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일기] (34) 뜻하지 않은 택배 부업
[이장님 일기] (34) 뜻하지 않은 택배 부업
  • 예윤희 기자
  • 승인 2021.02.22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연휴에 도착한 족보
기다리다 못해 직접 배달하기로
인사 듣고 수당 받고
실려가는 족보.  예윤희 기자.
실려가는 족보. 예윤희 기자.

2월 10일 설 바로 임박해 족보 인쇄가 끝이나 대종회관으로 옮겼다. 설연휴기간이라 택배가 되지 않아 연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른들 말씀이 설 아래 돌릴 수만 있으면 돌려보라고 하신다. 이왕 다된 족보를 남의 집에서 재우지 말고 설은 자기 집에서 쇠게 하라고 하신다. 그러면 날짜는 설 전날(2월 11일) 하루밖에 없었다. 다른 아재들은 시간이 없다고 해서 내가 청도군내 전체를 돌리기로 작정했다. 노인회 경로당 임원들에게 전달교육을 하면서 군내 9개 읍, 면 중 6개 읍, 면을 돌면서 대강의 위치를 알고 있기 때문에 찾아갈 자신이 있었다.

어제 운송해온 트럭 기사들이 두 팔레트 200질을 단단히 묶어 주었다. 혹시나 싶어 여유분으로 10질을 더 실었다. 양이 좀 남지만 그대로 출발했다. 서쪽 끝인 각북부터 풍각을 돌리고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청도읍과 매전면, 금천면을 찾았다.

 

이렇게 바로 실린 족보가.  예윤희 기자
이렇게 바로 실린 족보가. 예윤희 기자
종일 시골길을 다니다 보니 넘어진다.  예윤희
종일 시골길을 다니다 보니 넘어진다. 예윤희

오전에 시골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과속 방지턱을 몇 번이나 덜컥거리면서 넘어서인지 실은 짐이 불안하다. 아니니 다를까 곰티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지나 커버길을 도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짐이 넘어져 있다. 도로쪽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땅으로 짐이 쏟아져도 바깥쪽이라 다행인데 그래도 족보를 떨어뜨린다면 이런 낭패가 어디 있겠는가? 첫 마을까지는 8km 정도나 남았다. 비상 깜박이를 켜고 최대한 느리게 갔다. 상대편에서 오는 차들이 위험하다고 신호를 보내준다. 그렇다고 세워서 다시 짐을 싣기도 어중간하다.  마음 속으로 이대로 가게해 달라고 기도하며 가다보니 목적지 마을에 도착했다.

마중나온 아재가 천만 다행이라고 하면서 자기 트럭을 최대한 가까이 갖다대고 짐을 받아준다.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화물칸으로 떨어져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쇄를 해준 대보사에서 택배를 책임져 준다고 했는데 싣고 온 게 후회가 되었다. 개인 주문을 제외한 양을 대종회관으로 옮겨야 해 이왕 화물차를 이용하니 모두 청도로 옮기자고 하고 내일 작은설이지만 청도는 돌려보라는 어른들 말씀에 앞뒤 안가리고 넙죽 대답한 내 잘못이 후회가 되었다.

이장이 되기 전부터 <의훙예씨 족보편찬위원회>총무를 맡고 있었다. 내가 족보 총무를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었다.

2016~2018년까지 의흥예씨 대종회 사무총장(총무)을 맡다보니 2016년에 시작된 족보 업무도 자연스레 총무를 겸하게 되었다. 나말고도 전임 총무님도 같이 총무를 하게 되어 나는 연락이나 하고 회의나 주선하는 정도로 봉사할 각오를 하였다.

그런데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족보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이 사전 준비를 하고, 교육을 하고, 수단 작업을 하고, 접수를 하고, 교정을 보느라 긴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근 1년을 허비했다.

좀 알려고 하니 어느새 끝이 나버렸다. 처음부터 모든 일들을 일지로 남겨두어 다음 족보를 하게되면 참고하도록했다.

이런저런 후회와 생각을 하며 청도 전체를 돌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7시 30분이 지났다. 모두 202질을 돌렸다. 족보 위원장님께 보고를 하니 택배비는 무조건 기름값으로 하라도 하신다. 일당은 두둑히 받았지만 오늘 간떨어질뻔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설날은 우리 마을에 돌려 혹시라도 명절에 고향에 온 아재들이 있으면 가져가게 하고, 설 이튿날은 밀양시내와 청도면 집성촌을 찾아 전해 드렸다.   

14일 일요일에 전체를 가지고 가기로한 택배회사에서 갑자기 홈쇼핑에서 청도 미나리 주문이 많아 일주일 연기를 하자고 한다. 회장님과 의논을 하니 방법이 없다고 그렇게 하자고 한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다. 다음 주일에도 또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 하루에 100질 정도 싣고 가서 택배를 부쳤다. 물론 전체를 싣고갈 택배회사에는 이야기를 하고 숫자를 줄인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동안 내가 책임지고 보낸 것이 모두 453질이나 되었다.

그리고 어제 일요일에 계약한 택배회사에서 마을까지 찾아와 싣고 갔다. 택배 여사장님이 부군과 함께와서 싣고간 양이 421질이나 되었다. 한 차 가득 되었다. 중간에 내가 양을 줄이지 않았으면 어떤 일이 생겼을지 몰랐다. 다 싣고 가지 못해 남은 양은 다른날 싣고 간다고 했으면 어쩔뻔 했나? 지금 생각해도 중간에 내가 싣고가서 보내기를 참 잘했다 싶다.

어제 전체량을 모두 보내고 나니 회장님도 수고했다고 하시고 전화 보고를 받은 위원장님도 수고했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동안 며칠 고생은 했지만 이왕 맡아 하기로 한것이라 마치고 나니 보람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택배비로 나갈 돈이 내 통장으로 들어와 몇 달치 이장 봉급을 벌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