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29) '들돌'을 아시나요
[이장님 일기] (29) '들돌'을 아시나요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1.01.2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각면 화산2리에 있는 진기한 들돌
크기가 다른 3개의 돌로 머슴의 연봉 책정
풍각면 화산2리에 있는 3개의 들돌.  예윤희 기자
풍각면 화산2리에 있는 3개의 들돌. 예윤희 기자

 

'들돌'을 아시나요?

오늘은 이장님의 이웃 마을인 풍각면 화산2리에 있는 귀중한 돌을 소개한다. 주인공은 크기가 다른 둥그런 3개의 돌이다. 이 마을 어른들은 에전부터 이 돌들을 '들돌'이라 불렀다.

가난한 집안에서 얼른 아이들을 키워 남의 집으로 밥벌이 하러 보내던 시절 이야기이다.

3개의 돌 중 가장 작은 돌을 배까지 들어 올리면 품앗이 갈 수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것도 큰 돌을 드는 어른들 품삯의 반을 인정해준다. 예를들어 마을 부역을 하는데 큰 돌을 드는 어른들을 기준으로 한 가구에 한 명씩 나와야 하는데 못나오면 어른 한 사람 몫의 벌금(부담금)을 내야한다. 그런데 가장 작은 돌을 드는 아이들이라도 있어 부역에 나가면 반골이라해서 부담금을 반만 내면 된다.

그러다 중간 돌을 들면 남의 집 머슴으로 갈 수 있는데 1년 새경(연봉)이 40말이라 한다. 이들을 작은 머슴이라 불렀다. 그리고 가장 큰 돌을 들게 되면 새경을 80말 받는 장골(큰 머슴)이 된다.  

정자를 지으면서 연자방아와 같이 한곳으로 치워 두었다.  예윤희 기자
들돌 옆에는 연자방아도 있다. 예윤희 기자

2016년 처음 가보았을 때는 3개의 돌이 나란히 있었다. 그때도 혹여 누가 가지고 갈까봐 시멘트로 고정을 해놓아 들어보지는 못했다. 이번에 가보니 정자를 지으면서 돌을 한곳에 모아 두었다. 그리고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중이라 돌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형편이었다.

마을주민들에게 알아보니 힘자랑 한다고 돌을 어깨에 메고 뒷산까지 오르내리기 시합을 했다고 한다. 여자들도 가장 작은 돌을 들거나 이고 뒷산을 오르내리며 힘자랑을 했다고 한다. 들돌 옆에는 연자방아도 2개가 나란히 있다. 산골짜기 깊은 마을이라 정미소가 멀어 마을 연자방아로 곡식을 찧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어르신들만 있어 이런 귀중한 유산을 돌볼 여력이 없나보다. 면사무소에서나 군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잘 관리 보호하면 마을의 자랑거리가 될 듯싶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