를 공유하는 놀이의 공간을 구상했다. 건축주의 집을 개조하여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하며 머물 곳을 제공할 예정이다.

다방 '물볕'의 실내전경, 통유리와 자연채광으로 밝고 목제 테이블과 의자는 친환경적인 재질과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바닥까지도 세라믹 벽돌이 깔려 쾌적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권오훈기자
다방 '물볕'의 실내전경, 다소 좁지만 통유리와 자연채광으로 밝고 목제 테이블과 의자는 친환경적인 재질과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바닥까지도 세라믹 벽돌이 깔려 쾌적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권오훈기자

 

주 건물인 다방은 세라믹 벽돌을 벽면과 기둥은 물론 카운트와 바닥에까지 깔았다. 벽면 어디에도 전기 콘센트가 보이지 않는다. 목제 테이블과 의자는 투박해 보이지만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요철을 만들어 끼웠다. 인체에 무해한 재질의 콘크리트 기법으로 층고를 높이고 자연채광으로 낮에는 전등이 필요 없다. 천장은 단순한 콘크리트 마감이지만 송판 무늬가 선명하다. 전면 통유리로 안마당과 맞은편 갤러리 건물을 내다볼 수 있고 마당에서도 실내가 다 보여 안팎이 서로 통한다. 건물 밖 자투리 땅 여기저기에 들인 마당이 다섯 개나 된다. 안마당에는 무학산에서 옮겨 심은 돌감나무 고목과 수십 년생 연달래 여러 그루, 화초로 정원이 조성되어 있고 연못 역할의 작은 수조까지 있다. 갤러리와 책방은 기존의 작은 건물을 그대로 살려 지붕과 내부만 개조하니 협소한 느낌이다. 건물 바깥벽도 투박하게 그대로 살려놓고 회랑만 달아냈다. 책방에서 통유리를 통해 내다보이는 벽에는 벽화가 그려졌다.

책방에서 통유리를 통해 내다본 뒷마당, 맞은편 건물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권오훈기자
책방에서 통유리를 통해 내다본 뒷마당, 맞은편 옛 건물 그대로인 건물 벽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권오훈기자

 

다방에서 바깥으로 난 통유리로 길 건너 2019년에 승효상이 설계하고 지은 하양무학로교회(담임목사 조원경)가 내다보인다. 교회는 바닥면적 22평의 작은 건물이다. 건축가의 저서 수도원 순례기≪묵상≫에서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 안의 성당인 포르치운쿨라 예배당을 보며 언급한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요소만 갖춘 작은 예배당’이다. 가로세로 각 7.5m로 작은 동네 속의 성소다. 좌석을 다 채워도 30명을 넘지 못할 공간이다.

2019년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 시공한 하양무학로교회 전경, 설계자의 전시회에 소개된 덕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권오훈 기자
2019년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 시공한 하양무학로교회 전경, 설계자의 전시회에 소개된 덕에 건축학 전공자를 비롯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권오훈 기자

 

곳곳에 세심한 의미가 부여된 건축물이다. 높은 층고의 자연채광을 받은 강단을 바라보면 충만한 은혜를 느낀다. 입구 통로 양쪽에 수조를 배치하여 마음을 비치는 거울과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다리를 형상화했다. 옥상으로 오르는 통로 계단은 좁고 가파르다. 고난도의 공사를 요한다.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를 지고 오른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한다. 옥상은 개인 묵상 기도장소이다. 고통을 겪어야 참된 기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350평 대지에 각 시대별로 건축된 건물들이 은행나무가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둘러서 있다. 권오훈 기자
350평 대지에 각 시대별로 건축된 건물들이 은행나무가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둘러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권오훈 기자

 

이 교회는 청빈과 순결, 그리고 순종의 삶을 살아야 예수님을 본받는 일이 된다고 설파한다. 24시간 개방되어 누구나 기도할 수 있다. 350평 대지에 1936년대에 지어진 한옥(친교 식당), 1960년대에 지어진 슬레이트 지붕의 잠사(蠶舍)(사무실 및 목회 관), 1980년대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옛 교회(문화사회관), 2019년에 건축한 현재의 교회 건물이 은행나무가 있는 마당을 중심으로 둘러서 있다. 은행나무 아래는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와 같이 대화, 찬양, 놀이 공간 역할을 한다. 초입에는 조계종 10교구 본사인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이 기념 식수한 느티나무 아래 야외예배당도 있다. 이곳에서 수시로 음악회가 열리는데 지난해에는 가수 윤형주가 와서 공연했다.

하양무학교회의 예배당 안 모습. 권오훈 기자
하양무학로교회의 예배당 안 모습, 강단 쪽이 자연채광으로 신비로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권오훈 기자

 

승효상 건축가는 (사)나라얼연구소의 이사로 참여하였다. 동 연구소의 이사장은 조원경 목사이고 소장은 황영례 박사다. 동 연구소는 조상들이 남긴 죽음의 문화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내어 전파하고, 한국인의 주체성(나라얼)을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2007년 1월에 설립되었다. 그해 4월에 첫 명사 초빙 특강을 시작한 이래 14년째 매월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승효상도 특강을 한 바 있다. 9.11(토) 오후 5시에는 물볕책마당에서 ‘승효상의 베스트셀러 <<묵상>> 북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승효상의 베스트셀러 "묵상" 과 하양무학로교회 로고 컵. 권오훈 기자
승효상의 베스트셀러 "묵상" 과 하양무학로교회 로고 컵. 권오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