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의 노익장 95세 김인표 옹
파크골프장의 노익장 95세 김인표 옹
  • 권오훈 기자
  • 승인 2021.05.2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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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장에는 80세 넘긴 노인들 노익장 과시
운동과 체력관리 덕분에 병원 잊고 살아
청년 못잖은 체력과 실력으로 젊은 동호인들과 어울려

중국의 옛 시성 두보는 '인생 칠십 고래희'라 했다. 70세를 넘긴 노인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유아 사망률이 높은 탓도 있었지만 51세에 불과했다. 의술과 식생활이 발달한 요즘은 83.3세를 훌쩍 넘겼다. 심지어 조물주가 인간에게 허여한 최대 수명인 125세를 거의 모두가 누릴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아무리 장수 시대라 해도 70세를 넘으면 신체 여기저기가 고장 나서 병원 신세를 진다. 그래서 건강수명이란 개념도 생겼다. 우리나라의 평균 건강수명은 65세다. 이후로는 한두 가지 질병을 달고 여생을 살아간다. 어떤 노인들은 십수년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누워 간병인의 병구완을 받으며 죽는 날만 기다린다.

95세의 노익장 김인표 옹을 수림파크골프장에서 만났다. 권오훈기자
95세의 노익장 김인표 옹을 수림파크골프장에서 만났다. 권오훈기자

 

그런데, 요즘 생활체육으로 시니어들의 각광을 받는 파크골프장에 가면 노익장을 과시하는 청년급 노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파크골프의 여러 가지 이점으로 인해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지만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시니어들의 평균 연령이 70세를 훌쩍 넘긴다. 80세가 넘는 분도 상당수가 노익장을 과시한다. 더불어 남녀노소를 망라하는 운동인 만큼 젊은 층들의 유입도 급물살을 이루어 파크골프장은 어디나 만원사례다.

많은 동호인으로 늘 북적대는 수림파크골프장. 권오훈기자
많은 동호인으로 늘 북적대는 수림파크골프장. 권오훈기자

 

기자로서는 그 나이까지 살아나 있을까 싶은 연세인 90대 중반 노인, 김인표 옹(95세, 화원읍 본리리)을 달서구 진천동 소재 수림파크골프장에서 만났다.

 

김 옹은 대구 토박이다

옛 경북고등학교 근처인 대봉동에서 태어나 자랐다. 군 복무 후에 불교재단인 능인고등학교 서무실에 잠시 근무하다 미8군 군무원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어릴 때부터 집 주변에 미군 부대가 있어 그곳에 근무하고 싶던 소원을 이루었다. 봉덕동에 위치한 캠프 워커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특수공작부서에서 주로 군수품 수리 제작을 맡았다. 동생도 같은 부대에서 40여 년간 근무했으며 특히 골프클럽의 매니저로 오래 활동했다. 부대 내 골프 클럽의 엄격한 규정으로 직접 칠 수는 없었지만, 동생을 만나러 간 골프장에서 공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61세까지 근무하다 정년퇴직했다.

80을 넘긴 나이에 파크골프에 입문하다

파크골프가 일본에서 도입되어 붐이 일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노크했다. 이미 80세를 넘긴 나이였다. 일본의 파크골프를 국내에 들여와 보급시킨 대한파크골프연맹 천성희 회장이 김 옹의 열정에 반해 채와 공을 선물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3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지만, 구력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장타를 치며 샷이 정확하고 특히 퍼팅 실력이 탁월하다.

아들, 손주뻘 동반자들과 어울려 힘있게 걷고 있는 김인표 옹의 걸음걸이. 권오훈기자
아들, 손주뻘 동반자들과 어울려 힘있게 걷고 있는 김인표 옹의 걸음걸이. 권오훈기자

 

그는 아침 6시에 기상하고 밤 11시에 잠자리에 든다. 취침 시간이 늦은 이유는 재미있는 TV 시청 때문이다. 요즘도 매일 아침이면 자전거를 타고 10여 분 거리에 있는 화원파크골프장이나 방천 둑 너머 수림파크골프장에 와서 파크골프를 즐긴다. 보통은 한 바퀴 반(27홀) 정도를 돈다. 숨이 조금 차지만 힘든 정도는 아니다. 다만 무리하지 않는다. 집 가까이에 좋은 시설을 갖춘 파크골프장이 두 개나 있어서 하고픈 운동을 맘껏 할 수 있는 것을 큰 행운이라 여긴다.

