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따라 맛 따라] 호박범벅
[이야기 따라 맛 따라] 호박범벅
  • 노정희 기자
  • 승인 2021.03.15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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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은 10대 건강식품
호박은 진득한 맛, 수박은 순간적인 맛
호박은 이뇨작용과 해독
호박범벅
호박범벅

겨우내 거실이나 안방에 덩그마니 앉아있던 호박이 있다면, 이제는 아쉽더라도 처리해야 할 시기이다. 몇 해 묵힌 호박은 약이 된다고들 하지만, 기온이 오르면 금세 썩어버리기 일쑤이다. 자칫 썩혀서 버리느니 건강식을 만드는 것이 유용하다.

호박이 커서 음식으로 소진하기가 어렵다면 냉동보관하면 된다. 호박전으로 이용하려면 채칼로 긁어서 보관하고, 죽으로 이용할 것이라면 삶아서 팩에 넣어 냉동시키면 된다.

‘호박꽃도 꽃이냐,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냐’는 말은 호박의 효능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한거잡영’, ‘왕정농서’에는 ‘수박은 순간적인 맛, 호박은 진득한 맛’이라고 호박을 예찬했다.

호박에는 비타민 C와 칼륨이 풍부하다. 항산화제인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노년기 황반변성을 예방해준다. 이뇨작용과 해독은 부기를 빼는 데 효과적이라 산모에게도 유용하다. 미국 타임지는 늙은 호박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지난가을에 후배가 호박 한 덩이를 안겨주었다. 거실 탁자에 올려두었던 것을 손질한다. 반 덩이는 죽으로, 나머지 반은 손질해서 저장한다.

호박범벅을 만들려면 호박 껍질을 벗겨 뭉텅뭉텅 썰어 자작하게 물을 부어 삶는다. 호박이 으깨지면 삶은 팥과 콩을 넣고, 푹덕푹덕 끓어오르면 찹쌀가루를 뿌린다. 기호에 맞게 소금 약간과 단맛을 조절한다. 호박죽에 팥을 넣으면 비타민 B1 섭취를 증가 시킨다. 팥에는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배출시킨다. 또한 추운 계절에는 몸속의 노폐물이 배설되지 못하고 갇힌 상태가 된다. 이때 팥은 몸속의 나쁜 수분을 배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Tip: 호박의 주성분은 녹말로 이루어져 있다. 생으로 먹지 말고 익혀서 먹도록 한다. 호박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다. 팥도 찬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약선에는 호박과 팥을 동용금기하고 있는데, 몸이 차거나 소화력이 약하거나,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이 섭취 시 이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위의 증상이 있으면 호박범벅에 팥을 넣지 않든지, 아니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