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휴대폰으로 마을방송을!!
(18) 휴대폰으로 마을방송을!!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0.10.30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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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관 방송실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휴대폰으로 마을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
전국 어디서나 아니 외국에서도 방송 가능
각 가정에서 편리하게 들을 수 있어
우리 마을에 설치한 무선 수신기.  얘윤희 기자
우리 마을에 설치한 무선 수신기. 예윤희 기자

"마을 방송을 휴대폰으로 한다고요?"

며칠 전 본지 2부 기자 모임을 대구 시내 사무실에서 하고 인근 식당으로 장소를 옮겨 계속 모임을 진행 중이었다.

이장인 내가 방송할 일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고 잠깐 자리를 비우고 오니 그새 방송을 마쳤느냐고 모두들 신기해한다. 마을 방송은 이장이 마을회관에 가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하는 줄만 알고 있는 분들이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방송이 되는 것을 더욱 신기해한다. 휴대폰으로 방송이 되니 전국 어디에서나 방송을 할 수 있고, 이장이 외국 여행을 하는 중에도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 방송과는 관계가 없는 도시 거주 기자님들이라 시골 마을의 방송 이야기를 해드렸다.

이장의 여러 업무 중 마을방송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면사무소의 공문을 보고 연락할 일도 있고, 마을 자체에서 급히 알려야 할 일들도 많다. 내가 이장이 되면서 방송 시각을 정했다.

오전과 오후에 방송할 경우가 생기면 각각 7시에 한다고 알렸다. 농사일을 주로 하는 마을이라 일 나가기 전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각이 그때여서 그렇게 정했다. 갑자기 비료가 도착한다든지 긴급한 방송은 그때그때 하기도 했었다. 낮시간이 짧아진 지금은 아침 7시와 저녁에는 6시에 방송을 하고 있다.

이장 초기인 처음에는 각 가정마다 유선으로 스피커가 연결되어 마루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는 방송을 잘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3월 어느 날 청도 지역에 강풍주의보가 있던 날 사고가 나고 말았다.

10년이나 된 앰프선이 그동안 햇빛에 낡아서 심하게 부는 바람에 지붕과 닿아 바람에 이리저리 부딪혀 껍질이 벗겨지면서 합선이 되고 말았다. 방송을 관리하는 업체에 부탁하니 (부식된 부분을) 찾으려면 막대한 인건비가 들고 찾아서 수리해 놓아도 선이 낡아 다른 곳에서 또 언제 합선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가정으로 나가는 선을 차단하면서 가정마다 무선 수신기 설치하라고 권했다.

3월에 고장이 난 후로 전봇대에 달린 마을 전체 스피커를 통해 방송을 하니 근처 주민들은 잘 알아듣는데 변두리 사시는 어르신들은 방송 시작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나면 문을 열고 들어야 하고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이장을 만나기만 하면 방송 불편을 호소하셨다. 전처럼 스피커로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셨다. 조금 있는 마을기금을 사용하더라도 달아 달라고 한다. 다음 기회에 의논해 보자고 하고 그때까지 불편을 참아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래서 방송 내용을 문자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라 읽을 줄 몰라 그것도 허사였다. 그래서 예전처럼 가정마다 무선 수신기를 설치해 드릴 필요가 있었다.

무선수신기는 외출 중에도 녹음이 되어 있어 다녀와서는 재생 버튼만 누르면 지나간 방송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서면 소재지에서는 중심지 활성화 사업 예산으로 무선 수신기 설치를 마치고 운영해 모두들 좋은 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좋기는 한데 예산이 문제였다. 독지가를 구하면 되는데 올 같은 코로나 시대에 누가 1천500만 원의 거금을 희사하겠는가? 면장님과도 상담해보고 마을 담당 주무관에게도 알린 사항이라 관에서도 도울 방법을 생각 중이었다. 

그러다가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군청 새마을과에서 대전리(대전1리, 대전2리) 전체 가구에 무선 수신기를 설치해 준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집집마다 유선으로 연결된 우리 마을은 물론 윗동네에도 처음으로 집집마다 무선 수신기를 설치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9월 가정마다 무선 수신기를 설치하였다. 수신기에는 양력, 음력의 날짜와 요일은 물론, 실내 온도까지 나오고, 현재 시각까지 기록이 되었다. 물론 방송한 내용이 녹음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모두들 집안에서 예전처럼 편리하게 마을 방송을 잘 듣고 지내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장인 나도 집에서 편하게 휴대폰으로 방송을 하고 있다. 일일이 문자를 보내던 나도 이제는 대부분 방송으로 하고 문자 보내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 귀촌, 귀농인이 이장을 맡으면 이렇게 편리한 세상의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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