멀리서 보면 그가 90대 중반을 넘긴 고령이라고는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아들, 손주뻘 동반자들과 조금도 뒤지지 않는 힘찬 걸음걸이, 꼿꼿한 자세, 월등한 실력으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다. 차림새도 후줄근하지 않고 깔끔하고 몸에 잘 맞는 복장이다. 멋쟁이 할아버지다. 목소리도 청년처럼 카랑카랑하고 우렁차다.

117m 파5인 롱홀을 네 번 만에 넣고 아쉬워한다. 숏 홀과 미들홀에서는 정확한 퍼트 실력으로 줄버디를 이어간다. 젊은 동반자들에게 노인이라고 조금도 티를 내지 않는다. 꼭 존댓말을 한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교통수단인 자전거도 날렵하고 세련된 경기용이다.

117m 파5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이 홀에서 김옹은 버디를 했다. 권오훈기자
117m 파5홀에서 티샷하는 모습, 이 홀에서 김옹은 버디를 했다. 권오훈기자

 

운동과 TV시청을 즐겨

파크골프를 끝내고 귀가하면 잠시 휴식을 취한다. 점심 식사를 마치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까이에 있는 대구수목원이나 천변으로 산책하러 나가기도 한다. 집에 있을 때는 여느 노인과 마찬가지로 TV를 시청한다. 국내 방송뿐 아니라 외국어 방송도 즐겨 청취한다. 일제강점기에 교육을 받은 덕에 일본어에 능통하니 NHK도 즐겨본다. 미군 부대에서 오래 근무한 덕에 영어도 능통하여 AFKN에도 채널을 돌린다.

라운딩을 마치고 자전거로 귀가하는 김옹. 권오훈기자
라운딩을 마치고 자전거로 귀가하는 김옹. 권오훈기자

 

건강 장수의 비결을 물었다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모두 70~80세를 넘기도록 사셨다. 특히 외조부모님은 두 분이 모두 90세를 넘겨 건강하게 살다 돌아가셨다.

담배를 자제하고 과음 과식하지 않는다. 지난 3년간은 아파트 내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문을 닫자 파크골프를 다시 하게 되었다. 더하여 자전거 타기와 산책을 하면서 체력관리를 한다.

자녀는 2남 2녀를 두었다. 그들의 권유로 약전골목 백초당한약방에 보약을 지으러 갔는데 녹용이나 인삼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빼고 달여 주었다. 치아는 틀니와 임플란트를 해서 씹는데 조금도 지장이 없다. 소화 기능도 왕성하다. 어제는 막내딸이 시내의 맛집에서 점심을 모신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다녀왔다. 피부에도 주름살과 검버섯은 많지만 20년 이상 젊어 보이고 건강미 넘치는 혈색이다.

지하철도 공짜, 파크골프도 협회비를 면제받아 공짜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다. 건강하게 걸을 수 있고 왕성하게 활동하니 공짜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해 누워 지낸다면 그런 혜택들이 그림의 떡이 아니겠는가. 불편한 곳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젓다가 딱 한 가지 있다고 한다. 전립선비대증으로 밤에 잦은 요의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 낮 동안 다른 일에 전념하다 보면 소변을 너덧 시간 거뜬히 참는데 밤에는 속수무책이란다.

어지간한 일은 손수 처리

3남3녀 중 장남이지만 남자 형제는 먼저 보내고 누이동생 둘만 남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15년 전에 상처하고 지금은 일흔이 넘은 장남 내외의 봉양을 받으며 지내지만 며느님의 수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다.

앞으로의 소망은

지금처럼 아픈 곳 없이 하고픈 운동하고 먹고픈 음식 맛있게 먹으며 이웃들과 교류하며 즐겁게 살다가 자는 듯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큰 욕심 없이 낙천적이고 어울리기 좋아하고 활력적인 요소들이 건강 장수에 필요한 최적의 요소들이 아닐까. 지금의 건강 상태로 보아 백수는 문제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