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신비 간직한 ‘생태계 보물창고’
태고의 신비 간직한 ‘생태계 보물창고’
  • 시니어每日
  • 승인 2021.07.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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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아름다운 창녕 우포늪
광활한 늪지에는 수많은 생명이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우포늪의 신비로운 여름 풍경. 하동칠 사진작가 제공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우포늪의 신비로운 여름 풍경. 하동칠 사진작가 제공

 

우포늪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세계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1998년에 람사르 습지로, 2008년에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에 등재됐다. 전 세계를 이동하는 철새들은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기착지가 필요하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습지의 중요한 기능이다.

우포늪은 창녕군 유어면, 이방면, 대합면, 대지면 등 4개면에 걸쳐있는 총면적 2,505㎡(습지보호지역 8,547㎡)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늪지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강처럼 보이는 우포늪에는 800여 종의 식물류, 209종의 조류, 28종의 어류, 180종의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17종의 포유류 등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이다.

우포는 화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늪으로 유입된 후, 토평천을 통해 낙동강 본류와 적포 가까이에서 연결되어 있다. 집중호우나 홍수기가 되면 낙동강의 수위는 평상시보다 7~8m 이상 상승한다. 이 상승한 낙동강 본류의 수위는 토평천을 거슬러 올라가 우포습지의 집수역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쳐지게 된다. 이때 습지의 수위는 4~5m 이상 크게 상승한다. 홍수로 증가한 수위는 3~4일에서 길게는 10여 일 정도 머물며, 홍수에 견디지 못하는 육상식물들을 죽게 만든다.

하지만 홍수에 잘 견디는 식물은 다시 자라고 물 위를 떠다니던 개구리밥이나 생이가래와 같은 부유성 식물은 제방의 언저리에까지 올라가서 물이 빠지면서 말라 죽게 된다. 또 일부는 본류로 떠내려가 하류로 이동하기도 한다. 수위가 올라가고 탁한 물이 지속하면 우포에 서식하고 있던 식물은 큰 영향을 받는다. 일차적으로 물 표면의 부유식물은 늘어난 물을 따라 흩어진다. 홍수로 늘어난 부유물질은 빛의 투과량을 감소 시켜 물속에 잠긴 수생식물들의 광합성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불어난 물이 안정되는 동안에 물속의 미세한 부유물질들이 가라앉으면서 잎의 표면을 덮어 이차적으로 광합성을 저해하게 된다. 그러나 넓은 면적을 침수시키기 때문에 부유하던 식물이 흩어져 홍수가 완전히 물러가고 수위가 낮아지면, 표면으로부터 많은 빛이 투과되어 물속의 식물과 식물플랑크톤이 만들어내는 산소의 양이 증가하기도 한다.

홍수가 지나간 뒤 보기에는 식물상이 완전히 교란된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생물이 새로 차지할 공간이 생겨 역동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홍수는 늪 생태계를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왕버들 군락. 하동칠 사진작가 제공
왕버들 군락. 하동칠 사진작가 제공

 

우포늪에는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생태관에서 출발해 제1전망대, 숲 탐방로 1길을 돌아 생태관으로 오는 1㎞ 30분 코스부터 우포늪 생명길을 탐방하는 8.4㎞ 3시간 코스, 우포 출렁다리와 산 밖 벌까지 탐방하는 9.7㎞ 3시간 30분 코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우포늪의 참모습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코스가 '우포늪 생명길'이다. 생명길을 걸을 때는 풍경도 좋지만, 천천히 생명의 소리를 듣고 느끼는 것이 우포늪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우포늪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다. 우포늪의 소목 나루터는 사진 촬영 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어부들이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 나루터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면, 또 다른 우포의 신비로움에 빠져든다. 사지포의 팽나무 언덕. 목포 제방을 지나 징검다리가 있는 왕버들 군락과 사초 군락, 목포 앞의 왕버들 군락도 빠뜨릴 수 없다. 특히 새벽 물안개는 우포늪의 속살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준다. 일교차가 큰 새벽,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보는 이를 태고의 환상 속으로 잡아끈다. 초록과 어우러진 비에 젖은 우포늪 또한 더할 나위 없다. 운이 좋다면 머리 위로 따오기가 날아가는 멋진 모습도 만날 수 있다.

흰뺨 검둥오리. 하동칠 사진작가 제공
흰뺨 검둥오리. 하동칠 사진작가 제공

 

생명길의 끝자락에는 사람의 힘으로 자연의 생명을 키워내고 있는 따오기복원센터가 있다. 2008년 중국으로부터 따오기 한 쌍을 도입한 창녕군은 10여 년간의 복원사업을 거쳐, 2019년 5월에 40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우포 따오기 복원사업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따오기의 복원은 멸종된 종을 복원하는 의미가 아니라, 청정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따오기를 복원하여 우포늪을 다양한 생물 종이 살 수 있는 깨끗한 지역으로 가꾸겠다는 군의 의지를 담고 있다.

습지는 물과 함께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문화적 가치와 함께 생명력이 넘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포늪은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연 교육 및 생태체험장소로도 활용된다.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 upodaeg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